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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숲섬 Jul 31. 2024

새로운 시작을 앞둔 너에게

{숲섬타로}가 친구 B에게 보내는 열한 번째 편지



  이삿짐을 싣고 지금쯤 새 집을 향해 이동하고 있겠지?

  오늘은 페인트칠하고 왔어요, 냥이를 위해 캣타워를 받아왔어요, 지금껏 살았던 집 중에 가장 좋은 집이에요, 신나서 이야기하는 널 보며 너 떠난다고 서운했던 마음이 많이 누그러졌어. 다행이지 뭐야. 그리 기쁘고 좋다니 나도 점점 맘이 좋아지잖아.  아직도 네가 이사 갔다는 게 실감 나지 않는 걸 보면 네가 영원히 이웃으로 살 거란 생각을 당연한 듯해왔던 게 아닌가 싶어.


  네가 오래 스태프로 일하던 T게스트하우스로 내가 여행을 갔던 건 우연만은 아니었나 봐. 네가 여름휴가로 꼭 한 달 비운 사이에 내가 도착했고, 다른 가게의 구인광고를 보고 여기서 일하고 싶다고 했던 게 시작이었으니까. 작은 나보다도 작고 어린 사람, 그러나 힘도 세고 열도 많고 선배답게 무엇이든 척척 해내고 마는 네게서 위안도 많이 받고 늘 도움도 많이 받았구나. 가끔 둘만 있을 때 프라이 두 개씩 얹어 버터밥 해 먹던 것도 맛있었고, 어려운 일 있어 찾아가면 척척 해결해 주던 네가 있어 늘 고마웠어. 그때만 해도 마음도 여리고 눈물도 많던 너였는데.


  그렇게 제주살이를 시작하고 3년 정도 각자의 자리에서 살다가 남쪽 동네로 우리 집이 먼저 이사 오고 다음 해쯤 네가 이사 와서 정말 기뻤어. 살면서 너처럼 타인과의 경계선을 적절하게 잘 지키는 친구는 처음이었던 것 같아. 절친이지만 한 번도 만나서 피곤한 적이 없었던 사람, 그게 너였어. 피곤해 보이면 대신 BB를 산책시켜주기도 하고, 필요한 게 있으면 알아서 척척 가져다주고, 힘들어 보이면 조금 거리를 두고 말없이 지켜봐 주고... 그런 친구가 우리 집 뒷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웃에 있으니 얼마나 좋았겠어. 가끔 네가 아플 때 백숙이라도 해서 가져다주고, 너 없을 때 고양이를 봐주고, 맛있는 국이나 반찬을 나눠먹는 일 역시 내게도 큰 기쁨이었어. 우리 집 고양이는 아예 너네 집에서 살다시피 했지. 어쩜 그리들 자길 예뻐해 주는 줄 알까. 우리 BB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이모, 차도 태워주고 맛있는 북어포도 주고 산책도 자주 시켜주는 이모가 없어져서 혹여 서운해하지 않을까 진작부터 걱정을 많이 했었어.


  너의 새 공간과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시간에 무엇이 필요한지 타로카드에게 물어보았어.

  우선 그 공간 자체가 네게 굉장히 잘 맞는 곳인가 봐. 이사하고 몸과 마음, 정신을 우선 편안하게 쉬어주고 나서, 너 자신을 최적화하기에 최고로 좋은 시간을 보내게 될 거래. 새로운 직장에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적응해 나가느라 바쁘겠지만, 일만 하느라 일상에서 가질 수 있는 작은 기쁨들을 놓치지 말라고 조언해 주네.  스스로 느끼는 감각, 통찰력, 직관력이 서서히 높아질 텐데 일만 하느라 그 신호들을 놓치거나 무시하지 말고, 작은 단서들도 세심하게 관찰하며 네 마음의 목소리를 따른다면 좋겠다. 충분히 쉬어주며 가야 잘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지? 첫 번째 메이저 전차 The Chariot 카드는 네가 하는 일과 관계들이 즐겁게 잘 이루어질 거란 암시를 주고 있어. 다만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는 마, 네게 충분한 시간과 공간, 에너지가 네가 있는 곳에 충분하게 존재한다고 해. 새로운 공간에서 좋은 일들이 생길 것 같아 내가 더 기대가 된다.


  동네에서 함께 지내는 시간 동안 넌 참으로 씩씩하고 자기 표현도 잘하는 청년, 베스트 드라이버에 훌륭한 농사꾼이 되었지! 난 네가 정말 자랑스럽다. 앞으론 얼마나 더 멋진 네가 될런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두근해.


  새로운 시작과 도전을 축복해. 네가 좋아하는 사진 찍는 일, 친구들과 새로운 경험, 고양이와의 사랑, 일에서의 보람, 건강한 몸과 마음 돌보기, 책 읽기와 성장하기 등 모든 네가 하는 일들에 새롭고 즐거운 발견이 가득하기를! 우리 고양이들만큼, BB만큼이나 나도 기다릴 테고, 기다렸던 만큼 만나면 정말 반갑겠지?! 더 환해져서 더 건강해져서 보자, 감사한 내 친구 B야!




* {숲섬에서 묻고 답하다}의 연재가 벌써 30회를 채웠습니다.

분량에 제한이 있어 새로운 브런치북의 연재를 시작합니다.

매주 수요일 발행될 {숲섬에서 묻고 답하다 2}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 숲섬에서 당신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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