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볼까 -태국 끄라비 #5 | 190308-3
일정
아오낭 - 7 섬 투어 - 타폼 클롱송남 - 와리락 온천 - 블루 풀, 에메랄드 풀 - 끄라비 타운
저녁 식사를 마치고 와리락 온천 리조트로 이동한다.
태국에 온천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여행 전에 숙소를 검색하다 우연히 이곳을 알게 되었다. 관광지에서 먼 끄라비 내륙에 있으니 가기도 어렵고, 숲 속에 있어서 보안도 허술해 보이고 등등 여러 가지 걱정이 되어 갈지 말지 고민을 꽤 했었다. 다행히 유나 님도 온천을 좋아하고 숙소도 괜찮아 보이니 가자고 하셔서 이 곳에 올 수 있었다. 따지고 보면 여기에 오기 위해서 차 렌트도 계획한 것이었는데, 여러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지나고 보니, 휴식을 원한다면 이곳이 단연 최고의 숙소 이리라 생각된다.
https://www.google.com/maps?cid=6307187499595148726
숙소로 가는 길은 해가 이미 다 져버리고, 시골 동네라서 가로등도 없이 아주 깜깜했다. 한 번은 길을 잘못 들어 공터에서 돌아 나오기도 했다. 겨우 사람을 찾아 길을 물어도 태국 주민의 말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거의 다 와서 구글 내비게이션에 의지하며 숲 속 길을 지나가는데 이정표도 안 보이고 과연 숙소가 나올 것인 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차를 타고도 숲길을 꽤 오랫동안 지나왔다. 역시 초행길은 어렵고 외국의 어두운 숲 속 밤 길은 더욱 무섭다. 밤엔 절대 오지 말아야지. 특히 혼자는 못 오겠다. 끈기 있게 길을 따라 겨우 도착을 했더니 죄송스럽게도 직원분들이 여러 명이나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고생 끝에 도착한 리조트는 기대보다 훨씬 좋았다. 늦게 도착해서 밤에 볼 때도 좋았지만 다음날 아침에 보고는 정말 좋아서 기절할 뻔했다. 좋다는 말을 셀 수 없을 정도로 계속하며 감탄했던 것 같다. 1박에 오만 원 정도였는데 이삼십만 원을 주고도 이렇게 좋았던 곳이 있었던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첫째 좋은 점은 이곳이 풀과 꽃과 나무로 가득하다는 것이다.
리조트 전체가 잔디로 덮여있고 꽃과 나무도 많다. 숲 안에 그냥 집만 지은 것 같은 느낌이다.
게다가 숙소도 거의 나무로 되어있고, 침대, 옷장, 장식장 등 가구까지도 나무로 만들어져 있다. 숙소는 기둥을 받치고 2층 정도의 높이에 지어져 있다.
두 번째는 온천이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아오낭에서 일일 투어로 이 근처 에메랄드 풀까지 온천을 하러 오기도 하는데, 이곳에 묵으면 운영 시간(밤 9시까지) 내에 원할 때는 언제든 온천을 할 수 있다. 야외에 시설도 예쁘게 잘 꾸며놓았고, 온도가 각각 다른 온천 탕이 열 개 넘게 있어서 뜨거운 곳과 미지근한 곳을 골라 다닐 수 있다. 맑은 하늘과 푸르른 나무, 그 사이로 비치는 아름다운 햇살, 그리고 새와 벌레 소리들이 몸과 마음속의 긴장을 놓아주도록 도와주었다.
도착한 날 밤에도 늦었지만 바로 온천으로 갔었다. 어두운 밤 숲 속에 온천이라니 분위기도 기분도 좋았다. 하늘엔 많은 별이 반짝이고 있고, 따뜻하거나 뜨겁고 미지근한 온천 탕들을 오가니 그간의 모든 긴장이 다 풀리는 듯했다. 온천을 하는 동안에 오는 사람이 없어서 이곳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세 번째는 마사지이다.
숙소 예약할 땐 얘기가 전혀 없었는데 웰컴 마사지를 해주신다고 했다. 늦게 도착한 것도 죄송한데 마사지까지 받아도 되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아무리 휴양을 위한 리조트라지만 이런 서비스는 처음이라 얼떨떨했다. 한 직원은 숙소에 짐을 들어주시고 다른 한 분은 이용 안내를 해주시고 두 분은 마사지 준비를 하셨다. 먼저 물에 발을 담가 스크럽을 해주고, 발 마사지를 해주셨다. 유나 님이 사진을 찍으려 하자 직원분이 카메라를 달라고 하시며 사진까지 찍어주셨다.
그다음엔 우리를 침대에 누워 눈을 감게 하였다. 금속으로 만든 대야의 윗면 주위를 작은 막대로 돌리며 절에서 종을 치는 것과 비슷한, 그것보다 훨씬 약하지만 무거운 소리를 내었다. 우우웅 하는 소리를 귓가에 번갈아 가까이 와 들려주었는데 그 대야를 문지르며 나는 소리가 마음을 차분히 하고 진정이 되도록 해주었다. 저렴한 금액에 비해 매우 황송한 서비스였다. 자기 바로 전에 서비스를 받으면 푹 잠들 것 같다.
다음 날 밝을 때 보니 산책길에 폭포도 있고, 리조트 소개 페이지에서 봤던 야외 마사지 장소도 있었다. 아마 어제의 웰컴 마사지를 생각해본다면 야외 마사지는 아주아주 좋을 것이다. 저기서 새소리를 들으며 마사지를 받아야 되는데 정말 좋을 것 같은데 시간이 안되니 너무 아쉽다. 그래도 이렇게 좋은 곳을 알게 되었으니 다음에 쉬고 싶을 때 다시 찾아와야겠다.
첫날 온천을 다녀와서는 바로 잘 준비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집에서 잘 때 가끔 구글 홈에서 제공하는 '시골 밤(Country night sounds)' 소리를 재생시키는데 눈을 감고 있으니 그와 똑같은 벌레 우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기분은 아주 다른데, 집에 가서도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오늘의 이 기분을 떠올리며 잠들어야겠다.
이 곳이 좋은 부분의 네 번째는 조식이다. 하루 묵고 나서 오전에는 이 근처를 둘러본 뒤 피피 섬으로 가야 했기 때문에 아침 일찍 식사를 하러 나왔다. 이른 아침이라 조용하였고, 식사하러 가는 길도 식당도 자연의 안에 있어서, 그 안에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들 중의 아주 작은 하나가 된 것과 같아 어쩐지 안심이 되고 평화로운 기분이 들었다.
조식 종류는 다양하고 풍족했고, 수박 슬러시도 볶음면도 밥도 다 맛있었다. 허브티를 마셨는데 티백이 정말 귀여웠다.
이제 떠날 준비를 해서 신비로운 블루 풀을 보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