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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싱 Aug 27. 2021

두 번째 편지. 막연한 걱정만이 밀려올 너에게

  주변의 축하에 한동안 취해 있다 보면 아마도 조금씩 배가 불러올 거야. '조금씩'이라고 표현했지만 단태아 임산부에 비하면 아마 그 속도는 2배, 어쩌면 그 이상 빠르게 느껴질지도 몰라. '튼살 예방 크림'을 단태아 임산부보다 훨씬 미리 사둬야 하는 게 바로 그런 이유에서인데, '에이, 벌써-'라는 생각이 들 때 미리 구매해놓으면 좋아. 빠르면 5개월 정도부터는 누가 뭐래도 밤마다 튼살 크림 듬뿍듬뿍 발라야 하는데 배 전체부터 시작해 허벅지까지 아낌없이 발라야 한다는 게 팁이라면 팁이야.

 

 어쩌다 의도치않게 튼살크림으로 화제가 전환되다니. 가끔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할라치면 마치 모이기만 하면 군대 얘길 하는 참전 용사라도 된 기분이야 ㅎㅎ 

아무튼 제목처럼, 너는 지금 불러오는 배와 함께 머릿속에 또한 막연한 걱정이 조금씩 피어오르기 시작할 때일 거 같아. 그때는 정말 막연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 사람일이라는게 정작 닥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게 대다수잖아. 고백컨데 나 같은 경우는 그 두려움이 산후조리원에서 한꺼번에 들이닥치는 바람에 잠깐 동안 베이비블루를 겪기도 했어.

요즘은 그때와 조금 다를 수도 있는데 내가 둥이를 출산했을 때만 해도 모든 산모는 '모유 수유'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어. 나는 산후조리원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라면 머릿속에 온통 모유 수유만으로 가득해져.

비용 걱정 없이 프리미엄 산후조리원을 마음껏 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지려나? 

나는 그저 평범하기 그지없는 프랜차이즈 산후조리원을 예약했고 사실 백 프로 순도 그대로의 느낌을 기록하자면 그때 그곳에서의 시간은 내게 악몽과도 같았어.


 '모유수유'는 아마도 그 느낌과 의미가 저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을 텐데, 우리는 둥이맘이잖아.

'쌍둥이는 모유 수유를 어떻게 하지?'

나는 그 의문을 왜 임신 기간에는 가지지 않았나 몰라. 지나고 나니 '육아'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크게 궁금해하지 않았고 그만큼 준비도 마음가짐도 부실했던 게 사실이야. 정작 겪어내야 할 디테일들은 그야말로 '닥쳐야' 배우고 알게 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은데, 내가 너에게 들려줄 대부분의 이야기가 그런 것들에 관한 것 일거고. 네가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육아를 대할 수 있게 말이야.

참. 일단 답은 해줘야 하지.

쌍둥이 모유 수유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일반적인 답은 바로, '동시에' 야.

정말 놀랍지 않니?

아이에게 젖을 물려보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놀라운 사실 중 하나가, 두 개의 유방을 기준으로 한쪽 유방을 아이에게 물려서 젖이 나오면 다른 한쪽도 자동으로 모유가 배출된다는 점이야.

그 사실을 처음 겪으며 알게 되었을 때 나의 당혹스러움이란 지금도 이루 말할 수가 없네.

한 아이를 배불리 먹이고 나면 먹이지 않은 쪽의 모유 혹은 남은 모유는 버리거나 저장해놓으면 되는 단태아 산모와 달리, 쌍둥맘의 경우에 두 아이 모두 배불리 먹여야 하기 때문에 모유 한 방울이 그토록 소중할 수가 없어.

그래서 한쪽의 젖을 아이에게 물렸을 때 나머지 한쪽은 누군가(?) 혹은 무언가에 의해 흘러나오는 모유를 받아내야 하는데 이것 참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얼마나 기괴하고도 당황스러운 광경일지 가히 상상이 가지 않니?

그래서 쌍둥이 모유 수유는 양쪽에 수유 쿠션을 놓고 아이를 각각 눕힌 다음 젖을 물리는 게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이야.

흠. 떠올리자니 젖병을 나머지 유방에 받치고 있는 거나, 두 아이를 동시에 수유하는 모습이나 매 한 가지로 기괴하구만.

그래서 결론적으로 내게 '모유 수유'의 시간은 마치 내가 '다산의 여왕(?)' 혹은, '인간보다는 짐승에 가까운' 그 어떤 존재가 된 듯한 기분을 주어서 그다지 유쾌하지 못한, 때로는 지극히 슬픈 시간들의 일부였어.

정말 적극적으로 '완분' 혹은 '혼합수유'를 적극 권장하는데, 모든 걸 포기하고 혼합 수유로 턴하니 세상이 달라 보일 지경이었다면 내 심정을 조금 공감할 수 있을까? 물론 아이들 역시 혼합 수유 이후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지기도 했다는 거. 내가 지독한 '모유 부족자' 이기도 했지만 양을 떠나 그 과정 자체가 너무나 힘겨웠기에 너를 비롯한 수많은 엄마 예정자들에게 '완모'는 절대 추천하고 싶지 않아. 아니, 적극 비추야. 

   

 결국 '모유'를 권장하는 사회와, 그 사회의 분위기에 발 맞추는 산후조리원은 내게 1시간이 멀다 하고 수유콜을 해댔고, 억지로 짜 댄 '초유'를 간호조무사가 그만 쏟아버리고 말았을 때 나는 모든 걸 포기하고 퇴소를 결심했었어. 둥이맘인 내게 산후조리원은 '몸조리의 공간'이 아닌 '모유 공장'에 불과하다는 걸 명확히 알아버린 거지.

일주일을 채 못 버티고 퇴소한 후 내가 직행한 곳은 단연 친정이었어.

새벽 수유의 지옥은 조리원이나 집이나 매한가지였지만 그래도 24시간 밀착 케어해주는 친정 엄마 덕분에 감정적으로나마 버텨낼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


 여기서 너에게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하나 해주고 싶어.

쌍둥이를 키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 바로 그것은 '주변의 도움'이야.

나는 사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에 상당히 불편감을 느끼는 성격인데, 아쉬운 소리를 잘 못하는 편이라 살면서 아주 큰일이 아닌 이상 혼자 해결하는 쪽을 택해. 그런데 여기서 분명히 해 둘 건, 쌍둥이 육아는 아마 네가 여지껏 겪어보지 못한 '큰 일'일 거라는 것. 

친정 엄마든, 시어머니든, 언니든, 동생이든, 베이비시터든. 그야말로 누구에게든 닥치는 대로 'SOS 예고'를 던져놔. '도와줘'를 입에 달고 살아야 쌍둥이 엄마는 버텨낼 수 있거든.


 '도움'에 대한 이야기는 아마도 길어질 수 있을 것 같아 다음 편지에서 계속할게.

이야기를 하고 보니 너무 걱정거리만 펼친 것 같지만 그야말로 현.실.쌍.둥.이.육.아. 앞에선 누구도 당해낼 재간이 없다, 알고 준비할수록 엄마는 조금이나마 편할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어쨌거나 함께 헤쳐 나가보자구! 


 벌써 쌍둥이 점심 차려줘야할 시간이 다가왔네. 

그럼 세 번째 편지에서 만나. 안녕! 


 

Photo by Jelleke vanooteg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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