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일 때의 나는 탕목욕보다는 찜질방을 더 좋아했다. 혼자 홍대 앞 찜질방에서 카스 한 캔에 무한도전을 안주 삼아 보면서 일주일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지친 나를 다독였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후에도 가끔씩 혼자 찜질방을 찾았다.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불한증막에 앉아 땀을 내며 모래시계와 경쟁하는 시간. 왜 그런 생산성 없는 싸움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래에 지지 않으려고 지칠 정도로 땀을 내곤 했다.
'목욕합니다' 입간판을 사용하는 곳은 아주 가끔 만나게 된다. @여수
스마트폰 갤러리에 꽃 사진이 수 천 장 있다면 나이 든 거라 했던가? 꽃 사진 말고도 절, 산, 온천 좋아진다면 곧, 나이 듦의 척도이다. 그래 나는 이제... 소금기 진동하는 땀내는 찜질방보다 물 좋은 온천에 몸을 담그는 게 즐겁다. 개운하게 목욕을 마친 후에는 근처 맛집을 찾는 것도 즐거움에 +1 되는 요소이다.
탕목욕을 더욱 좋아하게 만든 두 권의 책, 낮의 목욕탕과 술 /온천명인이되었습니다
온천여행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자연스레 온천 관련 서적에 자주 손이 갔다. 가장 자주 들춰봤던 책은 행정안전부에서 발행한 '아름다운 우리온천'이다. 헌책방에서 '의도적으로' 구입했는데 발행일이 2009년이지만 초보 온천러에게는 꽤 도움이 되었고 요즘도 종종 펼쳐본다.
그리고 구스미 마사유키의 목욕탕과 술 예찬 에세이집 '낮의 목욕탕과 술'과 '온천명인이 되었습니다 (안소정 저)'를 읽고 일본 온천 몇 곳도 다녀왔다. 그 후 일본 불매운동으로 인해 일본 온천여행은 bye bye. 나도 한번 온천 명인이 되어보자던 목표는 수포로 돌아갔다.
태국 치앙마이 싼캄팽, 온천 달걀을 익혀 먹을 수도 있고, 독탕 이용도 가능하다.
태국 치앙마이에도 물 좋은 유황온천이 있다고 해서 동선을 틀고 시간을 할애하여 다녀왔다. 곳곳이 노후화되고 위생적으로 보이지는 않는 시설이었다. 하지만 '물이 정말 좋은 곳'이라 시설 따윈 상관없이 꼭 다시 가고 싶은 온천 중 하나이다. 올해 여름휴가 때 다시 가볼까 싶었는데코로나19 여파로 당분간 해외여행은 bye bye. 올여름은커녕, 내년 혹은 내후년을 기약하기도 어렵게 되었다.
우리 가족은 2년 전부터 국내외 온천을 찾아다녔다. 우연히 다녀온 백암온천에서 좋은 느낌을 받아 그 후로 온양온천, 수안보온천, 덕산온천, 동래온천, 문경온천, 솔기온천, 가조온천, 예천온천, 유성온천, 담양온천, 척산온천, 오색온천, 필례온천 등 수온 25도씨 이상의 온천과 25도씨 이하지만 물이 좋은 초정약수원탕 등 50 여 군데를 부지런히 찾아 다녔다.
2019년 전국 온천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 온천지구는 366곳, 온천이용업소는 598개소이다. 서울, 경기 지역에 거주하여 거리상의 이유로 가보지 못한 온천이 많기에 올해는 분발해서 더 자주, 더 멀리 온천여행을 다닐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도 역시 수포로 돌아갔다.뭐 하나 뜻한 대로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해외여행뿐만 아니라 코로나 19 때문에 대중탕 이용이 꺼려지는 요즘이다. 그런 이유로 나만의 '온천 도장깨기'는 거의 제자리걸음이지만, 오늘도 목욕가방을 만지작거리면서 다음 온천여행 목적지를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