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섬타로} 스물한 번째 상담일지
카드를 펼쳤을 때 많은 분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카드가 바로 메이저 13번 Death 죽음 카드일 것이다. 죽음의 사신이 자신을 데리러 오는 장면은 직관적으로 보아도 어쩐지 나쁜 일이 생기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운 장면이다. 그러나 타로카드에서의 죽음은 은유다. 끝은 누구에게나 오는 필연적인 결과이며 새로운 것을 얻기 위해서 반드시 끝은 필요한 것이다. 존재가 변화하는 일은 계절이 바뀌듯 자연스러운 일이며 내가 원하든 원치 안든 끝내야만 하거나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큰 변화가 오고 있다는 징조이기도 하다.
카드마다 저마다의 개성이 있지만, 이번 카드덱에서 죽음은 산불로 표현되고 있다. 실제 가족이 큰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되었고 그걸 해결하느라 많이 힘들었으며, 새로운 일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의 상담을 받았을 때, 이 죽음 카드가 등장했다. 내가 사는 터전에 마치 불이 난 것처럼, 생명에 위협을 느끼고, 가진 것이 모두 사라진 정도의 강렬한 상황 때문에 내담자님은 기운이 다 빠진 상태셨다. 새롭게 시작하는데 재기할 수 있을까 질문을 하셨다.
"어떤 씨앗은요, 수많은 나무들이 함께 자라나는 숲 속에서 산불이 일어나길 오래토록 기다리기도 한대요. 불이 나고 모든 것들이 타오를 때 그 연기를 타고 하늘로 날아올라 퍼지도록 진화되었대요. 불이 난 숲 속은 참혹하고 아무것도 남은 게 없어 보이지만, 불탄 자리는 작은 씨앗에게는 새로 시작하기에 가장 완벽한 장소니까요. 더 이상 임시로 이것저것 해결하는 방식은 통하지 않아요. 내 정체성이 완전히 변화하기 좋은 시간이 바로 지금이라고 해요. 깨끗이 불태운 땅 위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겠다는 생각은 오히려 본인의 의식이 확장되고 억압에서 깨어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여요. 펜타클 8번 카드 속 여성은 거대한 그랜드 캐니언 트레일 전체를 방금 완주하고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감사하며 기뻐하고 있네요. 결국 당신이 가려던 길을 끝까지 가실 수 있어요. 시간이 걸리고 무척 힘든 도전이겠지만, 당신은 피와 땀과 눈물로 꿈을 현실로 결국 만들어 낼 거라고 카드가 미리 말해주네요. 자신이 하려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노력하세요. 이미 시작한 남들과 차별화도 주셔야 할 거고요, 무엇보다 내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적극적으로 타인들을 도우세요. 그런 마음이라면 분명 사람들도 진심을 알아볼 테니까요."
- {숲섬타로}의 상담일지 中에서
다행히 이야기를 나누며 내담자님의 마음이 많이 가벼워진 것 같았다. 이야기는 연애 이야기로 넘어갔고 한참이나 계속되었다. 작년 겨울 실제로 불이 났던 분의 타로를 봐드린 적이 있었다. 그땐 16번 타워카드가 나와 놀라기도 했다. 인식의 전환점이 필요한 시간이라는 타로의 메시지. 그러고 보면 아무리 험악하고 고약해 보이는 카드일지라도 진짜 나쁘기만 하거나 어느 상황에서나 좋기만 한 카드는 단 한 장도 없다. 그렇기에 타로를 읽으며 내가 배우는 게 많다.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좋기만 하거나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만 알아도 삶의 고비를 넘기기에 훨씬 수월하다.
산불도, 죽음도 자연 발생적인 일이다. 이제는 살아가며 만나지는 모든 일에 대해 조금은 담담하고 여유 있는 태도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쓰고 싶지만 막상 내게도 큰일이 닥치면 역시 우왕좌왕하고 두려워하고 슬퍼하고 절망하기 일쑤다. 그런 때 곁의 지인들, 가족들, 반려동물의 위로조차 큰 힘이 된다. 나를 믿는 사람들이 나를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 줘도,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해도 그저 감사한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함께여야 하나보다. 이렇게 글을 쓰고 나누는 이유 또한 같을 것이다.
* 숲섬타로에서 당신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