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정신없이

그림 그리다 너를 만나다

by 물지우개

주위를 둘러본다

어느 곳에 눈이 머문다

카메라 프레임에 그곳을 담는다


사진을 들여다본다

어느 것은 빛나고 어느 것은 어둡다

어느 것은 선명하고 어느 것은 희미하다

어느 것은 늘리고 어느 것은 줄인다

어느 것은 담고 어느 것은 버린다


색을 고른다

빛을 칠한다 섞는다 문지른다

어둠을 덮는다 긁는다 긋는다 젓는다


그만할까 더할까

후회하다 뿌듯했다

미동으로 시작해서 움찔, 끝날 때까지

모든 순간 신중하다 고민했다, 정신없이

그래

그리는 동안 정신없었다


정신 차리고 살다 정신없이 죽는다

정신 차리고 만나다 정신없이 헤어진다

내 주위에 네가 있었다 너를 담았다 너를 그렸다

모든 순간 또렷했고 정신없었다


생의 어느 때고

정신 차리지 않은 적도

제정신인 적도

결국, 없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희미한 빛이 되는 존재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