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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싱 Aug 27. 2021

첫 번째 편지. 너를 향한 호칭

어느새 둥이맘이라 통칭된 어색한 예비엄마

 아마 너도 느끼고 있을 거야.

어느 순간 사람들이 너를 '쌍둥이 엄마!'라고 부른다는 걸 말이야.


아이를 가졌음을, 그 아이가 쌍둥이임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는 순간 그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너를 '쌍둥이 엄마', '둥이 엄마'라고 부르기 시작할 거야. 정말 재밌는 일이지.

심지어 회사의 임원들마저 나를 찾을 때면 내 직함이나 이름 대신 '쌍둥이 엄마, 자리에 있어?'라고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들의 엄마로 나를 부르곤 했어. 사람은 누구나 상대의 특징을 찾아내고 그 특징으로 그 사람의 아이덴티티를 결정짓길 좋아하는데 나는 그들에게 언젠가부터 쌍둥이 엄마로 정체성이 결정지어져 버린 거지.

쌍둥이 임신이라는 사실이 흥미로운지 잘 모르던 타 부서의 사람들까지도 사내 메신저로 내게 축하인사와 함께 '아니 그나저나, 쌍둥이라면서요?'를 꼭 덧붙이곤 했지.


 쌍둥이 엄마.

단태아 엄마가 아닌 쌍둥이 엄마는 뭐가 다른지 알 새도 없이 우리는 이제 빼박 쌍둥이 엄마가 된 거야. 누군가는 내게 전생에 나라를 구하기라도 했냐며 부러움을 표하곤 했는데 그러니까 사람들은 일단 쌍둥이 육아의 힘듬이나 특이성을 떠나 '아이를 한 번에 둘이나 잉태한 행운의 아이콘'으로 포장해주었는데 마치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은 행복감. 조금은 그런 기분에 사로잡히곤 했어.

실제로 쌍둥이를 키워보기 전이라 고충을 알기 전이기도 했지만 정말 그야말로 하늘의 축복을 받은 듯한 느낌이 들기도, 축하도 두배, 기대감도 두배인 그야말로 행복으로 충만한 임신 기간이 열 달 가까이 지속된 것 같아. 사실 그 특별함은 지금까지도 이어지는데, 정작 육아의 주체인 나는 단태아를 키워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일상일 뿐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쌍둥이를 키우는 건 특별할 거야'라는 막연한 이미지를 안겨주나 봐. 지금은 아이들도 그래. "엄마, 우리가 쌍둥이라 하면 사람들이 놀라. '정말? 쌍둥이였어?' 하면서 말이야.


 쌍둥이 엄마가 가질 행복감.

하지만 단언컨대 육아 초기에는 그 행복감을 온전히 누리지 못할 수도 있어. 때론, '아, 이런거였어' 하며 밤마다 눈물을 지을지도 모른다고 한다면 너무 두려움만 안겨주려나?

내가 남편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 "오빠, 만약 쌍둥이가 아니라 하나였다면 아마 육아를 발로 할 수도 있을 거 같아."라고. 단태아를 소중히 정성껏 키우는 누군가에게 그야말로 망발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쌍둥이 육아는 고되. 그때 남편의 돌아온 대답은 "아마 우리가 세 쌍둥이였다면 '두 쌍둥이면 아마 발로 키울 거야'라는 말을 하지 않았을까?" 였어 ㅎㅎ. 누구나 주어진 환경이 견딜 수 없이 힘든 순간일 수 있겠지만 그만큼 육아라는 것 자체가 힘듬이 디폴트, 쌍둥이는 그에 비해 두배, 아니 그 이상임이 또 디폴트라는 것. 하지만 쌍둥이 엄마로서 그 특별함을 누리는 대신 기꺼이 감내해야 하는 대가라고 감히 이야기해주고 싶네.


 사실 내가 쌍둥이를 키울 때는 약간 '쌍둥이 붐'이 있기도 했어. 탤런트 이영애가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에 쌍둥이 임신과 출산으로 화제가 되었고 뒤이어 개그맨 이휘재가 또 쌍둥이를 낳고 모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쌍둥이 육아를 하더라고. 정작 나는 직장생활과 육아에 지쳐 그런 프로그램들을 챙겨보진 못했지만 아마도 그런 좌충우돌, 그렇지만 재미있는 일 같은 느낌으로 쌍둥이 육아에 대한 인식을 포지셔닝했지. 반은 맞고 반은 틀리지만 말이야 ㅎㅎ


 지나가던 사람이 나를 불러 세우더니, '저기 혹시 쌍둥이 임신이세요?' 하고 대뜸 묻는 일도 있었어. 유난히 부른 배를 보고 아마도 깜짝 놀랐나 봐. 또 쌍둥이 유모차를 끌고 다니면 지나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너와 아기들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그중 절반 정도는 어머, 쌍둥이네요 하며 아이들을 한번쯤 들여다보고 싶어 할지도 몰라. '어머 너무 이쁘다'는 덤으로 말이야. 지나고 보니 사람들의 그런 시선들과 반응이 아이들의 성격에도 많은 영향을 줬던 것 같아. 누군가는 '노력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가 그다지 좋지 않다고는 하지만 누군가로부터 긍정적인 이미지를 얻고 있다는 건 그래도 행운이고 하늘이 주신 달란트이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해.  


 자, 쌍둥이 엄마 :)

우린 이렇게 특별한 존재가 되었어.

그렇지만 취해 있기엔 너무나 힘든 난관들도 기다리고 있다는 거. 슬슬 그 현실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해.

조금은 두렵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기대감'을 안고 내 이야기를 기다려주길 바라.

좌충우돌 스펙터클 쌍둥이 육아 이야기. 어때, 기대되지?


그럼 다음 편지에서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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