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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뜻

by 청리성 김작가
나에게 초점을 맞추면 걱정이 되지만, 하늘에 맞추면 빛이 되는 것


내가 생각하거나 계획한 대로 되지 않으면, 실망하거나 좌절하게 된다.

‘왜, 나한테’라는 생각은, 안 좋은 모든 상황이 나에게 쏠린 것 같은 느낌마저 들게 한다. ‘머피의 법칙’처럼, 일이 풀리지는 않고 갈수록 꼬이기만 한다. 내가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은 좋아 보이는데, 나만 재수가 없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뒤로 넘어졌는데, 코가 깨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생각은 걱정의 무게만 키울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첫째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어, 첫 시험을 치르고 있는 주간이었다.

동년배 아이들이 너무 열심히 공부한다며, 많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필자가 볼 때는, 우리 아이도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다. 수시전형으로 교육대학교를 지망하려는 아이이기에, 내신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너무 강하다. 그래서 걱정의 무게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것으로 보였다. 밥을 먹으면서 격려와 함께 조언해 주었다.


충분히 열심히 하고 있고, 이제 시작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위로해 주었다.

다른 아이들의 성적은 네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니, 네 공부만 신경 쓰라고 조언도 해주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나 걱정해서 해결할 수 없는 일은 마음에서 놔두라고 했다. 하지만 그 어떤 말도 아이의 마음을 안심시켜줄 순 없었다. 걱정의 무게가 더 무거웠던 것으로 생각된다. 마침내 아이는 밥을 먹다가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너무 안쓰러웠지만, 이 또한 아이가 견뎌내야 할 하나의 과정이라 생각하며, 잘 이겨내길 바라고 기도해 주었다.


아이에게 이야기해 준 것처럼, 이 문제는 부모가 어찌할 수 없는 문제다.

해결해 줄 수 없는 거다. 해결해 줄 수 없다면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을 도와주며, 잘 이겨내길 응원해 주는 것 말고 방법이 없다. 밥 먹으면서 했던 것처럼, 언제나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여건 안에서 격려와 조언을 해준다. 또한 마음의 무게를 덜 수 있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아이가 거부하더라도, 농담을 건네고 장난도 친다. 시험 끝나면 하고 싶거나 먹고 싶은 것을 물어보고, 함께 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번에는 시험을 마치고, 빔으로 야구를 보면서 치킨을 먹었다.


‘왜 나한테’라는 생각이 들 때, 이렇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 상황이 무슨 의미일까?’라고 생각해 보는 거다. ‘왜?’라며 거부하는 마음을 젖히고, ‘무슨?’이라는 마음으로 의미를 찾아본다. 지금 상황이 시련으로 느껴지는 것은 힘들기 때문이다. 마음이 힘들고 몸이 힘들다. 때로는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온통 그 생각에 갇히게 된다.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포승줄이 되어, 생각은 물론 온몸을 묶는다. 하지만 가만히 돌이켜보면 알게 된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는 사실을 말이다.


첫째 아이도 지금은 매우 힘들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깨닫게 되리라 믿는다.

동년배 아이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통해 동기부여를 받아, 자신도 긴장을 끈을 놓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할 수 있다. 자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묵묵히 자신의 공부를 할 수 있다. 그리고 함께 응원해 주고 격려해 주는 가족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리라 생각된다. 시간이 지나면 이 모든 것이 행복한 추억이 되리라 생각한다.

힘든 상황에서 메시지를 찾는 노력은, 시선을 바꿔준다.

어둠이라 생각했지만, 빛을 발견하게 된다. 걸림돌이라 생각했지만, 디딤돌임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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