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 지금

by 청리성 김작가
어쩔 수 없는 시간과 마주하지 않기 위한 시간


무언가를 하고자 마음먹을 때, 가장 좋을 때는, “지금”이라는 말이 있다.

무엇을 하더라도, ‘내일’이나 ‘나중에’, ‘이따’가 아니라 ‘지금’이라는 말이다. 운동을 해야 할 때, 책을 읽어야 할 때, 가족과 함께 있어야 할 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야 할 때, 잘못했던 사람에게 용서를 구해야 할 때 등등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이나 계획한 것들을 해야 할 가장 좋을 때는, 지금이다.


‘지금’은, 물리적인 시간의 의미도 있지만, ‘오래 지나지 않은 시간’을 의미한다.

지금 당장 해야 할 것도 있지만, 너무 오랜 시간 미루거나 멈추지 말라는 것이다. 미루고 미루다 보면, 하고 싶을 때가 아니라, 해야 할 때가 된다. 나의 의지가 아닌, 타의에 의해 할 수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내 발로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끌려가게 된다. 좋아하는 음식도 내키지 않을 때, 타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한다면, 고문이 된다.


미루지 말아야 하는 이유와 그와 동반되는 꾸준함에 대해 잘 알려주는 표현이 있다.

‘걸어야 할 때 걷지 않으면, 뛰고 싶지 않을 때 뛰어야 한다.’ 걸어야 하는데 걷기 싫다고 주저앉아 있으면, 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긴다. 지금 조금씩 해나가는 노력을 하면, 갑자기 뛰어야 할 상황을 막을 수 있다.


어릴 적, 방학 숙제 중에, 일기가 가장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매일 저녁 그날의 일기를 썼다면 문제가 없지만, 개학 하루 전날, 그것도 저녁에 밀린 일기를 쓰기 시작할 때가 있었다. 조급한 마음을 따라가지 못하는 손 때문에 글씨는 개발 새 발이 되고,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는 일기가 된다. 다음 방학에는 매일 쓰기로 다짐하지만, 방학이 되고 하루 이틀 미룬 일기는, 다시 방학 마지막 날에 후회와 함께, 책상에 머리를 박고 써야만 했다. 매일 썼다면, 방학 마지막 날 저녁도 지금까지 보내온 방학 저녁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마지막 방학 저녁이 된다.


새로운 것을 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바로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작하기 전부터 거창한 생각들로, 차마 행동으로 연결되지 못하게 만든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운동이다. 운동을 미루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은, ‘시간이 없어서….’이다. 운동은 시간이 남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내서 해야 한다. 시간을 내야 하고 운동시설에 가야 하고 그곳에서 옷을 갈아입고 운동을 하고 다시 씻고 옷을 갈아입어야 하고…. 번거롭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것도 많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것, 점심을 먹고 잠시 걷는 것, 샤워하기 전에 5분 정도 스트레칭을 하는 것 등 마음만 먹으면, 잠깐 동안 할 수 있는 것이 많다.


마음 챙김도 그렇게 할 수 있다.

흐트러지고 복잡한 마음을 추스르고 싶을 때, 어딘가로 떠나거나 어떤 프로그램을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 5분 정도 고요하게 눈을 감고 있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주변 산에 오르거나 산책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지금 매일 조금씩 마음을 챙긴다면, 언제 어느 때 닥칠지 모르는, 외부의 흔듦에 조금은 의연하게 버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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