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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유 Jul 17. 2020

목욕 갑니다

미혼일 때의 나는 탕목욕보다는 찜질방을 더 좋아했다. 혼자 홍대 앞 찜질방에서 카스 한 캔에 무한도전을 안주 삼아 보면서 일주일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지친 나를 다독였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후에도 가끔씩 혼자 찜질방을 찾았다.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불한증막에 앉아 땀을 내며 모래시계경쟁하는 시간. 왜 그런 생산성 없는 싸움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래에 지지 않으려고 지칠 정도로 땀을 내곤 했다.


'목욕합니다' 입간판을 사용하는 곳은 아주 가끔 만나게 된다. @여수

스마트폰 갤러리에 꽃 사진이 수 천 장 있다면 나이 든 거라 했던가? 꽃 사진 말고도 절, 산, 온천 좋아진다면 곧, 나이 듦의 척도이다. 그래 나는 이제... 소금기 진동하는 땀내는 찜질방보다 물 좋은 온천에 몸을 담그는 게 즐겁다. 개운하게 목욕을 마친 후에는 근처 맛집을 찾는 것도 즐거움에 +1 되는 요소이다.

 


  

탕목욕을 더욱 좋아하게 만든 두 권의 책, 낮의 목욕탕과 술 /온천명인이되었습니다

온천여행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자연스레 온천 관련 서적에 자주 손이 갔다. 가장 자주 들춰봤던 책은 행정안전부에서 발행한 '아름다운 우리온천'이다. 헌책방에서 '의도적으로' 구입했는데 발행일이 2009년이지만 초보 온천러에게는 꽤 도움이 되었고 요즘도 종종 펼쳐본다.  


그리고 구스미 마사유키의 목욕탕과 술 예찬 에세이집 '낮의 목욕탕과 술'과 '온천명인이 되었습니다 (안소정 저)'를 읽고 일본 온천 몇 곳도 다녀왔다. 그 후 일본 불매운동으로 인해 일본 온천여행은 bye bye. 나도 한번 온천 명인이 되어보자던 목표는 수포로 돌아갔다.

 

태국 치앙마이 싼캄팽, 온천 달걀을 익혀 먹을 수도 있고, 독탕 이용도 가능하다.

태국 치앙마이에도 물 좋은 유황온천이 있다고 해서 동선을 틀고 시간을 할애하여 다녀왔다. 곳곳이 노후화되고 위생적으로 보이지는 않는 시설이었다. 하지만 '물이 정말 좋은 곳'이라 시설 따윈 상관없이 꼭 다시 가고 싶은 온천 중 하나이다. 올해 여름휴가 때 다시 가볼까 싶었는데 코로나19 여파로 당분간 해외여행은 bye bye. 올여름은커녕, 내년 혹은 내후년을 기약하기도 어렵게 되었다.





우리 가족은 2년 전부터 국내외 온천을 찾아다녔다. 우연히 다녀온 백암온천에서 좋은 느낌을 받아 그 후로 온양온천, 수안보온천, 덕산온천, 동래온천, 문경온천, 솔기온천, 가조온천, 예천온천, 유성온천, 담양온천, 척산온천, 오색온천, 필례온천 등 수온 25도씨 이상의 온천과 25도씨 이하지만 물이 좋은 초정약수원탕 등 50 여 군데를 부지런히 찾아 다녔다.


2019년 전국 온천 현황에 따르우리나라 온천지구는 366곳, 온천이용업소는 598개소이다. 서울, 경기 지역에 거주하여 거리상의 이유로 가보지 못한 온천이 많기에 올해는 분발해서 더 자주, 더 멀리 온천여행을 다닐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도 역시 수포로 돌아갔다. 뭐 하나 뜻한 대로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해외여행뿐만 아니라 코로나 19 때문에 대중탕 이용이 꺼려지는 요즘이다.  그런 이유로 나만의 '온천 도장깨기'는 거의 제자리걸음이지만, 오늘도 목욕가방을 만지작거리면서 다음 온천여행 목적지를 떠올린다.

 

곧 다시 '목욕 갑니다'.





(2020. 5월쯤 작성한 글을 수정후 발행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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