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영화 #9 , <미안해요, 리키> (2019)

- 신자유주의 긱이코노미를 고발하며..

by 봉샘

영국영화, <미안해요, 리키> 신자유주의 긱이코노미를 고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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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나, 다니엘 블레이크> (2016)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영국 소외계층의 삶을 그려내였던 켄 로치 감독의 또 하나의 문제작 <미안해요 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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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신자유주의의 산물인 긱이코노미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전적 의미로 긱(gig)은 임시업무라는 뜻인데, 원래 영화판 같이 노동자들이 프로젝트 단위로 일시적으로 고용되었다가 그 프로젝트가 끝나면 해체되는 형대를 말한다. 현재는 우버나 배달 서비스 같이 기업들은 노동자를 독립계약자 형태로 계약하여 소비자에게 노동력을 제공하도록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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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미안해요, 리키>에서 영국 북동부 뉴캐슬에 사는 주인공 리키(크리스 하첸 분)는 부인과 자녀 둘을 키우는 가장으로서 수많은 직업을 전전하다가, 열심히 일한만큼 벌 수 있다는 말에 택배기사가 된다. 그래서 출장 간병인인 아내 애비(데비 허니우드 분)의 작은 승용차를 팔아 벤을 할부로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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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회사 지점장 멀로니(로스 브루스터 분)는 리키를 비롯한 택배 기사들을 심하게 독려하며 격무에 시달리게 만든다. 명색이 개인 사업자인 리키는 학교에서 사고를 친 아들을 위해 학교에 갈 시간조차 없이 일하지만, 열심히 일하면 일할수록 빚은 더욱 늘어만 간다. 화장실을 갈 시간이 없어서 페트병에 소변을 보면서 일해도 ‘배소 위치 추적 기술’과 개인 사업자로 분류되어 배송에 문제가 생길 시 책임을 져야 하는 구조이기에, 과도한 시간동안 강도 높은 노동을 하면서도 최저 임금에도 못하는 수입을 가져가는 ‘허울 좋은 자영업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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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경제 위기로 인해 주거래은행의 파산으로 집도 마련하지 못하는 그들에겐 매달 집세에 생활비까지 벌기 위해서 악전고투하지만, 생활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더 피혜해져가기만 한다. IMF이후에 그리고 그 이후의 경제 위기 때마다 직장에서 내몰려 비정규직을 전전해야 했던 우리나라 가장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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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서 신자유주의 속 복지제도의 맹점을 파고 든 켄 로치 감독은 그 영화 이후로 은퇴하려고 하였다 한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파트타임, 제로아워 계약 등의 형태로 일하는 긱 이코노미 노동자라는 것을 알게 되어 은퇴를 미루고 이 영화 <미안해로, 리키>를 다시 만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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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리키의 가족이 오히려 불행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영화에서 켄 로치 감독은 신자유주의 경제체게하에서 형성된 긱 이코노미의 개인 사업자들은 이 시대의 소외자들이며, 이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 고민해야 하는 문제임을 화두로 던지고 있다.

049.jpg <나, 다니엘 블레이크>

또 놀라운 것은 <미안해요, 리키>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실제로 연기 경헙이 거의 없는 실제 노동자 출신들이었다고 한다. 영화 속 택배기사 단역으로 출연한 배우들도 실제 택배기사들이어서, 실제 택배현장에서의 압박감을 몸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영화의 진정성은 연기는 좀 투박하지만 영화의 메시지를 더 진정성 있게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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