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와 별이
세상을 환하게 해

며칠 전 함박눈이 펑펑 내렸다.

마을에 있는 방과후에 다니는 둘째는 아침부터 방수복과 방수장갑을 챙기느라 바쁘다. 오늘은 꼭 눈놀이를 나갈테니 단단히 채비를 하고 가야겠다는 심산이다. 늦잠을 자던 큰 아이도 친구 전화를 받더니 생전 안 찾던 방수장갑을 찾는다. 방과후 졸업을 앞두고 있는 아이도 친구들과 하는 눈싸움은 은근히 기대가 되는 모양이다.


여전히 어색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서로 파악을 한 말놀이 두 번째 시간

아이들은 눈 올 때 뭐하고 놀았나 궁금했다.

비나 해, 별, 달을 노래하는 말놀이에 비해 눈을 노래하는 말놀이는 좀 적은 것 같아서(아직 내가 잘 몰라서)

아이들과 눈 말놀이도 지어보고 싶었다.


얘들아~


눈이 왔네 눈이 왔어

펑펑 펄펄 눈이 왔어

너희는 너희는 뭐하고 놀았니

눈이 펑펑 왔는데요

뭐하고 뭐하고 놀았나요


콩받아라 리듬에 맞춰 아이들에게 물으니

'어, 그거 콩받아라잖아요~' 한다.


응, 맞아! 근데 괜찮아. 말놀이는 계이름이 딱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서 이 말에 이 리듬을 붙여도 되고

저 리듬에 다른 말을 붙여도 돼. 너네 눈오는 날 뭐했어?


놀이터에서 놀았어요.

뭐 아무것도 안했어요.

감기 든다고 나가지 말랬어요.

의외로 반응이 좀 시큰둥해서 '눈' 하면 뭐가 떠오르는지 물었다.


하얗죠

차가워요

작아요

뭐 별로요, 아무 느낌 없는데요.


아이들 대답을 죽 적어 보았다.



하얗고

차갑다

작다

녹아서 죽는다

무지개 다리를 건넌다

예뻐요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나요

신나요


아이들과 여러 번 읽으며 집에 돌아가면서 길가에 쌓여 있는 눈을 한 번 더 바라보기를, 손으로 스윽 만져 보고 쿵쿵 발로 밟아도 보기를 바래본다.


지난 시간에는 '별 하나 나 하나'로 별과 나를 열까지 세어 보았다. 이번에는 별을 따서 걸어 보는 말놀이를 하려고 준비했다. 그 전에 이야기를 하나 들려 준다. 이야기를 들으며 상상하면 입으로 읊어야 하는 단어나 문장들이 조금은 쉽게 입으로 나올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옛날 옛날에 한 아이가 깊은 산 속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았대. 그 숲은 나무가 엄청 울창해서 낮에도 밤처럼 깜깜했대. 밤에는 별과 달이 떠서 조금 환하긴 했는데, 어느 날 할머니가 몸이 조금 아프셔서 밤새 간호를 해야 했는데 너무 깜깜해서 힘들었대. 그래서 아이는 할머니가 낫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늘에 있는 별을 하나씩 따서 동서남북 사방에 걸어 놓았대. 그랬더니 온 사방이 환해지고 그 별빛에 할머니도 뚝딱 다 나았대"



별 하나 뚝 따 행주로 닦아서 망태에 넣어서 동문에 걸고

별 하나 뚝 따 행주로 닦아서 망태에 넣어서 서문에 걸고

별 하나 뚝 따 행주로 닦아서 망태에 넣어서 남문에 걸고

별 하나 뚝 따 행주로 닦아서 망태에 넣어서 북문에 걸고



땅으로 내려오는 먼 여행길에 먼지가 많이 묻었을까? 행주로 깨끗이 닦아 더 반짝반짝 빛나게 만든다. 이 말놀이를 할 때 습관처럼 꼭 하는 행동이 있다. 행주로 닦는 시늉, 망태에 넣는 동작, 목에 목걸이를 걸듯이 망태기를 거는 시늉이 그것이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신기한 듯 바라보며 가만히 있다가 쑥스러운 듯 작은 손짓으로 조금씩 따라하기 시작했다.


말놀이를 한다. 여기 저기 별을 건다. 그러고 나면 주변이 말간 별빛으로 환해진다. 이번에는 하늘에서 딴 별을 정성스럽게 쓱쓱 닦아서 아이들 한 명 한 명 목에 걸어 준다. '별 하나 뚝 따 행주로 닦아서 망태에 넣어서 00 목에 걸고' 난데없이 별 목걸이를 선물받은 아이들은 정말 가슴에서 별이 반짝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자기 가슴을 한 번씩 내려다 본다.


자, 너희들도 별을 따서 걸고 싶은 곳에 걸어 보자~


별 하나 뚝 따 행주로 닦아서 망태에 넣어서 손목에 걸고

별 하나 뚝 따 행주로 닦아서 망태에 넣어서 책상에 걸고

별 하나 뚝 따 행주로 닦아서 망태에 넣어서 아침 선생님 귀에 걸고

별 하나 뚝 따 행주로 닦아서 망태에 넣어서 아침 선생님 엉덩이에 걸고

별 하나 뚝 따 행주로 닦아서 망태에 넣어서 시계에 걸고

별 하나 뚝 따 행주로 닦아서 망태에 넣어서 방문에 걸고

별 하나 뚝 따 행주로 닦아서 망태에 넣어서 천장에 걸고

별 하나 뚝 따 행주로 닦아서 망태에 넣어서 창문에 걸고


천장, 책상, 문, 시계, 창문 아이들이 열심히 따서 닦은 별이 반짝 반짝 흔들리면서 빛난다. 나는 여기 저기 둘러 보며 이 곳이 너희 덕에 환해졌다고 이야기한다. 아이들은 그 말이 사실이 아님을 알지만 마치 정말 그런 듯 주위를 쓰윽 둘러 본다. 아이들 눈에도 아니 마음에도 느껴졌을까, 반짝임이! 그 환함이. 별을 따서 닦고 담아 여기 저기 거는 이 말놀이가 그래서 나는 좋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게 해줘서, 상상할 수 있게 해줘서. 아이들과 별이 함께 주위를 환하게 밝혀주어서.


별 말놀이가 끝났는데 한 아이가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한다. 옆에 마련되어 있던 흰색 A4 용지와 색연필에 계속 눈에 들어왔나 보다. 그러자. 그림을 그려 보자. 뭘 그려요? 뭐든! 오늘 같이 해 본 말놀이를 적어도 좋고 눈을 그려도 좋고 별을 그려도 좋고 그리고 싶은 것


시간이 간다.

아이들은 그림 그리는 것도 열심히 한다.

한 명 한 명 그리는 것을 조용히 바라보며 조근 조근 말놀이를 읊어 본다.


내가 오늘 원래 너희들한테 달 말놀이도 들려줄려고 했거든

그림 그리며 귀로 들어봐~


저 달이 둥둥

산 넘어 온다

앞 산 위로

달맞이 가자


저 달이 둥둥

물속에 잠겼네

뒷강물 속으로

달맞이 가자


여러 번 반복하니 어느새 한 아이가 손가락으로 까딱 까딱 리듬을 맞춘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귀하게 받아 안고 헤어지면서 다음 번에는 해도 불러 보고 달도 봐보자. 라고 이야기한다. 별처럼 환한 아이들이 배시시 웃으며 인사를 하고 문을 나선다.



* 마포성메작은도서관에서 매주 목요일 오후 1시간 동안 1~2학년과 함께 하는 "께롱께롱 말놀이"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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