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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싱 Aug 30. 2021

세 번째 편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해요

모두가 나의 천사

 쌍둥이 임신을 알게 되었다면 임신 기간 동안 네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있어.

그건 바로 '육아도우(라고 쓰고 육아 천사라고 읽어도 무방)'를 찾는 일이야.

나 같은 경우는 직장인이었고 일을 그만둘 계획이 없었기에 육아에 대한 대책이 더욱 절실하기도 했지만, 일을 하지 않는다 해도 쌍둥이 육아에 있어서만큼 조력자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야.

나는 어떻게 했냐고?

쌍둥이 임신을 알자마자 시어머니께 합가를 선언했어.


 맞아.

합가라니. 솔직히 상상만으로도 그다지 아름답지만은 않지?

지금 생각해보면 난 참 아무것도 몰랐나 봐. 그때 누군가 내게 '조부모 육아는 대찬성이나 합가는 반댈세'라는 이야기를 강력히 해주었다면 조금은 내가 편한 육아 시절을 보낼 수 있었을까?

결과적으로 말해 나의 합가 선택은 아이들에겐 천국, 나에게는 퀘스천 마크로 남았어.

시댁은 당시 남편을 포함한 두 아들이 출가를 한 상태였고 두 분이 사시기에는 집의 사이즈가 큰 편이었어. 나는 출퇴근을 조력자의 스케줄에 메어 컨트롤할 자신이 없었고, 그렇다고 남편 역시 야근이 잦은 직종이라 합가는 모두에게(?) 해피한 결과를 낳을 줄로만 알았. 남편의 본가이자 시부모님 댁이 우리의 신혼집과 한 동네여서 신혼시절 매 주말 시부모님과 함께 성당에 다니곤 했는데 아마도 그 점이 합가를 쉽게 생각하게 된 요인이지 않았나 싶어.

나의 경우 '합가'가 상당히 할 말이 많기도 하지만, 쌍둥이 육아를 앞둔 너에게는 '조부모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중점으로 들려주려고 해.

결론부터 말해 쌍둥이 육아에 있어 조부모님의 도움은 대찬성이야.


 여기서 더 들어가 만약에 네가 '외할머니'냐, '할머니'냐를 고를 수 있다면 두 분 모두 장단점이 있어.

우선 외할머니, 즉 친정엄마의 경우 아이들보다 딸인 너를 우선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아이들이 조금 크면서부터는 '육아'보다는 '살림'에 치중해주실 확률이 커.

반대로 친할머니의 경우 집안 살림을 도와주시기보다 '손주 돌봄' 역할에 중점이 될 확률이 큰데, 사실 이건 어쩔 수가 없는 부분일 거야. 만약 두 분 다 가능하시다면 조력자는 정말이지 다다익선이라고 말해주고 싶어.

당시 나는 6개월 육아휴직을 사용했는데, 합가 한 상태에서 시어머니가 메인이 되어주시고 외할머니인 친정엄마가 시댁으로 오셔서 셋이서 함께 육아를 했어.

정말이지 얼마나 전쟁통이었는지 말 안 해도 알겠지? 나라고 시어머니와 친정엄마를 한 자리에서 도와달라고 하고 싶진 않았거든 ㅎㅎ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순간이 '상견례'였던 건 너도 기억하지?

쌍둥이 육아 백일 차쯤 때는 그런 것 따위는 정말 X나 줘버려 하는 마인드가 될 수밖에 없달까.

남편?

음. 남편의 역할은 정말 중요한데 일단 나의 남편은 아이들이 기고, 걷고 하기 전까지는 정말 무얼 할 줄 아는 사람인가 싶은 마음이 컸어. 이건 정말 개인차가 있을 수 있지만 분명 초기 육아에 만큼은 그 대부분의 책임이 엄마에게 있을 수밖에 없는 여러 구조는 어쩔 수가 없었고 나는 그 일반적인 코스에 한 치의 오차도 없었어.

그렇지만 네가 쌍둥이 육아를 앞두고 있는 만큼 강력히 말해주고 싶은 건, 지금 네가 이 글을 읽는 것과 같이 남편과의 육아 계획은 정말 면밀히 함께 나누고 상의하도록 해. 아무리 만반의 준비를 하더라도 네 성에 차지 않을 확률이 크지만 그래도 무조건 남편을 육아에서 배제시켜서는 안 돼.

특히 극초기 육아 때부터 말이야.

베이비시터를 고용하면 되지 않냐고?

슬프게도 쌍둥이 베이비시터는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야. 우여곡절 끝에 마음에 맞는 시터분을 구한데도 그만두기를 반복, 특히 시터분 혼자 쌍둥이를 케어하기 힘드니 가족이나 누군가 함께 할 수밖에 없는데 시터분들은 단독으로 돌보는 형태를 선호하기 때문에 이 또한 쉽지 않아.

나는 여기서 잔머리를 굴렸지. 육아에 있어 힘든 점은 엄밀히 말해 육아+살림을 겸해야 한다는 점이라는 부분을 포착해 그렇다면 '살림'만이라도 책임지고 맡아줄 이모님을 구해볼까 싶었던 거지.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또한 쉽지 않아. 일단 '쌍둥이 가정'이라는 점은 식구수가 많다는 점을 의미하고, 식구수가 많은 집은 프로 이모님에게 있어 기피대상이야.

몇 분의 시터분과 이모님이 우리를 거쳐갔을까?

모든 걸 포기하고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으니 하는 데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두 할머니와 똘똘 뭉쳐 육아를 했던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어.

하지만 양가의 조부모님이 돌봐주실 상황이 못된다면 어쩔 수 없이 시터분이나 이모님을 알아봐야 하는데, 그럴 때를 대비해 미리미리 출산 전부터 조력자를 고심해 확정해놓는 것이 정말 필수라는 이야기. 그게 핵심 중에 핵심이야.  


 나는 그로부터 만 십 년이라는 시간을 시부모님과 함께 살았고 그 사이 참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어. 그 얘기는 언제 따로 해보도록 할게.

나는 올해로 분가 1년 차야. 말하자면 '단독 육아' 1년 차에 접어들기도 해.

단언컨대 쌍둥이 육아는 혼자 힘으로는 거의 불가능해. 아마 가능했다면 '쌍둥이 육아, 혼자서도 가능하다'라는 제목의 브런치 글을 쓰고 있겠지? 그렇대도 굳이 가능 여부를 따진다면 사람의 힘으로 안 되는 일이 뭐가 있겠나 마는, 신생아 시절, 자박자박 걷는 시절, 첫 기관을 보내는 시절 등등 모든 과정을 고려했을 때 그래도 너 혼자 모든 걸 결정하고 고군분투하기보다는 가능하면 도움의 손길을 요청해 많은 도움을 받고 의지하고 너 역시 케어 받으며 육아하길 조언해.



 <조부모 쌍둥이 육아의 장점과 신경 쓸 점>

안 그래도 당황할 일이 많은 신생아 육아에 있어 쌍둥이 육아에서의 위기 상황은 그 당황스러움이 수십 배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육아 경험과 상식이 많은 조부모는 초보맘에게는 없는 노련함과 임기응변을 발휘해주어 쌍둥맘에게 무엇보다 큰 의지가 된다

상주 시터 혹은 이모님을 둘 게 아니라면 24시간 SOS를 칠 수 있는 유일한 의지처다. 물론 조부모님들은 무슨 죄냐 할 수도 있겠지만 쌍둥이 육아에 있어서만큼은 온 가족이 하나의 프로젝트팀처럼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아이들은 조그만 일에도 응급실 갈 일이 부지기수인데, 한 아이가 아프면 그 아이만 부모 중 한 명이 둘러업고 가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아기 둘을 데리고 응급실에 갈 수도 없고 누군가는 부모 대타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데 조부모만큼 믿고 맡길 사람이 또 어디 있을까?

전통육아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처음 기관에 들어갔을 때 아이들이 예의 바르다는 칭찬을 참 많이 들었다. 어른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예절을 익히게 되고 차분함과 예쁜 말씨는 덤이다.

워킹맘의 경우 혹여 애정결핍이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이 많은데 조부모는 부모 이상의 사랑을 건네준다. 필자의 엄마 같은 경우, 자식은 걱정과 우려가 동반되어 그저 '예쁘다'는 감정으로만 키우기가 힘든데 손주는 이미 자식을 한 차례 키워봤기 때문에 그저 사랑으로만 봐줄 수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부모는 퇴근 후 부모로서의 사랑을 듬뿍 주면 되더라.

터놓고 고민상담을 할 수 있다. 시부모님 혹은 친정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오래 보내면 물론 단점도 있겠지만 '아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면 그 얘기는 조금 달라질 수 있다. 물론 '육아 방식'에 대한 부분을 부모가 주도권을 가지고 함께 충분히 상의하길 추천한다. 육아하며 생기는 고민, 걱정, 불안들을 남이라면 조심스러울 수 있는 이야기까지 내 부모, 혹은 남편의 부모라면 조금은 터놓고 함께 상의하고 고민하고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

연로하신 조부모가 육아의 시간을 거치고 나면 좀 더 늙으시는 건 사실이다. 마음이 아프고 때로는 불편하고 다소 후회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분들께는 그 또한 행복의 시간이었음을. '육아'를 함께 하는 게 아니라 '삶을 함께하는 것'을 중점으로, 그 안에 그분들의 지혜를 배우고 답습하는 것이 그분들에겐 또 다른 기쁨이었다. 조부모가 아이를 볼 때 가장 신경 써야 할 점은 '그분들의 시간을 확보해드리는 것'이다. 운동 시간, 수면 시간, 외출 시간, 여가 시간 등을 충분히 고려해 주중, 주말 할 것 없이 그분들의 시간을 내어 드리자. 여건이 되는 선에서 용돈은 기본이다.



 나는 시어머니와 한 아파트에서 아랫집 윗집 이웃관계로 형태를 바꾸었어. 엄마인 내가 분리불안이 생긴 것은 아니고 ㅎㅎ 그 사이 시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우리의 분가 계획은 이행이 필요했고. 그 두 지점의 절충점을 찾은 결과야. 솔직히 말해 한 집에 살 때보다 왜 진작 이런 형태를 생각하진 않았을까 바보같이 뒤늦게 깨닫게 되는 요즘이야. 지금 나의 쌍둥이는 초고학년을 앞두고 있지만 지금도 '쌍둥이'라 주변의 손길이 필요할 때가 종종 있어. 그럴 때면 자연스럽게 시어머니가 나의 조력자 역할을 해주시고 그 이상의 나의 의지처가 되어주셔. 쌍둥이 육아에 있어 아마도 누군가 이토록 끊임없는 조력자가 되어준다는 것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 요건, 바로 엄마인 너와 그리고 아이들이 살아낼 방법이야.


 이쯤 하면 '쌍둥이 육아'가 너무 두려워질 것 만 같네.

힘든 점이 크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고 달콤한 사탕발림으로 너에게 기대감만 부풀어줄 수도 없다는 게 내가 해주고픈 말이야. 각오는 단단히 하되 그 과정을 지혜롭게 보낼 수 있는 대비가 가장 중요해.

하지만 앞서 말했지? 그러한 힘겨움과 고군분투 속에서도 우리가 견디어낼 수 있는 건 두 배, 그 이상의 행복이 있기 때문이라고.

다음 편지에서는 쌍둥이라서, 쌍둥이 엄마라서 행복한 점을 이야기해주려고 해.

어때, 기대되지?

   

 

Photo by Youssef naddam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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