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7번 도로 #0 출발
바이 바이 바이 정든 도시여 굿바이
평소 듣는 것도 아닌데 갑자기, 조영남 님 노래의 가사 한 구절이 떠오른다.
다음 주에 10일 동안 부산에 있는 고모를 만나러 가기로 했는데, 3일 미리 출발해서 동해 7번 국도를 거쳐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갑자기, 머릿속으로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채비를 하는 중이다.
급작스레 집을 비우게 되니 냉장고에 있던 음식을 정리해야 돼서 고민스럽다. 일부는 냉동실로 보내도 가져가야 할 음식이 가방 하나를 채웠다. 동해에 있는 동안 알뜰히 먹어야지.
차로 운전해서 가야 하니 편한 옷을 찾아서 입고 바람막이까지 걸치고 보니 어딘가 익숙한 어르신의 복장이 되었다. 괜찮아, 편한 게 제일 좋다.
집을 나서는데 화분을 파는 사람과 문 앞에서 딱 마주쳤다. 화원을 차리는 게 본인의 꿈이지만 아직 여건이 되지 않아 행상을 하는 중이라 한다. 며칠 전 몇 블록 떨어진 길거리에서도 만났었는데, 여기까지 화분들과 걸어오시다니 정말 열심이신 듯하다. 화원을 갖고 싶다는 꿈이란 식물이 좋은데 생계가 필요하기 때문일까, 화원 운영하는 것 자체가 꿈인 걸까 문득 궁금하다.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마냥 좋아하는 일만 하기에는 어려운 나라서 그런가 보다.
주유와 세차를 하고 깨끗하고 기분 좋게 여행을 시작해 본다.
바쁜 일도 없고 해서 국도로 가기로 한다.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 내 마음과 같은지, 고속도로처럼 칼치기하며 지나는 차도 없고 여유로운 것 같다. 멍하니 풀어진 마음으로 운전하다 길이 나누어지는 곳에서 다른 곳으로 갈 뻔했으니 조금은 주의를 해야겠다.
무엇이 내게 정말 기쁨을 주는지
돈인지 명옌지 아니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인지
'포르테 디 콰트로' 버전의 '길' 노래가 흘러나온다. '팬텀 싱어 올스타전' 프로그램의 곡들 중 가장 좋아하는 노래이다. 이제 세상을 좀 알게 되어서 그런가 전부터 알던 노래였지만 가사도 새삼스레 좋고, 중창의 합도 정말 조화로워 아름다운 곡이 되었다.
이번 주말은 비가 온다고 했다. 날은 흐리고 벚꽃은 이제 꽃망울을 맺었거나 조금씩 피기 시작한다. 지금 떠나는 이 여행은 시기도 애매하고 날씨도 나쁠 테니 좋은 때라고 할 수는 없겠으나, 일단 당장은 한적한 분위기여서 그냥 좋다. 무언가 아쉬울 땐 다른 좋은 면에 대해서 생각하면 금방 기분이 나아진다. 단점만 있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