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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브랜드, 톤이 없어요

톤앤매너라는 말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by 너머

실무에서 ‘톤앤매너’라는 말은 꽤 자주 등장합니다.
기획안에도, 카피 피드백에도, 디자인 방향성에도 꼭 들어갑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우리 브랜드 톤은 뭐예요?”라고 물으면


"음, 조금 섬세하고 감성적인?"
"적극적이고 밝은 무드"

역시 추상적이고 모호한 대답이 돌아옵니다.

대부분의 브랜드는 ‘톤’이 있다고 말하지만,
정작 무슨 뜻인지 모르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톤앤매너는 '말투'가 아닙니다


많은 실무자들이 톤앤매너를
“카피 감성”, “말투”, “브랜드 분위기” 정도로 인식합니다.
하지만 실무에서 브랜드 톤앤매너는 단지 말투나 문장 스타일이 아닙니다.
그 브랜드가 세상과 대화할 때 어떤 ‘태도’를 가질 것인가에 대한 결정입니다.
말하는 대상, 말의 방식, 말하지 않을 것도 함께 정리되어 있어야 그게 '톤앤매너'입니다.



사람의 퍼스널리티를 말과 행동으로 정의내리듯,
브랜드 역시 시기에 따른 말과 행동, 옷차림 즉 에티튜드로 정의내려집니다.
그리고 이 태도는 브랜드가 사용하는 언어뿐 아니라,
고객이 마주하는 모든 시각적 표현에서도 일관되게 드러나야 합니다.






실무에서 자주 보이는 톤앤매너 오해


"디자이너가 알아서 정하는 거 아닌가요?"
→ 아닙니다. 톤앤매너는 마케터, 브랜드 디렉터, 기획자까지 모두 함께 설정해야 하는 전략 요소입니다. 디자이너는 이 전략적 방향, 즉 정의된 '태도'를 이해하고 그것을 시각 언어로 번역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태도 자체를 혼자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무드보드 깔끔한데요?"
→ 시각적 무드보드는 분위기를 제안할 뿐, 그 브랜드가 말하는 방식과 태도를 설명해주진 않습니다. 디자이너에게 시각적 영감은 중요하지만, 브랜드의 '목소리'와 '태도'에 대한 명확한 정의 없이는 피상적인 스타일에 머무르거나, 언어적 메시지와 시각적 표현이 충돌할 위험이 있습니다.


"카피라이팅이 톤앤매너 아닌가요?"
→ 카피는 톤앤매너의 결과일 뿐, 전부가 아닙니다. 광고 문구 몇 줄로 브랜드 톤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톤이 없으면, 실무는 혼란에 빠집니다

SNS는 외계어처럼 말하고,
CS는 매뉴얼 문어체로 답하고,
브랜드 소개서는 고급스럽고, 광고는 발랄하고 튈 수도 있습니다.



이런 브랜드는 고객에게 ‘성격이 없는 브랜드’로 보입니다.
심지어 같은 팀 안에서도 누구는 "~해드릴게요"라고 말하고,
누구는 "빠르게 도와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이건 말투가 아니라 정체성의 혼란입니다.






톤앤매너, '어떻게' 정의하고 구체화할 것인가?


톤앤매너를 제대로 정의하려면, 단순히 몇 가지 질문에 답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의 본질에서부터 시작하는 과정(How)이 필요합니다.
브랜드의 핵심 가치와 미션, 타겟 오디언스에 대한 깊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죠.
이 과정을 통해 아래 질문들에 대한 답을 구체화할 수 있습니다.


우리 브랜드는 어떤 '사람'처럼 말해야 할까? (페르소나 구축) 몇 살쯤 되는, 어떤 성격의 사람처럼 말하는지를 넘어, 그 인물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즐겨 사용하는 어휘, 반대로 절대 사용하지 않을 표현 등을 상세히 설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 브랜드 아키타입(원형)을 활용하여 페르소나를 구체화) 친구 같은 브랜드일까요, 선생님 같은 브랜드일까요?


핵심 '보이스(Voice)'와 상황별 '톤(Tone)'은 무엇인가? 단순히 '감성적'이라고 정하는 대신, 우리의 핵심 '보이스(Voice, 일관된 개성)'는 무엇이고(예: '진정성 있는', '유쾌한'), 다양한 '톤(Tone, 상황별 어조)'은 어떻게 조절할지 원칙을 세워야 합니다. '감성적'이라는 단어가 구체적으로 어떤 어휘(긍정적 어휘 목록, 공감 표현 등)를 포함하는지, 반대로 어떤 표현(과도한 미사여구, 특정 부정 어휘 등)은 피해야 하는지 정의하는 것이죠. 위기 상황에서의 말투 역시 구체적인 시나리오(예: 서비스 장애 공지, 고객 불만 응대)를 설정하고, 각 상황에 맞는 어조와 핵심 메시지, 대응 원칙을 미리 정해두어야 합니다.


구체적인 '스타일 규칙'은 무엇인가? (가이드라인 명문화) 마침표는 찍는지, 이모지는 어느 정도 허용하는지, 영어는 어느 정도로 섞는지 등 아주 구체적인 스타일 규칙까지 명문화하여 '톤앤매너 가이드라인'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에는 문장 길이, 선호/비선호 표현, 존댓말 사용 기준, 채널별(SNS, 블로그 등) 특성을 고려한 가이드 등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상적인 생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톤앤매너를 제대로 구축하려면
이 정도의 과정과 구체화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가이드라인은 한번 만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교육과 피드백을 통해 조직 내에 공유되고, 필요에 따라 업데이트되어야 합니다.






브랜드는 디자인으로 보이고, 말로 남습니다



브랜드는 디자인으로 처음 '보이고', 일관된 '말로' 기억에 남습니다.

디자이너는 브랜드의 정의된 '태도'를 시각 언어로 번역하여

첫인상을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좋은 디자인은 시선을 사로잡지만, 그 디자인이 브랜드의 목소리와
일치하지 않는다면 고객은 혼란을 느낄 것입니다.



말의 축적 없이 쌓인 이미지는 ‘보는 순간 예쁘다’로 끝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언어적, 시각적으로 일관된 '태도'의 표현은 브랜드의 기억을 만들고,
브랜드의 진정성을 설득하게 만듭니다.


톤앤매너를 말하면서 그것을 구현할 구체적인 언어적,

시각적 원칙과 가이드라인 하나 정리해두지 않았다면,

그건 브랜드가 태도를 가진 게 아니라,
그때그때 디자이너나 마케터의 개인적인 감각이나
기분 따라 말하고 보여주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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