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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걱정

by 청리성 김작가
당겨오면 당겨올수록 산란해지는 마음


오래전에 함께 근무했던 직원이 퇴사하기 전에, 한 말이 있다.

“리더는 어려운 사람일 수는 있지만, 불편한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필자를 향해서 한 말은 아니다. 필자보다 위에 계시던 분을 향해, 하소연하듯 했던 말이다.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생각인지 어디선 본 내용인지 알 수는 없지만, 매우 의미 있게 다가왔다. 어려움과 불편함의 차이를, 깊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렵다’라는 느낌은, 무게로 따지면 가볍지 않다는 말로 해석된다.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할 때, 가볍게 여기지 않고, 신중하게 하게 된다. 한 번 더 생각한다. 지금 하는 말이 사실인지 확인해보고, 근거가 있는 자료인지 살펴보게 된다. 그래야 질문받았을 때,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 어려움을 느끼게 하는 리더는, 고목과 같다. 마주하면 숙연해진다. 있는 그대로 말해야 할 것 같고, 마음을 그대로 열어 보여야 할 것 같다. 거짓을 말하거나 속일 수 없다. 다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을 풍기기 때문이다. 어려운 리더는, 구성원을 성장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불편하다’라는 느낌은, 체기와 같은 느낌으로 해석된다.

답답하고 마음이 어수선하다. 안절부절못하게 된다. 사실이나 근거가 있는 말을 하기보다, 상대방이 들었을 때 좋아할 만한 말을 하게 된다. 자기 생각과 다르더라도 그 사람이 좋아할 것 같은 말을 하게 된다. 생각이 다른 것을 바꾸는 것은 그렇다고 쳐도, 옳지 않은 것에 동의해야 하기도 한다. 그럴수록 마음은 더욱더 체기를 느끼면서 혼란스러워진다. 가장 좋지 않은 것은, 항상 불안함을 품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먼저 우려하면서, 다시 불안한 마음을 부여잡고 불편함을 느낀다. 불편한 리더는, 구성원의 정신을 갉아먹는다.


어떤 공동체라도, ‘어려운 리더’와 ‘불편한 리더’가 있다.

위에 설명한 것처럼 극단적인 예가 아니더라도, 함께하는 리더를 떠올려보면, 어려운 리더나 불편한 리더로 갈리게 된다. 좋은 느낌을 주는 리더라고 한다면, 전자의 편에 세우게 된다. 어렵더라도 함께 하고 싶은 리더다.


불편한 리더가 있는 공동체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함께 하고 싶지 않다고 공동체를 떠나야 할까? 어디를 가도 이런 사람 하나쯤은 있을 텐데 말이다. 불편한 리더와 함께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우려를 예측하지 않아야 한다. 지금까지의 사례로 봤을 때, 어떠어떠한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그렇다고 걱정을 미리 당겨올 필요는 없다. 상황이 생기면 그때 생각하고 대응해도 늦지 않다. 미리 걱정한다고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것도 아니고, 상황이 벌어졌을 때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상황이 벌어지는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이다.


‘걱정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라는 말이 있다.

걱정을 먼저 해서 도움이 될 건 하나도 없다는 말이다. 걱정한다고 걱정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내 마음의 평화를 깨는 건, 불편한 누군가가 아니다. 자신 스스로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으로 당겨와 끌어안고 있으니, 마음이 편할 리 없다. 단박에 마음을 그렇게 먹을 순 없지만, 막연한 걱정과 두려움으로 움츠릴 필요 없다. 자신이 해야 할 일 그리고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훨씬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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