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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섬 정은영 Jul 10. 2024

지금, 여기의 삶을 완성시킬 시간

{숲섬타로} 열아홉 번째 상담일지



  지난번에도 상담했었는데요.
  소개로 만난 남자분에게 한 달 반 넘게 연락은 안 오고 있는데, 앞으로 연락이 올지, 만나시는 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한 달 만에 다시 오신 손님이었다. 지난번 다음 소개팅에서 좋은 분을 만나게 될 거란 타로카드의 예언이 있었는데 잘 되지 않았나 보다. D님은 한 달 전과 같은 질문을 하셨다.


  타로카드 상으로 남자분은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침체기였고 많이 힘겨운 듯했다. 결혼할 상태를 찾고 있지만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못하고 일시적인 만남만 이어가는 중이었다. 안타깝지만 D님도 많은 여자들 중 한 분으로 보였다. 남자분은 자신의 걱정 꺼릴 덜어주고 위안을 줄 수 있는 여장부 스타일의 적극적인 여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기표현에 소극적인 D님의 입장에서는 더 기다리거나 먼저 연락하길 원치 않으시는 듯했다. 마지막으로 조언 카드 두 장을 뽑아보았다. 거기에 누구도 생각지 못한 명쾌한 답이 숨어있었다.



  D님, 지금 대단히 중요한 카드가 두 장 나왔어요. 타로에는 삶의 중요한 사건이나 영향력을 나타내는 22장의 메이저 카드가 있어요. 그중 가장 마지막 카드인 세계카드 The World와 가장 첫 카드인 바보 The Fool 카드가 이렇게 나란히 함께 나왔어요.

  앞의 세계 카드에서는요, 소개팅이 잘 되지 않은 게 D님이 만나신 남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D님의 마음, 생각, 사고방식이 완전히 상대방 남자분에게만 집중되어 있어서 누굴 만나거나 다른 일을 하시더라도 상대의 장점을 본다거나 매력을 느끼기 힘든 상태라고 해요. 게다가 D님의 일상생활도 상대방을 생각하는데 완전히 몰입되어 있다고 하네요. 이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열쇠는 그 사람이 아니라 바로 D님께서 가지고 계세요. 지금까지의 마음, 사고방식, 습관까지 많은 것들의 틀을 깨버릴 필요가 있다고 해요. 이 악순환의 패턴을 깨고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는 두 번째 카드의 주인공 어릿광대(바보)의 마음처럼, 부담 없이 새로운 만남도 시도해 보고, 운동이나 취미활동처럼 새로운 경험도 해보시라는 게 카드의 조언이랍니다. 이렇게 완전히 새로워진 나 자신일 때, 행운도 따르고 하시는 연애도, 인간관계도 잘 풀리게 될 거래요. 몇 달째 상대 때문에 고민 많으셨잖아요? 과감하게 놓아버리고 나를 돌아보고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보시길 추천합니다. 새로운 시작의 기운이 D님께 분명 더 큰 기쁨과 활력을 가져다줄 테니까요.

- {숲섬타로}의 상담일지 中

세계 카드를 통해 인생의 큰 프로젝트나 결말에 성공적으로 닿고 나면 우리는 다시 처음처럼 새로운 모험을 떠난다. 나선형으로 반복되는 여정을 통해 우리의 영혼은 성장한다.



  오늘 아침 소중한 지인과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그의 남편이자 내 스승이던 분의 10주년 기일을 잘 보내셨단 얘길 들었다. 많은 분들이 모여 그를 추억하고 영상도 만들어 보고 함께 눈물도 흘렸다가 웃기도 했다가 그렇게 보내셨다고. 시간이 어쩜 이리 빨리 가는 거냐고 우린 입을 모았다.



  "시간이 빨리 가지 않게 하려면... 새로운 걸 해야만 해요. 새로운 장소에 가거나, 새로운 무엇을 배우거나, 일상을 살더라도 온전히 지금 이 순간을 새롭게 감각하는 일 같은 거요. 생각을 완전히 비우고 명상 상태로 눈앞의 것들을 보고 감각하고 느끼게 되면 모든 일들이 새롭게 느껴지고 낯설어지는데, 예를 들어 밥을 먹을 때에도, 온전히 먹는 일에만 집중해 보면 야채의 식감, 맛, 색깔, 냄새와 소리, 이것이 내게 전해지기까지의 여정과 의미까지 생각하다 보면 식사 시간이 새로운 명상이 되거든요. 그런 순간으로 하루를 채우는 거예요. 그러면 시간은 느리게 흐르고 무엇을 하기에도 충분해요. 실은 원하는 걸 하고도 남을 만큼 충분한 시간이 우리에게 선물처럼 주어져 있어요."



  바보 카드에 담긴 새로운 시작의 의미에는 내가 원한다면 절벽을 향해 뛰어내리는 용기뿐만 아니라, 일상의 사소한 일들(숨쉬기 같은 일)부터 낯설어지라는 친절한 조언이 들어있다고 나는 믿는다. D님은 웃으며 "과감하게 놓아볼게요" 하시며 상담을 마무리했다. 누군가의 말을 듣고 바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의 열린 마음 역시 재능이란 생각이 든다. 아무리 좋은 걸 보고 들어도 내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소용이 없을 텐데. 내가 가진 하나를 건네는 내게서 그 하나를 덥석 받아가시는 고마운 분들. 그분들의 평온을 오늘도 간절히 기원한다.




* 숲섬에서 당신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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