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와 말놀이 2

말놀이는 상상하게 합니다. 그림을 그리게 합니다.

24개월~35개월 아가들과 콩 받아라 말놀이를 합니다.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으로 콩을 집듯이 하고 손바닥을 오므려 콩을 받는 그릇으로 사용합니다. 콩을 받고 건네주면 아가들은 마치 진짜 콩이 있는 듯 놀이에 빠져듭니다. ‘오도독 오도독 맛있게 먹자’ 하면 맛있게 입에 넣어 먹습니다. 콩을 하늘에 던지면 같이 두 손 높이 올려 하늘에 던집니다. 두두두두두 바닥에 콩 떨어지는 소리가 진짜로 들리는 듯 행동합니다. 이 말놀이를 진짜 콩으로 하면 어떨까요? 놀이의 즐거움은 반감됩니다. 아이들은 자기 손에 있는 상상의 콩에 집중하지 않고 그 콩만을 쫓습니다. 상상 콩 말놀이이기에 주고받고 던지고 헤치고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상상 속에서는 못할 것, 못 일어날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콩받아라 콩받아라 니콩내콩 콩받아라

00야 00야 콩받아라 니콩내콩 콩받아라


윤동주의 <반듸불>을 같이 한 번 외워 볼까요? 책동무들과 함께 손을 잡고 둥글게 서서 이 시를 외웠습니다. 눈이 저절로 감깁니다. 눈앞에 울창하고 어두컴컴한 숲이 펼쳐집니다. 동무들과 손을 잡고 숲속을 거닐며, 희미하지만 바안짝 바안짝 빛나며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조그만 달 조각을 주우러 걸음을 옮깁니다. 바스락 바스락 나뭇잎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손을 잡고 까르르 웃기도 하면서 밤 숲속을 거니니 기분이 청량하고 좋았습니다. 청명한 밤 숲 속에 내가 그리고 동무들이 있었습니다.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데려다 놓는 힘이 문학 안에, 이 시 안에 있었습니다.


반듸불

윤동주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쪼각을 주으려

숲으로 가자

그믐밤 반듸불은

부서진 달쪼각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쪼각을 주흐려

숲으로 가자

- 『연세대학교윤동주기념사업회』윤동주



아이들은 말놀이 탐구자, 유희자입니다.


아이들은 모두 언어의 천재이다.

아이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정신노동을 많이 하는 사람이다.

아이들은 언어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탐구자이다.

『두 살에서 다섯 살까지』 코르네이 추콥스키, 홍한별 역, 양철북, 2006

아이들은 말놀이 천재입니다. 1~2학년 아이들과도 말놀이 워크숍을 한 적 있습니다. 아이들은 나무노래를 자유롭게 바꾸며 끝도 없이 만들어냅니다. ‘미안하다 사과나무’, ‘중학생이 싫어하는 야자나무’, ‘돈 없다 은행나무’


어깨동무 씨동무 보리가 나도록 씨동무

어깨동무 씨동무 보리가 나도록 놀아라


노래는 어느새 아이가


어깨동무 시동무 보리가 나도록 시동무,

어깨동무 시동무 보리가 나도록 놀아라


로 바꾸어 부르고 있었습니다. 말놀이가 시가 될 수 있음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 걸까요? 아이가 지은 말놀이가 시처럼 아름다웠습니다.


가자 가자 감나무

오자 오자 옻나무

갓난 아기 자작나무

거짓말 못해 참나무

꿩의 사촌 닥나무

낮에 봐도 밤나무

너하고 나하고 살구나무

입맞추자 쪽나무

동지섣달 사시나무

따끔따끔 가시나무

바람 솔솔 소나무

방귀 뀌는 뽕나무

실 리 절반 오리나무

아흔 지나 백양나무

앵돌아져 앵두나무

칼로 찔러 피나무

엎어졌다 엄나무

자빠졌다 잣나무

서울 가는 배나무

『가자 가자 감나무』 편해문, 창비, 1998


말놀이에는 이야기도 담깁니다. 이야기를 말놀이로 합니다. 옛날 옛날에~ 로 시작되는 이야기도 모두 입에서 입으로 귀에서 귀로 전해졌습니다. 이야기는 더해지고 빠지고 새로운 창작을 거듭합니다. 그래서 판본이 많이 다르기도 하지요. 끝말잇기, 꼬리따기 말놀이 등도 자유자재로 변신할 수 있는 변신귀재입니다. 아이들이 아름다운 우리말로 시를 쓰고 노래를 부르고 이야기를 지어 마음껏 논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현대 아이들은 어느새 시각적 자극에 민감하고 익숙해졌습니다. 귀로만 이야기를 들려줄 때 아이들에게 집중하라고 하지만 어른들 또한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태초의 감각인 듣는 감각은 점점 퇴화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어른이 된 우리는 압니다. 잘 들어야 잘 말할 수 있다는 것을요. 잘 말하는 것만큼 잘 듣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지요.


태아는 뱃속에서 어머니의 목소리를 기다린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올 때 기뻐한다. 그리고 다시 어머니의 목소리를 기다린다. 마침내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오면 기뻐한다. 이렇게 기다림과 기뻐함이 반복된다. 토마티는 이 과정을 ‘자궁 속의 대화’라고 부른다. 최초의 듣기가 시작되는 것은 바로 이 과정이다. 태어난 후에도 이 과정은 계속된다. 나중에 발달하는 대화 기술, 언어 습득, 학습 능력, 특히 사회 적응 등은 초기 듣기의 질에 달렸다. 『잃어버린 지혜, 듣기』 서정록 지음, 샘터, 2018, p.149



귀는 단순히 소리를 듣는 것만이 아니라 뇌를 충전시켜 우리의 삶에 활력을 주는 탁월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부드럽고 아름다운 우리말로 이루어진 말놀이를 교감을 통해 듣고 자란 아이들은 편안함과 안정감 속에서 마음껏 호기심을 발휘하고 탐색하며 자유롭게 자라납니다. 소리로 들려주기, 교감하기, 말놀이로 아이들과 충분히 함께 해 주세요. 다정하고 따뜻한 온기가 담긴 목소리, 말로 전해진 아름다운 문학을 경험하는 것은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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