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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흡수

by 청리성 김작가
『사랑을 표현하는 한 부분으로, 때로는 아픔을 감수해야 할 때도 있는 마음』

지난달, 신축한 호텔에서 심포지엄을 진행했다.

자연 안에 있는 호텔이라 공기도 좋고 경치도 참 좋았다. 하지만 새로 만들어진 호텔이다 보니 시스템에 문제가 많았다. 여기서 말하는 시스템은 기계적인 것도 있지만, 운영되는 프로세스와 사람에 대한 부분도 포함된다. 심포지엄이 진행되는 호텔에서는 크게, 숙박을 위한 객실과 식사를 위한 식당 그리고 강연이 진행되는 강의장으로 구분되어 운영된다.


객실은 호텔의 객실 타입에 따라 참석자에게 객실을 배정한다.

도착하는 순서나 기타 요구 사항에 따라 배정을 하는데, 원활하게 이루어질 때도 있지만 호텔 사정 등에 의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상황도 발생한다. 정비가 늦게 이루어져 참석자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고, 객실에 들어갔는데 정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도 있다. 심지어,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그 안에 투숙하는 사람이 있을 때도 있었다. 매우 큰 문제로 불어질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인데, 실제 경험한 건 한 번이고 건너서 들었던 사례는 두 번 정도 된다.

식사는 호텔에 있는 식당에서 이루어진다.

참석자에게 식당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사전에 예약하도록 안내한다. 그래야 현장에서 오래 기다리지 않고 강의 시간에 맞춰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이 바뀌어 현장에서 예약 변경을 요청할 때도 있는데, 예약자가 많지 않으면 어렵지 않게 변경할 수 있다. 하지만 객실이 만실이 될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몰리면 쉽지 않다.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거나, 참석자에게 상황을 잘 설명해서, 기존 예약대로 진행하도록 유도한다.


강의장은 심포지엄이 운영되는 곳으로 매우 중요하다.

가장 오랜 시간 준비하고 확인하는 시간을 갖는 곳이다. 기본적으로 강의 슬라이드를 띄우는 빔프로젝터나 LED 스크린을 확인한다. 목소리를 전달하는 마이크와 음향을 확인한다. 강연자와 강연을 이끌어가는 좌장의 자리와 필요한 사항을 확인한다. 참석자 자리에 놓일 물품을 세팅하고 메시지를 노출할 다양한 제작물을 설치한다. 다 준비가 되어도 수시로 확인하고 점검한다. 그래야 실제 진행이 될 때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다.


지난달에 진행된 호텔은, 다양한 문제가 있었지만, 음향 관련된 부분이 가장 두드려졌다.

호텔의 음향을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돼, 음향 시스템을 가지고 들어갔다. 잘 준비된 음향으로 성공적인 심포지엄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음향이 문제가 됐던 건 음향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공간의 문제였다. 넓고 높은, 심포지엄을 하기에 아주 이상적인 공간이라 더 아쉬움이 컸다. 문제는 이랬다. 벽에서 소리를 흡수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소리를 튕겨냈다. 메아리처럼, 소리가 울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강연은 자료를 보여주는 화면도 중요하지만, 음향이 더 중요하다.

강연자의 목소리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슬라이드가 나오지 않더라도, 강연자의 목소리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하지만 슬라이드만 있고 강연자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면 참석자는, 어느 정도 이해는 하겠지만, 정확한 내용을 받아들이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흡수하는 게 이렇게 중요한 부분이었는지 사실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 계기로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


흡수가 사랑의 한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타인의 말을 튕겨내는 사람과 흡수하는 사람이 있다. 튕겨내는 사람은 상대의 말을 듣기보다 그에 대한 반박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때로는 무슨 말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반박하기도 한다. 타인의 말보다 자신의 말을 관철하고 중심에 서기를 바란다. 옳은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지만, 함께 하기 불편한 사람이다.


흡수하는 사람은 이와 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상대의 말을 잘 듣는 사람이기도 하고, 반박하고 싶지만, 상대를 위해 참는 마음으로 삼키는 사람이다. 때로는 그 말이 잘 넘어가지 않아 많은 애를 써야 할 때도 있고, 많이 아플 때도 있다. 하지만 상대를 위하는 마음, 그것 하나로 삼켜 넘긴다.


사회에서는 이런 사람을 ‘바보’라고 부른다.

‘바보’라는 단어를 들으면, 故 김수환 추기경님이 떠오른다. 그래서 ‘바보의 나눔’이라는 재단도 생겨났다. 진정한 바보의 모습은, 몰라서 당하는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품는 사람이다. 튕겨내려는 본성을 참고 흡수하는 마음을 갖는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십자가에 달리신 분이 그러하셨고 그 뒤를 이어 많은 분이 그런 삶을 살아내셨으니, 동참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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