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말하면 보고가 되지만, 나중에 말하면 핑계가 되는 현상
어떤 공동체든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구성원이 존재한다.
회사는 이익 창출을 전제로, 업종이나 업태에 따라 그에 맞는 인력을 꾸린다. 직책에 맡는 업무가 맡겨지고, 각자는 자신의 자리에서 임무를 수행한다. 그렇게 회사는 운영이 되고, 성과에 따라 성장을 하거나 정체되기도 한다. 운영할 여력이 되지 않으면, 폐업하기도 한다.
일은 사람이 한다.
기술의 발달과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사람을 대체하는 시스템이 많이 갖춰지고 있지만, 그래도 일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식당에서 메뉴를 주문하거나 은행에서 입출금을 하는 등의 단순한 일은, 기계로 많이 대체됐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일이나, 전문성을 요구하는 일은 아직 기계가 대체할 수 없다.
사람이라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실수’다.
물론 기계도 오작동이 일어나거나 시스템에 오류가 생기면 문제가 발생한다. 사람은 실수를 거름 삼아 성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수를 통해 간과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복기하면서 어떤 판단을 해야 했는지 깨닫게 된다. 이후에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 판단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이런 경험들이 쌓여 생기는 힘이, ‘경력’이다.
경력자는 자신이 경험했던 일을 바탕으로, 후임들을 안내한다.
반복적으로 실수가 발생할 수 있는 업무에 대해서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자신이 경험했던 실수 사례를 알려준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함께 알려준다.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되고 시간과 비용의 손해가 날 수 있는 문제는, 예방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 겪으면서 느껴야 하는 시행착오는, 최대한 백업을 하면서 지켜본다.
후임이 잘못 판단해도, 대처할 방안을 가지고 바라본다. 혼자서 낑낑대고 있을 때, “이런 방법은 어떨까?” 하면서 건네주면, 그냥 알려줄 때와는 다르게 받아들이게 된다. 모르는 문제는 고민하지 않고 답을 보면 금방 잊히지만, 고민하다 안돼서 답을 보면 오래 기억되는 것처럼 말이다.
문제 상황을 발생하게 하지 않거나, 최소화하는 방법이 있다.
각자의 위치에서 조치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작은 것이라도 빠르게 보고하는 시스템이다. 작은 문제를 끌어안고 있다, 큰 문제로 번지게 하는 사례가 있다. 고객의 작은 불만을 바로 조치했으면 그냥 넘어갈 수 있었는데, 시간을 끌면서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아, 큰 보상을 해줘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시스템이라고는 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분위기다.
자신이 조치할 수 없는 것이나 작은 문제를, 바로 보고할 수 있는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으면 어렵지 않게 바로 이야기하고 조치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조성되면, 혼자서 어떻게든 막아보려다 되레 큰 문제로 키우게 된다.
후임이 문제 상황을 바로 보고할 수 있게 하는 분위기는 어떤 걸까?
무조건 잘해주는 것이 답은 아니다. 그러면 오히려 더 감추게 된다. 얘기하지 않으면 모를 거로 생각한다. 얘기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알 거라는 생각이 들면, 바로 얘기하게 된다. 후임이 하는 업무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 그렇게 된다. 보고 있다고 느껴지면, 언제가 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더해, 그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실수는 보듬어주고 가르쳐주어야 한다. 잘못이 아니라, 몰라서 그렇다는 것을 알려줘야 위축되지 않는다.
후임으로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바로 보고해야 하는 이유는 이렇다.
필자가 후배들한테도 자주 언급하는 말이다. “먼저 말하면 보고지만, 나중에 말하면 핑계가 된다.” 선임이 문제 상황을 인지하기 전에 말하면 보고가 된다. 하지만 인지하고 물어봤을 때 말하면 핑계가 된다. 같은 말이지만 시점에 따라 보고가 될 수도 있고 핑계가 될 수도 있다. 어차피 언젠가는 알게 될 거라면, 핑계 대는 사람으로 인식되기보다, 보고하는 사람으로 인식되는 게 낫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