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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우리는 왜 아바타로 소통하게 될까?!

레디 플레이어 원이 예견한 미래는 결국 버추얼 콘텐츠의 미래

by 미술관

AI 시대, 우리는 왜 아바타로 소통하게 될까?!

레디 플레이어 원이 예견한 미래는 결국 버추얼 콘텐츠의 미래


2018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레디 플레이어 원'은 단순한 SF 블록버스터가 아니었다. 영화 속 오아시스(OASIS)라는 가상세계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독특한 아바타로 활동한다. 주인공 웨이드는 파시발이라는 이름의 아바타로, 아르테미스, 에이치, 다이토, 쇼 등 다양한 형태의 아바타들과 교류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대부분이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고, 오히려 기계적이거나 판타지적인 형상, 때로는 기괴하기까지 한 모습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단순히 영화적 상상력의 산물로 여겨졌던 이 설정이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2025년 현재 놀라울 정도로 현실적인 미래 예측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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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콘텐츠 제작 도구의 민주화

최근 AI 기술의 발전은 버추얼 콘텐츠 제작의 진입 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있다. 과거 전문 스튜디오와 고가의 장비, 전문 인력이 필요했던 버추얼 아바타 제작이 이제는 개인 크리에이터도 손쉽게 할 수 있는 영역이 되었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아바타 디자인 툴은 접근이 어렵지 않다. 실시간 모션 캡처 기술의 대중화로 AI 기반 음성 변조 및 립싱크 기술 등이 결합되면서 누구나 쉽게 자신만의 버추얼 페르소나를 만들어 활동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우리나라의 이세계아이돌을 비롯해 일본의 홀로라이브, 그리고 수많은 개인 버튜버들의 성공은 이러한 기술적 진보가 만들어낸 새로운 콘텐츠 생태계의 단면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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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의 그림자, 그리고 ‘아바타’라는 해법

그러나 AI 기술의 발전은 양날의 검이다. 초상권 침해와 딥페이크 문제는 이미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누군가의 얼굴과 목소리를 완벽하게 복제할 수 있는 기술은 개인의 정체성과 진정성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바로 이 지점에서 버추얼 아바타가 흥미로운 대안으로 떠오른다. 레디 플레이어 원의 캐릭터들처럼 굳이 자신의 실제 모습을 디지털 세계에 그대로 재현할 필요가 있을까? 오히려 독특하고 창의적인 캐릭터로 자신을 표현하면서도 개인의 정체성을 보호할 수 있다면 이것이 더 안전하고 자유로운 소통 방식이 아닐까?

실제로 많은 버튜버들이 자신의 실제 모습을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수십만, 수백만 팬들과 진정성 있는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캐릭터라는 가면을 통해 오히려 더 솔직하고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한다. 딥페이크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우면서도, 창의적인 자기표현이 가능한 새로운 정체성의 형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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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의 진화 : 셀피에서 아바타 일상으로

이러한 변화는 일상적인 SNS 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제페토, 이프랜드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는 사용자들이 자신의 아바타로 일상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살짝 보여줬다. 당시에는 이 부분에 공감대를 쉽게 얻지 못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결국 가까운 미래에는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에서도 실제 얼굴 대신 자신만의 아바타가 카페를 방문하고 여행을 떠나고, 친구들과 만나는 모습을 공유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프라이버시 보호를 넘어, 외모나 나이, 성별의 제약 없이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자유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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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콘텐츠는 AI가 지닌 문제의 해결책이자 새로운 기회의 대상

AI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딥페이크와 초상권 침해 문제는 역설적으로 버추얼 콘텐츠 산업의 성장을 가속화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이 디지털 세계에서의 안전한 정체성을 추구하게 되면서, 버추얼 아바타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버추얼 콘텐츠 산업은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K-pop과 결합한 버추얼 아이돌, 웹툰과 게임 캐릭터를 활용한 버튜버, AI 기술을 접목한 인터랙티브 콘텐츠 등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KOCCA를 비롯한 정부 기관의 지원과 민간 기업의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가운데 한국은 글로벌 버추얼 콘텐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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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전성시대의 도래

레디 플레이어 원이 그려낸 미래는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다. AI 기술의 발전은 버추얼 콘텐츠 제작을 민주화하는 동시에, 딥페이크라는 새로운 위협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해답 역시 버추얼 콘텐츠 안에 있다.

우리는 곧 '나'를 표현하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디지털 세계에서 '진정한 나'는 무엇인가? 실제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것인가, 아니면 내가 선택하고 창조한 아바타인가?

버추얼 콘텐츠는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새로운 정체성과 소통의 방식을 제시하는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다. 레디 플레이어 원의 오아시스처럼 우리도 곧 각자의 독특한 아바타로 더 자유롭고 안전하게 소통하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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