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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섬타로 Feb 07. 2024

나 바로 여기 있어요 : BB 이야기

{숲섬타로} 다섯 번째 상담일지


  BB는 11살 반려견이다. 11년째 나와 N과 함께 살고 있고, 형제 같은 고양이 두 마리도 함께다. 아이들과 지내다 보니 사건, 사고도 끊이지 않고 놀라운 깨달음도 많이 얻는다. 한 번은 애들의 일상을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올려볼까 생각하고 시도해 보기도 했지만, 길고 긴 편집 시간이 아까워 그만두었다. 그 시간에 아이들과 한 번이라도 더 눈 맞추고 산책하고 놀아주는 것이 서로를 훨씬 행복하게 할 거란 예감이 들어서였다. 




  며칠 전 이웃의 순둥이를 산책시키는 쏭님이(이 연재의 3화 <너와 만날 날을 기다려 : 로이 이야기> 편 참조>) 순둥이에게 중성화 수술을 시키셨다. 바쁜 쏭님을 대신해 묶여있던 순둥이를 데리고 긴 산책을 나가게 되었다. 


  리트리버 순둥이는 중성화 수술 후에 아랫배가 불룩하게 부어있고, 산책을 해도 이틀째 배변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처음엔 병원에 데려가야 하나, 수술 후 뭐가 잘못되었나 걱정이 컸으나, 의사 선생님이 배변을 못해서일 수 있다고 했다기에 하루를 더 지켜보기로 했다. 덩치 큰 아이가 큰 넥칼라를 쓰고 기가 죽은 채 돌담에 이리저리 부딪치며 다니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거의 한 시간 반이나 산책하고 나서 드디어 배변을 했다. N과 나는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잘했다고 칭찬해 주고, 심지어 응가 사진을 찍어 쏭님에게 보내기도 했다. 기특하고도 고마운 기분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와 순둥이를 묶어두고 약을 먹이기 위해 습식사료 캔을 따서 약을 섞여 먹이고 수술 부위를 소독해 주었다. 소독 후 N이 후후 불어주면 순둥이는 천연덕스럽게 다리 한 짝을 들고 시원해했다. 다음날 아침에도 N이 BB와 산책 나간 길에 순둥이에게 들러 소독해 주었다. 그날 오후부터 BB가 아파 보였다.


  밥을 제대로 먹지 않았고, 불러도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았고, 심지어 좋아하는 간식이나 치즈 까는 소리에도 반응이 없었다. 산책을 가도 신나 보이지 않았고 꼬리는 축 쳐져있었다. 잇몸을 보니 빈혈인 것처럼 허옇게 되어 있었다. N과 나는 너무 놀랐다. 다음날 동물병원에 가기 위해 오전 10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린 그간 BB가 먹은 음식을 모두 점검해 보고 소화불량이거나, 발작 증상일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을 하며 태산 같은 걱정을 했다. 몇 년 전 BB는 특발성 발작이라는 병으로 고생한 적이 있었고, 장기간 약을 먹고 괜찮아진 상태였지만 또 언제 발작이 생길지는 알 수 없어 늘 긴장하며 지내는 중이었다. 문득 N이 "혹시...?" 하며 이야기를 꺼냈다. 


  순둥이에게 갔을 순둥이가 먹던 뼈다귀가 놓여있었는데, 순둥이가 BB를 보며 평소와 다르게 으르렁거렸다고 한다. N은 혹여나 물릴까 봐 BB에게 저리 가라고 번이나 매정하게 소리쳤나 보다. 자신은 내쳐지고 다른 개에게는 소독해 주고, 호호 불어주고, 잘했다고 칭찬해 주고 심지어 맛있는 캔을 주다니! 그래서 마음이 상했을 있겠단 얘기였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BB가 관심을 보이며 슬금슬금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먹던 계란 조각을 주면서 N이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미안해, 물릴까 봐 걱정이 돼서 그런 거야. 엄마가 사랑하는 BB 뿐이야."  나는 혹시 이제는 배가 고플까 싶어 맛있게 사료와 계란을 섞어 비벼주었다. BB는 순식간에 한 그릇을 맛있게 먹고 나더니 초롱초롱해진 눈으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꼬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아, 얜 마음이 상했던 거였어. 그래서 밥을 안 먹고, 좋아하는 치즈 먹을 기분도 아니었고, 잇몸이 허옇게 된 거네. 그런데 무슨 개가 하루가 지났는데도 그걸 마음에  담고 있어?! 


  
  타로로 펼쳐본 BB의 마음은 그랬다. 

 "우리 집에 다른 강아지가 와서 엄마 사랑을 독차지할 때도 괜찮았고, 순둥이랑 산책하는 것도 괜찮았는데요, 엄마가 나한테 큰 소리로 저리 가라고 했을 때 무척 속상했어요. 계속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럽고 힘들어졌어요. 엄마가 다정하게 말해주길 바라요. 다정하게 만져주고 사랑해 주는 순간이 늘 필요해요. 다른 아이들이랑 놀다가 와도 집에 와서는 나를 만져주고 사랑해 주세요. 매일 아침마다 새로 태어난 것처럼, 내가 강아지일 때 그랬던 것처럼, 내가 당신을 깊이 사랑하는 것처럼..."

- {숲섬타로}의 상담일지 中


반려동물과 보호자는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어느 한쪽의 밸런스가 무너지고 에너지가 고갈되어 있다면, 다른 한쪽 역시 건강하지 않은 상태다.

  


  반려동물과 오래 살고 깊이 교감할수록 이들에게도 우리와 같은 감정들 - 질투, 서운함, 의문과 배려, 화풀이 같은 다양한 감정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물론 모든 아이들에게 해당되는 사실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과 서로 연결되고 교감할 수 있다면 너무나 강렬한 사랑에너지와 생명의 신비를 깨닫고 느끼게 된다. BB는 나이가 들수록 감정이 섬세해지고 점점 더 많은 감정 표현을 하고 있다. 그건 동물을 특별히 사랑하고 늘 대화하는 N의 노력과 사랑 덕분이고, 옆에서 신비로운 장면들을 목격하며 나 역시 많이 배우고 변하는 중이다. 



  오늘 내 몸과 마음이 아프고 불편한가? 그렇다면 당신의 반려동물은 그 사실만을 신경 쓰고 있다. 당신이 나아지길 바라며 당신에게 에너지를 보내고 집중하기 때문에 (나는 눈치채지 못하지만) 그들의 에너지도 고갈되고 쉽게 피로해진다. 그들은 자신이 당신에게 도움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그 간절한 바람을 당신이 알아차리기만 해도 그들은 기뻐하고 행복해한다. 그들이 어딘가 아파 보이고 힘들어 보이는가? 그렇다면 내 컨디션을 먼저 체크해 보라. 분명 몸과 마음의 밸런스가 깨져있거나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었을 것이다. 우선 내 몸과 마음을 먼저 챙기고 그들에게 다가가 다정한 포옹, 만져주며 다정한 말을 건네어보라. 둘은 함께 나아지고 행복해진다. 모든 당신과 반려동물이 행복한 하루하루라면 세상은 참으로 살만해질 것이다.



서로의 맘과 취향을 너무 잘 알지! 늘 건강하자 BB!



* 숲섬에서 당신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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