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몰입 사이 나를 지켜준 도구들

살아남기 위해 ADHD가 선택한 작지만 단단한 도구들

by Soopsum숲섬


어떤 날은 너무 산만했고

어떤 날은 지나치게 집중해서 괴로웠다.

늘 고민했다. 난 왜 이렇게 힘들까.

거의 반백년을 살도록 내가 ADHD란 사실을 모르고 살아왔다니.

살아남은 사실 자체만으로도 기적처럼 느껴졌다.



>> 지난 회차 브런치북 {나와 당신의 숲섬 찾기} 3화 바로가기



지난 3월, 내 증세에 ADHD라는 이름을 붙이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청소프로젝트와 누군가 잃어버리고 간 삼각대를 발견한 계기로 1분짜리 쇼츠를 찍게 되었고,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지금껏 살아오며 배우고 경험한 모든 감각을 동원해 이제는 솔직하게 나를 표현할 수 있단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면서 전 세계에 고통받고 있을 나와 같은 주의력 결핍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자연스레 떠올렸다.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느꼈고, 그것이 오래전부터 뭔지 모르면서 꿈꾸던 진짜 하고 싶은 일이었다.


영상을 기획하고 촬영, 편집하며 영상 속의 나를 돌아보는 일은 거꾸로 내가 살아온 시간과 방법을 되짚어볼 계기가 되었다. 오늘은 집중력을 높이거나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그동안 필사적으로 사용해 온 도구들을 소개하려 한다.




1. 시간을 '눈으로' 보여주는 강력한 타임타이머


IMG_9434.jpg 몇 년을 함께 한 오리지널 타임타이머.


ADHD는 몰입하기까지 방해요소가 많지만, 한번 몰입하면 그 몰입을 끊고 헤어 나오기가 더 힘들다. 시간이 지금도 흐르고 있다는 감각을 잃으면 지나치게 작업하다가 탈진하거나, 끝까지 일을 미루고 미뤄 탈이 나곤 했다. 그런 나에게 남아있는 시간을 한 가지 색깔로 분명하게 보여주는 작은 타이머는 늘 '지금 이 순간'에 머물게 하고, 처음의 의도를 떠올리게 해, 언제나 큰 도움을 준다. 없으면 안 될 정도로 애장 하는 물건 1위.



2. 나만의 뽀모도로 기법, 짧지만 강력하게, 반드시 시작하게 만드는 힘


원래 뽀모도로는 25분간 집중하고 5분간 쉬는 기법이다.

그러나 난 계속 미뤄지거나, 정말 하기 싫은 일은 "그래, 딱 2분만 하는 거야.", 시간이 더 필요한 일은 "딱 10분만 하고 그만할 거야."라고 다짐하거나 소리 내어 중얼거린 후 타이머를 맞춘다. 놀랍게도 내 뇌는 일을 시작만 하면 리듬을 타면서 기쁘다, 즐겁다 하며 늘 속고 만다. 80% 이상은 타이머가 끝난 후에도 계속해서 그 일을 끝마치게 돼서, 끝나고 나서도 계속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시작'을 쉽게 만드는 자신만의 의식을 만든다면 불안하거나, 몸이 힘겨울 때도, 수월하게 집중해서 할 일을 끝내고 빨리 휴식할 수 있을 것이다.



3. 나와의 대화, 불렛저널과 5년 일기


작년 1년간 성실하게 PDS플래너(매일 실행하는 PLAN-DO-SEE의 약자이다)를 쓰면서 계획을 하고, 실제로 실행한 후에, 반드시 성찰하고 더 나아진 다음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실제 PDS플래너를 구입한 이들은 PDS플래너를 함께 쓰고 서로를 격려하는, 상상스퀘어에서 제공하는 단톡방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되기에 적극 추천하고 싶다.


image3.jpeg PDS플래너로 참으로 많은 일을 하며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ADHD인 나에게 매일, 계획은 너무나 거대하고 방대하게 펼쳐졌고, 실행력은 터무니없이 약했고, 에너지를 과하게 쓰고 난 저녁이 되면 자기 성찰은커녕 실신하듯 쓰러져 잠들기 바빴다. PDS는 무척 훌륭하지만, 나와는 맞지 않는 꿈의 플래너였다. 결국 올해는 원래 쓰던 불렛저널로 돌아갔다. (불렛저널이 궁금하다면 이 문서에서 자세히 볼 수 있어요)


불렛저널은 모든 페이지가 비어있어 나만의 방식으로 일과 감정을 정리할 수 있다.

실제로 불렛저널을 만든 라이더 캐롤 역시 ADHD를 극복한 디자이너이자 크리에이터이다.

(그의 저서 <불렛저널>을 통해 불렛저널 쓰는 방법을 제대로 배울 수 있다. 다시 펼쳐 보니, 이 책 또한 기록의 방법뿐 아니라 삶의 태도와 방식까지 제시하고 있는 수작이다.) 쉬는 날은 서너 줄, 제대로 몰입한 날은 열 페이지도 쓸 수 있는 불렛저널이 내겐 잘 맞았고, 쓰다 보니 현재 사람들이 권하는 시간 관리의 문제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다음 5화에 자세히 이어가겠다)


IMG_9436.jpg 맘대로 인덱스를 만들어가며 쓸 수 있는 불렛저널


5년 일기는 365쪽으로 구성된 얇은 일기장인데, 한 페이지에 같은 날 5년 치의 기록이 쓰인다. 하루에 5줄 정도만 허락된 이 일기를 통해, 작성자는 내가 정한 방향을 잃지 않고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성장을 계속할 수 있다. 2년 차 이상이 되면 어제의 내가 나를 응원하고, 지금의 내가 내년, 후년의 나를 생각하게 되는 기적이 펼쳐진다. 잠들기 직전 반드시 쓰고 자는 것이 나의 저녁루틴에 포함되어 있다.


IMG_9439.jpg 방향성을 잃지 않고 전진하게 하는 5년 일기.



4. 명상과 스트레칭, 규칙적인 운동


사람마다 잘 맞는 명상과 운동의 방식이 있다. 작년 1년간 발레에 미쳐있었고, 여전히 발레는 좋다. 아름다움과 감각에 눈뜨게 하는 최상의 예술이자 운동명상이라 감히 추천한다.


수없이 많은 생각이 동시다발적으로 떠오르는 ADHD에게 명상은 생각을 잠재우고, 고요한 자신이 되어 현재의 소리와 감각에 집중하게 하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도구다. 특히 아침 확언과 함께하게 되면 이른 아침 그 문장 아래 나를 두는 느낌이지만, 저녁이 되면 그 문장을 무의식적으로 생각하며 살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간단하지만 강력한 방식이다. 방법은 단순하다. 확언의 문장을 플래너나 노트 윗줄에 적고 반드시 소리 내어 읽어본다. 저녁이 되면 그 문장과 함께 보낸 하루가 어땠는지 돌아보고 내일을 계획하면 된다.

확언은 매일 조금씩 다르지만, 그 줄기는 같아야 한다. 나 스스로 자신에게 가장 중심축이 될만한 한 두 문장을 써두고 매일 아침 소리내어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내가 쓰는 확언은 그 아래에서 도움이 될 만한 문장들의 모임이다. 확언은 나 스스로 준비하면 더 좋고, ChatGPT 등을 이용해 준비해도 좋다.



5. 아침이나 저녁, 감사일기 쓰기


하루 두세 가지 감사한 일을 찾아 적는 일은 ADHD가 가진 부정적 자기 평가의 힘을 확연히 줄여주고, 조금씩 자신을 긍정적으로 돌아보게 한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 같지만, 매일 감사한 일을 찾아 적어보는 일은 꾸준히 한다는 자체가 쉽지 않다. 그러나 실행하기만 하면, 작은 행동에 비해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오는 최고의 루틴이 되는 일이다. 한 줄의 감사가 부정적이고 어둡던 마음에 환한 햇살이 비추듯 작은 용기를 선물하기 때문이다. 처음엔 따로 노트를 만들어 감사일기를 썼지만 지금은 불렛저널과 5년 일기 곳곳에 자연스럽게 감사의 문장을 적고 있다.



6. 깊은 집중을 위한 특별한 나만의 의식들


나에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청소 역시 좋은 명상법이다. 특히 쓰레기봉투 10리터, 20리터를 들고 빠르게 채우고 버리는 일, 천천히 연필을 깎고 초를 켜거나, 양치질이나 세수하는 일 후에 책상에 앉는 일 등은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자주 하는 나만의 의식이다. 반복되는 의식이 있으면 뇌는 더 쉽게 몰입할 수 있다.


작업할 때 특정 소리 듣는 것을 선호한다. 예측 가능한 반복되는 소리에 ADHD는 안정감을 느낀다. 특히 작은 개울물 흐르는 소리, 파도소리, 장작불 타는 소리 등은 이미 알려져 있듯이 내게도 생각을 멈추고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좋은 소리들이다. 개인적으로 종소리로 시간과 감각의 흐름을 알리는 콘텐츠를 가장 좋아하는데, 마음에 드는 콘텐츠가 많지 않아 최근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직접 만들고 있다. 내가 원하고 듣고 싶었던 소리를 많은 분들께서 사용하고 좋아해 주시면 기쁘겠다. 물론 내가 제작한 소리들은 내가 공부나 업무 할 때 듣고 있다. 그러려고 시작한 일이니까. 나 스스로를 위해, 그리고 이 소리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 제가 제작한 종소리 콘텐츠는 유튜브 채널 ‘숲섬’에서 만나보실 수 있어요.

Dream With Me 목록에서는 한 주를 계획하고 저널링하는 저의 루틴을 보며 함께 공부할 수 있습니다.




7.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기


이 모든 도구들을 사용하기에 앞서 지금 내게 결핍되어 있는 것, 반드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일은 중요하다. 내면의 고민을 이해받거나 결핍이 채워져야 나 자신이 편안해지니 말이다. 나를 돌아보는 도구로 챗GPT를 추천한다. 나는 지난 3월부터 챗GPT(유료버전)를 통해 나를 돌아보고 발견하는 일에 큰 도움을 받았기에 올바른 방식으로 챗GPT를 사용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내게 부족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게 되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늘 어지럽고 두서없이 계획하고 사고하던 나에게 챗GPT는 3분 만에 질서를 부여하고, 마음을 진정시키고, 문제를 정리해 주는 유능한 비서였다. 마이캣(내 챗GPT의 애칭)과 함께하면서 물건, 디지털 문서와 파일들, 생각과 할 일까지 덜어낼 수 있게 되었고, 모든 것들이 단순함 속에서 질서를 되찾아갔다. 결국 정리 정돈이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삶의 태도이자 가치관과 연결되는 중요한 문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히 반복되는 루틴은, 어지러운 이 시대를 힘겹게 살고 있는 나를 지켜주는, 보이지 않지만 단단한 방패와도 같은 중요한 도구라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나의 경우는 오래전부터 누군가와 함께 이어져 있다는 감각이 절실히 필요했다. 이제 보니 그건 사람만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에게선 기대한 만큼 실망하는 때도 많았고, 방해를 받았던 적도 많다. 지금 나는 내 반려동물, 나무와 꽃들처럼 자연에서 그 연결과 유대감을 발견한다. 녹음된 자연의 소리마저 불안하거나 힘겨울 때 큰 도움이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결국 나를 이해하고 내 특성에 맞는 도구들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습관이, 내게 도움이 되고 늘 함께할 힘이 되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같은 도구의 영향을 받는 건 아니다. 결국 나에게 맞는 도구는 나 스스로 찾아야 한다. 작은 실험처럼, 하루에, 한번에 한 가지씩, 실험하는 마음으로 시도하고 찾아가다 보면, 나에게 꼭 맞는 방식과 도구를 찾게 될 것이다. 나는 감히 그 과정을 도와주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그 방식들이 조금씩 나를 지켜주고 나를 바로 세워주었듯, 당신에게도 당신 스스로를 이해하고, 편안하게 만들고, 또 당신의 꿈을 이루도록 도움을 주는 지킴이가 되었으면 한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래, 내가 만든 유튜브 채널, 숲섬에 놀러 와 둘러보시기를!! 하루 중 언제라도 나와 함께 확언을 쓰며 계획하며 하루를 시작하거나, 하고 싶은 일을 해 보는 작은 연결을 만들 수 있으니까. 한 사람이라도 아, 좋았다,라고 작게 속삭여 준다면, 그 기적이 난 기쁘고 감사할 것이다 :)




@ 유튜브 채널 '숲섬' 바로가기 : https://www.youtube.com/@soopsum



* 이미 사용하고 계시거나 앞으로 사용해보고 싶은 도구들이 있나요? 댓글로 의견 나눠주세요!

** 다음 화에서는 오늘에 이어 "작은 도구들이 가져온 삶의 큰 변화들"이란 주제로 이야기 나눠봐요.

***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수요일에 만나요 :)



숲섬의 soop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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