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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미 Jun 13. 2023

불안을 다루는 우리의 자세

아이는 잠들 무렵이 되면 이빨이 빠질 거 같다고 불안해하다가 잠이 든다. 7세 때는 아무렇지 않게 스스로 흔들다가 빼서 들고 오기도 하던 녀석이 갑자기 불안하다고 울고불고 하니 답답하다. 만져보면 아직 빠질 때가 한참 남아 미세한 흔들림만 있는 상태이다.

 

“별거 아니야~ 예전에는 혼자 빼기도 했잖아~”

“이거 봐~ 아직 빠지려면 한참 남았어. 당분간 절대 안 빠져!"

하다 하다 안되니 다소 어려운 설명도 해본다.

"자, 봐~ 이 이빨이 빠지려면 앞으로 꽤 오래 지나야 하는데 그 기간 동안 네가 계속 불안에 떨며 살지, 그냥 재밌는 일들에 집중하며 살지 생각해 봐"



불안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참 많다. 내용도 이유도 다 다르고, 그에 대한 나의 대응도 다 다르다.

정말 불안해할 일로 불안 해하는 것인지, 정상 불안인지 살펴본다.

의외로 정상적인 불안인데 크게 확대해석하는 경우도 많다.

무서운 호랑이가 나를 잡아먹으러 뛰어온다면, 불안, 긴장, 공포심이 드는 게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인데

그게 없기를 바라는 경우다. 어떤 상황이 생겨도 평온하길 원해서 조금의 불안도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지적인 오류를 찾는 일을 같이 해보기도 한다.

불안할 수도 있는데 "파국적"으로 해석하는 경우 그 불안은 더 증폭되어 버린다.

인지오류를 쭉 적어놓은 종이를 가운데 놓고 우리 같이 하나하나 찾아봅시다~ 하고 같이 보다가

"파국적 사고"를 하고 있었네요~라고 짚어주면 그 단어가 주는 파국적 어감에 빵 터지고 불안이 같이 해소되는 느낌이 난다.


이런저런 전법을 다 썼는데

불안이 해소가 되지 않는 경우들도 간혹 있다.

다시 우리가 해온 과정을 돌아보고 고민해 보는데

정말 우연한 상황의 변화들, 취업을 한다던지, 애인이 생긴다던지 하는 드러난 불안의 이유가 아닌 다른 일들의 변화로 인해 좋아지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아이가 이렇게 이번 이갈이에 유독 불안해한 것은

학교에서 긴장도가 잔뜩 올라가 전반적인 균형이 깨져버린 것도 한몫했을 테다.

학교에 그럭저럭 적응한 지금, 이빨은 더 흔들거리고 살짝만 만져도 흔들흔들 춤을 추는 경지에 다다랐으나

아이는 더 이상 이빨에 대한 불안을 이야기하지 않게 되었다.

 

불안 그 자체를 다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의 상황들이 정리되는 것, 더 집중할 일들이 생기는 것이 때로는 탈출구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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