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보상

by 청리성 김작가
받은 것보다 받지 못한 것에 집중할 때 생기는, 어두운 마음


자신이 희생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마음에 보상 심리가 담겨 있다.

어떻게든 보상받으려는 마음이 크기 때문에, 모든 행동에 정당성(正當性)을 부여한다. 정당하지 않은 행동에도, 정당성을 부여한다. 아무도 인정하지 않지만, 자신은 당연히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것은, 자칫 죄로 물들여지기도 한다. 반면, 자신이 혜택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마음에 감사함이 담겨 있다. 어떻게든 보답하려는 마음이 크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도, 감안해서, 좋은 점을 찾으며 이겨내기 위해 노력한다.

보상 심리가 부정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는, 다양한 형태로 벌어졌고 벌어지고 있다.

전쟁이 끝나고 전역한 군인 중에, 공공장소에서 행패를 부렸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전쟁에서 고생했던 시간을 보상받을 방법이 달리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버스나 식당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행패를 부렸다고 한다. 괜히 애꿎은 사람들만 당했다. 가장의 폭력도 그렇다.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집으로 가져와, 아내나 아이들에게 쏟아낸다. 자신만 희생하고 있다는 생각이, 분노를 참지 못 하게 한다고 한다. 거래처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부하직원에서 쏟을 때도 있다. 일 처리를 잘못해서 문제가 발생한 경우라면, 따끔하게 혼을 낼 수 있다. 하지만 교정의 의미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풀기 위한 것은, 어떤 이유라도 옳지 못하다. 필자도 한때, 그랬던 적이 떠올라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보상 심리를 발산하는 대상을 보면, 약자다.

자신보다 약한 사람에게 쏟아붓는다. 어쩌면 그들이 쏟아부은 상처와 스트레스도, 누군가에게 받은 것을, 보상받기 위한 행동일 수 있다. 그렇게 자신보다 강한 사람에게 받은 것을 자신보다 약한 사람에게 전달한다. 어깨를 마주 대고 일렬로 서서 구슬을 전달하는 게임처럼, 전달받고 전달한다. 이런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은, 내가 끊겠다는 마음이다. 내가 받은 구슬을 옆 사람에게 전달하지 않고 아래로 흘려버린다. 그러면 더는, 악순환의 구슬은 이어지지 않는다.

어떻게 내 선에서 끊을 수 있냐고 반문할 수 있다.

내가 받은 것을 떠올려보면, 가능해진다. 나에게 해를 끼친 친구의 멱살을 잡고 분노의 말을 쏟아붓는다. 하지만 그 친구 입에서, 내가 그동안 잘못했던 일들이 흘러나온다. 그러면 멱살을 잡은 손에 힘이 빠지면서 스르르 내려간다. 어쩌면 이미 충분한 보상이나 혜택을 받았고, 받고 있을 수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거나 보이지 않았던 것뿐이다. 사실 필자도 그랬다. 보상 심리에 가득 차 있었다. 내가 받은 것보다 내가 한 것이 더 많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떻게든 보상을 받으려 했다. 물론 폭력이나 해코지 이런 건 아니다. 눈에 씌워져 있던 비늘이 벗겨지면서 깨닫게 되었다. 얼마나 교만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감히 내가 뭐라고.

받지 않은 것에 집중하면, 보상 심리가 발동한다.


보상 심리는 그리 좋은 친구가 아니라, 어두운 곳으로 끌고 간다. 점점 깊숙한 어둠으로 이끈다. 너무 깊숙이 들어가면, 빠져나오고 싶은 의지를 발휘해도 나오기 어렵게 된다. 출구에서 너무 멀어져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받은 것에 집중하면, 절로 고개가 숙어진다. 받은 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어떤 것에 집중하는 삶이 더 행복할까? 나는 행복해지기로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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