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청원

by 청리성 김작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닌, 필요한 것을 청하는 마음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라는 말은 자주 듣는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사람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먹고살기 위해, 지금 하는 일을 한다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젊은(?) 친구들한테 가끔, 무엇을 좋아하고 하고 싶은지 물어본다. 예상외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른다는 친구가 많다. 좋아하는 것을 모르니, 좋아하는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얘기 같다.

필자는 체육 교사의 꿈을 가지고 노력했지만, 체육 교사가 되지 못했다.

뜻하지 않게 다른 길을 걷게 되었고, 15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임용시험을 더 준비할 여력이 되지 않았던 이유는, 결혼하고 첫째 아이가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슨 일이든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뜻하지 않은 길을 가게 되었을 때, 이런 생각을 했다. ‘좋아하는 일은 하지 못하고, 좋아하기는커녕 알지도 못하는 분야의 일을 어떻게 해나갈 수 있을까?’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먹고살기 위해서만 하는 것이 싫었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해 봤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지금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은 어떨까?’ 그 덕분인지, 지금까지도, 하는 일이 재미있다는 것을 복으로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과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은 달라 보이지만, 다른 건 하나뿐이다. 좋아하는 시점이다. 먼저 좋아했는지 나중에 좋아하는지가 다를 뿐이다.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은, 지금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무조건적 수용이 아니라, 적극적 수용이다.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는, 한 편의 시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지금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다.

원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자세히 보지 않아서이고 오래 보지 않아서다. 예쁘지 않고 사랑스럽지 않으니, 원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진다. 원하지 않는 상황도, 내 인생이다. 내 인생을 내가 자세히 보지 않고 오래 보지 않는데, 어떻게 예쁘고 사랑스럽게 느껴질 수 있을까? 내가 예뻐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는데, 타인이 내 인생을 예쁘게 그리고 사랑스럽게 봐줄 수 있을까? 내 앞에 펼쳐진 모든 상황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닐 수는 있지만, 나에게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믿고 묵묵히 나아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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