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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지우개 Jun 28. 2023

나무

김구[백범일지]를 읽고

나무가 되어야겠다     


바람이 불어도

새가 뒤흔들어도

절대 움직이지 않는     


나무는

안에서 조금씩

들키지 않을 만큼만

움직이고 있었다

소리 없는 들썩거림

껍질이 바짝 말라 갈라지도록

나무는 평생 테를 가라앉혔다     


꿈쩍도 않는 것이

형벌이자 선물이라

나무는 운다

우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눈물마저 부끄러워지는 날엔

빗물에 얼굴을 씻는다


그러던 어느 날 나무가

달리기 시작했다 바람보다 빨리 새보다 높이

세상을 움켜쥐고 달리다가

나무는 우뚝 멈춰버렸다

잎을 흔들던 새마저 바람이 불어 날아가 버리자

나무는 스스로 발을 묶었다


그리하여

모든 나무는

벼랑 끝 움켜쥔 손을 떼듯*

땅으로 떨어진 것이다


쿵 쿵 쿵

나무를 스칠 때마다

나무가 땅으로 추락하는 소리


가만히 선 나무 곁에서

나는

나무가 되어야겠다



*得樹攀枝未足奇(득수반지미족기)

懸崖撒手丈夫兒(현애살수장부아)

벼랑에서 가지 잡고 오르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니고,

움켜잡은 그 손마저 놓아야 대장부라 할 수 있으라.

자문자답 끝에 비로소 죽을 작정을 하고 나니, 가슴 속에서 일렁이던 파도는 어느덧 잔잔해지고 백 가지 계책이 줄지어 떠오르기 시작했다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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