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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담 Feb 26. 2019

생후 한 달, 아기가 자꾸 운다면


1. 최근 하진이는 제법 누워 지내는 시간이 늘었다. 안겨있는 편안함을 알아버린 이 녀석에게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한 아내. 마음 굳게 먹고 덜 안아주고 울어도 조금 더 기다렸더니 조금씩 하진이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꽤 오래 하진이를 안고 앉은 채로 잠을 청했던 아내는 하진이의 수면 교육에 들어가고자 문제점을 파악했다. 생각해보니 '팔을 너무 일찍 풀어줬다' 싶기도 했다. 조리원에서부터 항상 팔까지 꽁꽁 묶이는 신생아들이 답답하진 않을까 생각을 했었다. 추울까봐 그러는 건가, 싶었지만 사실은 '모로 반사' 때문이라는 것을 배웠다.


'모로 반사'는 아이가 주변에서 바람이 불거나, 큰 소리가 나거나 자신의 팔, 다리가 움직일 때 쉽게 말해 '깜짝 놀라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걸 말한다. 우리는 조리원 퇴소 후 집에 와 아이 팔을 조금 일찍 풀어준 편이었는데 밤에 일어나는 모로 반사 때문에 아기가 깊이 못 자기도 한다고 했다. 으 반성반성. 지금은 꽁꽁 묶어놓는 대신 낮에는 조금 풀어주고 빔에는 모로 반사를 줄여주는 기능성 옷을 입혀 재우는데 효과가 있다. 사흘 전에는 처음으로 밤에 3시간 40분을 안 깨고 잤으니까! 이건 우리에게 기적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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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난 글에 아이가 우는 이유를 몰라 쩔쩔매다가 큰 일을 보고 편안해지는 아이의 모습에 허탈하기도, 미안하기도 했던 이야기를 적었다. 신생아는 침 솔직하다. 기분 좋다고 늘 웃지는 않지만, 싫거나 불편할 때, 무엇인가를 요구할 때는 반드시 운다. 하지만 지난밤에는 잠투정을 심하게 하고, 잔뜩 용을 쓰고 울어 아내와 나를 당황케 했다. 왜, 도대체 왜!


배가 고픈 듯해서 수유도 하고, 속이 불편한가 싶어 안고 트림도 시켰지만 하진이의 땡깡(?)은 끝날 줄 몰랐다. 그때 아내는 '혹시?' 하더니 휴대폰에 적어둔 메모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아내가 내게 보여준 메모에는 이렇게 크게 적혀 있었다.


원. 더. 윅.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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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원더걸스도 아니고 이게 무슨..? 하는 내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아내는 아래 내용을 읽어보라고 했다. 원더 윅스, 우리말로 '경의의 주', '도약의 주'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 시기는 신생아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급성장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아기는 영유아기 초반 20개월 동안 총 10번 정도의 원더 윅스를 겪게 되는데 하진이가 시기상 첫 급성장의 순간에 들어 있었던 것.


생후 4-5주가 되면 신생아의 감각에 변화가 생긴다고 한다. 놀랍게도 아이는 이때부터 자신이 있는 곳이 엄마의 뱃속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다. 그래서 더 주변을 주의 깊게 살피게 되고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는 몸의 반사운동으로 인해 놀라고 울기도 한다.


읽으면서 가장 귀여웠던 점, 아이는 자신의 팔과 다리를 '내 것'이라고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팔다리가 움직일 때 겁을 먹기도 한단다. 세상 귀여워라...


그리고 하진이가 자꾸 칭얼대고 깊은 잠을 못 잔 이유, 아기는 급성장으로 인해 팔다리와 몸이 아프기도 하고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단다. 그래서 이때 엄마와의 교감과 친밀감을 유지하고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또한 조금 까탈스러운 이 시기가 지나가면 아이가 안정기에 접어든다고 한다. 그러니까 아이가 힘들어해서 덩달아 힘들 아내로 인해 힘들 모든 남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 아이가 기분 좋을 때 생글생글 웃어주면 아내들은 그걸 보고 힘낸다. 아내의 모든 신경은 아이에게 맞춰져 있고, 남편은 둘째치고 자기 건강도 주의 깊게 살피지 않게 된다. 이렇게 아이만 보는 아내를 남편들이 눈여겨봐야 한다. 아픈 곳은 없는지, 밥은 제때 먹고 잠은 자는지.


행복 총량의 법칙이라는 게 있단다.

지금 힘든 것 뒤에는 반드시 그만큼의,

어쩌면 더 큰 행복이 기다리고 있다는 법칙.

하진이가 지금 칭얼대고 짜증내고 잘 못 자는 게

몸과 마음이 쑥쑥 자라고 있다는 뜻이라면

이 얼마나 커다란 행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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