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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가 아닌 심사위원에게 반하다

싱어게인 3을 보며

by 꼬르륵 Jan 20. 2024


싱어게인 3가 성황리에 마쳤다. 그리고 가수 홍이삭이 최종 우승자가 됐다. 홍이삭은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를 부르며 열창을 하다가 비록 음이탈 실수를 했지만 그간 그가 차곡차곡 보여준 무대와 서사로 결국 1위를 했다.  


개인적으로 싱어게인 3을 애정하며 시청할수록 저들을 두고 순위를 매기는 것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부활 멤버이자 방송인인 김태원 씨를 게스트로 초대한 적이 있는데 한 번은 진행자가 김태원 씨에게 “기타 잘 치는 걸로 대한민국에서 몇 등이냐?”라고 물은 적이 있다. 그때 김태원 씨가 이렇게 말을 했다. “음악에 순위가 어디 있습니까?”  


싱어게인 3가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남은 사람들은 이제 음악적 소양이 이미 다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다만 개성이 달랐을 뿐이다. 그런 아티스트들을 순위를 매기는 것이 빨, 주, 노, 초, 파, 남, 보 일곱 가지 무지개 색 중에 1등이 누구인가를 따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시청률이 높아야 하는 TV프로그램 특성상 1위를 정해야만 하고, 그런 배경에서 어쨌든 1위를 ‘홍이삭’씨가 했다.  


그런데 가수도 가수지만 나는 싱어게인 3을 보며 오히려 심사위원의 팬이 되어버렸으니 나를 그렇게 만든 사람들은 작사가 김이나 씨와 가수 임재범 씨다.

 

먼저 김이나 씨가 성공한 작사가이자, 재치 있는 방송인인 것은 다들 알 것이다. 그런데 나는 싱어게인 3을 보면서 그녀 역시 타고난 게 아닌가?라는 감탄을 했다. 어쩌면 그렇게 사람의 마음속의 느낌과 생각을 언어로 잘 표현을 해내는지. 어느새 내가 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든든한 바위 위에 피어있는 예쁜 꽃(최백호의 나를 떠나가는 것들을 부른 1호 가수와 25호 가수의 무대)


“46호님은 미국 서부에 럭비 팀장 여자친구 할 것 같은 그런 잘 나가는 고등학생 느낌을 내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아무것도 모르는 기숙사 밖으로 나가본 적 없는 여자가 됐다가 하시는 거예요”(김건모의 ‘스피드’를 부른 46호 가수와 56호 가수의 무대)


 


어쩜 그리고 섬세하고, 설득력이 있는지 어딘가 모르게 정리가 안 된 무대 여운그녀의 표현으로 무르팍을 탁 치며 정리하게 되는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녀의 성실한 심사평을 듣고 있자면 그녀가 참가자들을 정말 존중하고 있다는 것을, 사람이 참 괜찮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한 심사위원. 가수 임재범 씨를 나는 이제 사람, 임재범으로 좋아하게 됐다. 마지막 무대에서 음이탈을 한 가수 홍이삭에게 그는 평가에 앞서 말한다.  


“... 힘들죠?”  


브런치 글 이미지 2


건드리면 한 대 맞을 것 같은, 노랫말처럼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의 과거의 임재범은 온데간데없고, 이제는 인생 앞에 겸손해진 가수 임재범이 긴장과 두려움에 떨고 있는 참가자에게 건네는 한마디 한마디가 나는 좋았다. 그리고 마침내 스페셜 무대에서 그가 ‘비상’이라는 노래를 불렀을 때 나는 노래가 아니라 그의 인생이 들렸다. 그동안 미디어에 노출된 그의 인생과 그의 슬픔, 그리고 그 시간을 다 보낸 후, 담담히 부르는 그의 노래를 듣고 있자니 내가 위로를 받는 것 같았다. 그는 가수로서뿐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성숙의 여정을 잘 걷고 있었고, 이번 방송에서 ‘저는 이렇게 잘 지내왔답니다. 여러분도 잘 지내세요’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언젠가 한 선배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사람이 좋으면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해도 좋아하게 돼" 


PD가 DJ를 더 매력적으로, 호감형으로 연출해서 사랑받는 DJ가 되도록 해 줘야 프로그램도 잘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었는데 가수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처음에는 노래가 좋아서 가수를 좋아할 수 있다. 하지만 ‘찐’은 사람으로서 가수가 좋고, 노래까지 좋아지게 되는 거다. 그렇게 되면 그 사랑은 멈출 수가 없어진다.  


아무래도 나는 앞으로 김이나 씨와 임재범 씨를 계속 응원하게 될 것 같다. 그런 마음이 들면 이미 팬이 된 것이 아닐까. 나 역시 그런 성숙의 여정을 걷다가 한 번쯤은 직접 만날 수도 있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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