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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섬 정은영 Jul 03. 2024

[4원소:Air] 내 언어의 쓸모

{숲섬타로} 모두를 위한 아홉 번째 편지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이다."라는 비트겐슈타인의 문장을 자신의 책 제목으로 쓴 김종원 작가의 유튜브 강연을 들었다. 이 문장 끝에 "우리가 필사를 해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인 강의(강연 바로가기)였는데 작가가 요약해 준 내용을 들으며 문득 파문처럼 마음이 울림을 느꼈다. 강연에서 내가 받아 적은 내용은 아래와 같다.



# 선명하게 원하는 것들을 부르는 태도를 가져라.

1. 원하는 인생을 한 문장으로 가장 분명하게 표현하라.
2. 뭐든 한 줄로 설명할 수 없다면 잘 모르는 것이다.
3. 말줄임표를 쓰지 말고 문장을 끝까지 마무리하라.
4. 24시간 원하는 모습을 상상하고 구체화하라.
5. 가난한 언어와 부의 언어가 무엇인지, 무엇이 다른지 사색하라.
6. 늘 가능하다는 생각에서 계산하고 시작하라.
7. 보자마자 힘이 되는 말을 자주 낭독하고 필사하라.



  타로에서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루는 4원소인 불, 물, 공기, 흙을 자연물로 비유해 표현한다. 불은 아직은 형체가 없는 시작과 창조, 열정을 상징하는 발산의 에너지이고, 물은 공감과 조화를 주관하는 감정에 대한 수용 에너지이다. 공기는 전략적이고 빠른 소통을 주관하는 능동적 에너지, 흙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모든 물질을 뜻하는 지속적인 에너지를 뜻한다. 세상의 모든 것은 이 4원소의 에너지로 이해할 수 있는데 위의 강연을 들으며 다른 원소들에 비해 까다롭게 느껴졌던 공기 에너지의 속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던 것이다.



  처음 타로를 보았던 20여 년 전부터 불과 물 원소는 이해하기가 쉬웠다. 분명 내 안에 불과 물의 속성이 강했기 때문일 것이다. 불 유형의 사람은 창조적, 열정적이며 다혈질인 경우가 많고, 직관적이고 추상적인 가치와 의도를 중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반대로 물 유형의 사람은 감성적, 정서적으로 예민하고 공감과 감화에 능하며 관계를 중시하기에 예술적인 분야에 탁월한 재능이 있는 편이다. 공기 유형의 사람들은 이성적, 논리적, 합리적이며 수단과 효율을 중시하는 편이다. 전문적인 기술을 갖고 감정을 배제한 냉정한 성격인 경우가 많다. 흙 유형의 사람들은 현실적이고 성실하며 다른 유형보다 조금은 느린 편이나 꾸준히 실행하는 힘이 있다. 물질적인 이익과 교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물론 완전히 한 유형으로만 치우친 사람은 없다. 사람은 모두 복합적인 유형의 특징을 갖는다. 물과 불만 있어서는 꾸준히 지속하거나 마무리할 수가 없다. 그러나 공기와 흙의 에너지만으로는 시작을 할 수 없다. 무엇인가가 시작되고 완성되기까지는 4원소가 모두 필요하다.

  

라이트 시어즈 타로덱 The Light Seer's Tarot에서 공기 에너지는 깃털이나 새로 묘사된다.


  공기 원소의 가장 큰 속성은 지성과 소통이다. 선인들은 공기 원소는 불과 물의 양극성을 조화시킨 결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했으며 이 의미가 확장되어 주변과의 상호작용까지 의미하게 되었다. 상호작용을 위해서는 소통의 도구가 필요하며, 타인과의 소통에는 반드시 상대에게 영향을 주는 행동이 있어야만 한다. 그렇기에 검은 무엇인가를 행하겠다는 결단, 결단을 통해 행해지는 행동이 수단을 의미하게 되고, 덧붙여 도구, 기술, 무기나 무력, 투쟁과 승리라는 확장된 키워드를 갖게 된다. 이것은 충동적인 행위가 아닌, 정제된 나의 의도를 표현하여 세상에 영향을 끼치며, 그로 인해 일어나는 상호작용을 말하고 있는 원소가 바로 검, 공기 원소이다. 많은 사람들이 검이 나오는 카드의 그림들을 보며 좋지 않은 카드라고 여기기도 한다. 검 슈트가 실제 배열에 등장한다면 결정과 판단의 문제이거나 수단과 방법의 문제, 특히 인간관계일 경우는 상대와의 소통에 있어 방법적인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합리적으로 결정하고 행동해야 하며 수단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The Tarot Book for Appentice 214~5.P (한연, 도서출판 연원))


  

많은 타로덱에서 공기 에너지는 검으로 묘사된다. 검은 상처를 동반하며 승자와 패자를 만든다.


  처음으로 진지하게 '언어'의 속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내게도 소통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말과 글이다. 외부 세상을 향해 내 결심, 결단, 영향력을 발휘하는 도구인 언어의 가치에 대해 살아오며 크게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단 사실을 이제야 깨닫는다. 그랬구나. 꼭 필요한 때에 내 의지를 표현하는 검 하나를, 자신 있게 빼들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고민만 하느라 결심하지 못했고(2 of Swords), 너무 많은 생각에 갇혀 꼼짝달싹 못하거나(8 of Swords), 지쳐 휴식해야 했고(4 of Swords) 밤잠을 설치거나(9 of Swords) 자주 패배감에 사로잡혔다(5 of Swords). 혹은 열 개의 검에 온몸을 맞은 것처럼 처절하게 실패하기도(10 of Swords) 했다. 그러나 그런 과정들을 겪으며 깨닫게 되는 것들이 반드시 있었다. 또한 그 과정을 지나야 만 새로운 상황이 시작되기도 했다. 타로 카드는 구조적인 특징에 맞는 연속성을 가지며 전체 구조가 잘 맞는 수레바퀴처럼 순환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무엇 하나 좋을 것도, 실은 나쁠 것도 없으며 그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모습이 우리들의 인생 전체의 구조를 잘 나타낸다.



검슈트의 모든 가능성을 지닌 여러 Ace of Swords 카드들. 명예와 지위의 상징이며 승리와 패배의 극단적 의미를 다 가진다



  앞에서 얘기한 영상에서 김종원 작가는 자신이 필사해 둔 이런 문장들을 소개했다.

"가난이 대물림되는 게 아니라 가난한 언어가 대물림되는 것이다.
무지한 최악의 나날이 대물림되는 것이 아니라 무지한 최악의 언어가 대물림되는 것이다.
뭔가 괜히 잘 안 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자기 자신과 소중한 가족에게 안 되는 언어를 쓰고 있는 것이다.
더 좋은 인생을 원한다면 그의 인생에 맞는 언어를 사용해라.
좀 더 선명하게 표현할수록 원하는 인생을 살 가능성도 높아진다."

-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이다> 김종원, 마인드셋(2024)


  소통 방식의 문제라거나, 부족함이 문제라는 사실을 우리 대부분은 잘 알아차린다. 대화를 잘하고 싶고,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도 가져본다. 그러나 진짜 내가 하는 말을 곱씹어보고 되돌아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무조건 싸움에서 이기는 데에만 관심이 있지, 평소 내 검(말과 글)을 자세히 살피고, 날을 갈아두고, 검술을 배워 익히고, 꼭 필요한 때에 사용하고, 특히 내가 어떤 검객인지를 살피는 일에는 소홀했던 것이다. 말과 글은 연습해서 되는 기술일 수 있겠지만, 평소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태도로 세상을 대하고 있는지에 대한 완전하고 적나라한 반영이다. 내 말과 글에는 상대를 존중하는지, 진심으로 그렇게 여기고 살고 있는지에 대한 내 의지와 결단, 실천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내 언어의 수준만큼 내 삶은 펼쳐질 것이다. 내가 하는 말만큼 나는 살 수 있을 것이고, 내 인생만큼 나는 쓸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이 많아지고 그 생각이 상황을 망치거나 실패를 부를지라도 그 너머로 계속 나아갈 때 삶은 온전한 내 것이 된다. 모든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일 준비가 이제야 된 것 같다.




* 숲섬에서 당신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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