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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싱 Aug 27. 2021

Prologue. 축하해, 둥이맘이 된 걸!

쌍둥이를 만난 너에게

 지금 너의 뱃속에 꼬물거리는 그 아이가 다름 아닌 쌍둥이라는 소식을 들었다면 아마도 너는 감출 수 없는 경이로움과 환희로 가슴이 벅차오르는 중일 거야.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거나 나처럼 한 번쯤 유산을 경험한 경우라면 더욱 그렇겠지.

결혼 후 처음 찾아온 아이를 계류유산으로 떠나보내고, 그 첫 임신이 대단히 계획한 임신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아이를 가질 수 있을까'를 되뇌던 어느 날, 마치 누군가 보내온 선물인 것처럼 나의 쌍둥이들 만나게 됐어.   

그땐 막상 기쁨보다 두려움이 크기도 했는데, 아마도 첫 아이의 심장박동 소리를 듣지 못했던 트라우마 때문이었겠지.


 그렇게 두 번째 임신을 확인하고 진료실 베드에 누운 순간을 아직도 기억해.

당시 다니던 산부인과는 지역에서 꽤 유명한 곳이긴 했는데 그래도 나는 그곳의 유명 원장님보다 경험은 적더라도 어딘 다정할 것 같은 여의사를 선택해 진료를 받던 중이었어. 정확한 진료도 중요하지만 의사로부터 조금은 마음을 공감받고 싶었나봐.


- 어쩌죠? 더 이상 제가 봐드리지 못할 것 같은데요?


쿵하고 심장이 내려앉는 소리가 귓가에까지 들리는 듯했지.

아이가 잘못된 것 같다는 의미의 다른 표현으로 해석했으니까.


- 무슨... 말씀이세요?


우리 부부는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담당의를 바라봤어.


- 집안에 혹시 쌍둥이 있으세요? 다태아네요.


 그녀가 가리킨 초음파 영상에는 두 개의 작은 씨앗이 마치 한 쌍의 어여쁜 꽃잎처럼 화면을 메우고 있었어. 나는 그 순간 기쁨도, 두려움도, 행복도 어떤 감정도 아닌 그저 어리둥절한 기분뿐이었던 것 같아.

이 의사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나? 그런 기분이었다면 아마 설명이 될까?

쌍둥이는 유전적인 영향이 크다지만 실제로 남편과 나의 집안엔 자연 쌍둥이가 없었고 (적어도 내가 아는 한) 0.0001%도 상치 못했던 상황이기에 두 눈 가득 물음표만 가득했던 것 같아.

담당의는 다태아의 경우 경험 많은 의사가 진료하는 게 좋다는 이야기와 함께 이견이 없다면 병원의 대표 원장에게 이관하겠다는 결론을 내렸어. 사실 그 병원의 원장이 불친절하다는 소문은 듣긴 했지만 태아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니 고민할 이유는 없었지.


 12년 전 어느 날. 그렇게 나는 예비 쌍둥맘이 되었어.

일을 하고 있었고 이제 막 5주를 품은 초보 중 초보맘이기도 했지만 정말이지 '육아'에 대한 지식은 한없이 부족했던 그때가 생각나네.

요즘은 주변에 쌍둥이가 많아서 덜하겠지만 그때만 해도 '쌍둥이'관련 육아정보가 생각보다 많지 않았던 때라 모르는 게 약이라고 어찌 보면 두려움 없이 행복한 임신 기간만을 보낸 것도 사실이야.

그에 반해 지금은 그래도 정말 많은 정보가 있어 또 두려움이 덜할 수도 있겠지?

지금 내 쌍둥이는 이제 곧 초고학년, 못내미 사춘기 시기를 앞둔 남매 형님들이야.

몸이 힘든 육아 터널은 이제 막 지나왔는데, 그렇다고 이제 두다리 뻗고 편하냐고 한다면 일부는 Yes, 일부는 No라고 할 수 있어.


 사실 '쌍둥이'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던 건 꽤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내가 뭘 안다고...' 하고만 생각했었어.

그런데 이렇게 실천에 옮기게 된 건, 내가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쌍둥이를 먹고 입히고 재우는 일이 아닌 쌍둥이를 몸과 마음이 건강한 어린이로 키워내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랄까.

아이들을 더 키우고, 누가 봐도 잘 큰 것 같고, 엄마인 내가 누군가의 부러움 비슷한 무엇이란 걸 받아야지만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건 아닌가 했던 생각에서 조금은 벗어나서- 때로는 현재이기도, 때로는 겪어낸 이야기이기도, 또 어쩌면 함께 미래를 함께 준비할 수 있는 동료맘으로서 오래되지 않은 그래서 유효한, 함께 크는 쌍둥맘로서의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 진 거야.

아마도 나는 앞으로 쓸 글들을 통해 먹고 입히고 재우는 이야기도 물론 곁들겠지만 아이들을 올바른 어린이로 키우기 위한 육아관, 학습관, 엄마로서의 마음가짐 등을 너와 나눠보고픈 생각이야.


아이들은 정말이지 금세 자라.

가끔 아기 시절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십 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는지 믿기지가 않더라.

분명 고되고 아프고 그 시간이 끝날 것 같지 않을 만큼 힘들었는데 또 그런 시간이 흘러 나도 크고 아이들도 크고 결국 우린 모두 '성장'의 시간을 거쳤어.


 이미 눈치챘겠지만-

쌍둥이를 키운다는 건 궁극의 행운이라고 말해주고 싶어. 아마 당분간은 이 말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힘겨운 시간일 거야. 그렇지만 자고 일어나 언제 울었냐는 듯 배냇 웃음을 던지는 그들과 눈을 마주할 때면 너의 그 힘겨움이 사르르 녹아드는 그 기분을 너도 느낄 수 있을 거야. 이 두 녀석 때문에 울고 웃는구나 하며 말이야.  

 

 자, 어때?

우리 이 두 녀석들과 세상이 녹록지 않음을. 그렇지만 뭐든 해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용기를 배우며 함께 커나가지 않을래? 조금은, 아니 아주 많이 서툴지만, '엄마'라는 타이틀도 버거운데 '둥이'엄마라는 타이틀은 도저히 해나갈 수 없을 것 같지만.

넌 잘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좋은 엄마가 될 거야.

언니가 도와줄게 :)


 





쌍둥이를 조금 먼저 낳은

너를 친애하는 언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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