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2장
<코스모스> 2장은 진화론에 대한 이야기가 주제입니다. 역시나 길고 복잡하고 어려운 생물학적 이론들 때문에 읽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사람이 나와요. 바로 찰스 다윈입니다. 2장 시작 부분에 인용된 두 글은 칼 세이건이 이 장에서 말하고 싶은 것을 훌륭하게 요약해주고 있어서, 실은 이 인용문들만 읽으면 2장은 읽지 않아도 읽은 것과 다름없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만, 그건 아닌 것 같고요.)
다음은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중 일부인데, 2장의 전반부는 다윈의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지구에 발을 붙이고 살아왔던 모든 유기 생물들이 단 하나의 어떤 원시 생물에서 유래했다고 거의 확신한다. 생명의 숨결이 최초로 불어넣어진 그 생물에서 다양한 형태의 모든 생물들이 비롯됐다고....... 이러한 생명관에는 모종의 숭고함이 서려있어...... 우리의 행성 지구가 불변의 중력 법칙에 따라 태양 주위를 거듭 도는 동안에, 그리도 간단하기만 했던 원시 생물이 긴 진화의 과정을 밟으면서 다양한 형태의 수많은 생물 종으로 변신할 수 있었다. 그 원시 유기체가 우리 지구에서 이렇게 아름답고 저렇게 놀라운 생물들로 진화할 수 있었으며 그 진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 <종의 기원>, 1859년
그리고 다음의 윌리엄 허긴스의 말은 2장 후반부의 결론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태양과 지구에 존재하는 원소들의 상당 부분이 별에서도 발견된다. 그러므로 성분의 관점에서 볼 때, 우주는 하나의 물질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밝게 빛나는 저 별들도 우리 태양과 같은 존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 윌리엄 허긴스, 1865년
우리가 지구 생명의 본질을 밝혀내고 싶어 하는 까닭, 그리고 외계 생물의 존재를 확인하고자 하는 노력은 다음의 질문으로 수렴됩니다.
'우리는 과연 누구인가?
우리 인간은 과연 어떤 존재일까요? 우리의 정체성은 다른 존재들과의 차별성을 통해서 규정되지요. 그러니 우리의 기원을 밝혀내는 것과 아울러 다른 존재들을 만남으로써 그들과 우리의 차이를 확인한다면 우리가 과연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우선 우리의 기원에 대해서는 진화론으로 설명됩니다.
많은 사람들은 진화론과 자연선택 이론을 들었을 때 강한 반감을 느꼈습니다. 지구의 생명체들은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며 우아하게 만들어져 있고 이것은 신의 능력이 아니라면 가능할 수 없는 것이라는 데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이것을 '위대한 설계자 The Great Designer'가 계시다는 증거로 생각했습니다. 온 세상을 아름다움으로 가득 채우는 생명 현상의 다양성과 그 배후의 복잡 미묘함은 그토록 신비합니다.
위대한 설계자가 모든 생물을 정성 들여 만들었다는 생각은 모든 자연 현상에 의미와 질서를 부여했습니다. 우리들은 불안한 삶을 안심하고 실기 위해서 본능적으로 존재의 의미와 질서를 찾지 않나요. 하지만 위대한 설계자가 계시다는 생각은 전적으로 인간적인 해석입니다.
다윈(과 진화론의 또 한 명의 창시자 러셀 월리스)은 자연 현상을 자연선택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습니다. 자연선택이 생명 현상을 영겁의 시간 속에서 정교하게 조탁해 내었다고요. 진화론이 발표되었을 당시, 사람들이 격렬하게 반감을 가졌던 까닭은 우리 인간의 시간관념으로 진화의 긴긴 시간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고작 70여 년 밖에 살지 못하는 인간에게 7000만 년은 상상하기 힘든 시간입니다. 하루살이가 하루를 영원으로 아는 것과 같은 이치지요.
진화의 비밀은 죽음과 시간에 있습니다. 환경에 불완전하게 적응한 수많은 생물들의 죽음과, 우연히 적응하게 된 조그마한 돌연변이를 유지하기 위한 충분히 오랜 시간 말이지요.
별들 사이의 광대한 암흑 속에는 기체, 티끌 그리고 유기 분자로 이루어진 성간 구름이 떠돌아다닙니다. 이 성간 구름 속에 유기 분자가 풍부하다는 사실은 생물의 기본 물질이 우주 어디에나 존재할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케 해 줍니다. 시간만 충분히 주어진다면 생명의 기원과 진화는 우주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칼 세이건이 말하고자 하는 요지입니다.
지구의 자연환경, 즉 산소와 물 등등이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훌륭한 조건처럼 인식되는 것은 우리가 지구에서만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초기 생물들 중에서 지구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한 종들은 모두 사라져 버렸습니다. 우리는 다행히 잘 적응할 수 있었던 유기물의 후손이고요. 우리와 다른 세상에서 진화하고 적응해서 살아남은 물질들은 또한 자기네 환경을 극찬하겠지요.
2장의 부제를 '우주 생명의 푸가'라고 붙인 이유는 바로 이 점을 말하고 싶었던 거지요. 지구 생물에게는 지구의 생물학이 적용되지만 우주의 생물에게는 각자 그들만의 생물학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 이것을 음악으로 비유하자면, 은하 생명의 음악은 화음과 불협화음이 교차하는 다성부의 푸가와 같다는 것입니다.
지구에서 최초의 생명은 대략 40억 년 전 바다나 연못에서 태어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생명이 진화의 과정을 거쳐서 어떻게 지금에 이르렀는가에 대한 긴 설명이 2장의 주를 이룹니다. 모두 생략하겠습니다. 결론은, 분자 수준에서 볼 때 우리 인간과 나무는 근본적으로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상의 모든 생물은 단 하나의 기원으로 수렴된다는 것이지요. 나무도, 사람도, 균도, 짚신벌레도 말이에요.
생명의 기원이 되는 물질이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었는가를 밝히기 위한 재미있는 실험이 있어요. 원시 지구의 대기를 재현하기 위하여 투명한 용기에 수소, 수증기, 암모니아, 메탄, 황화수소의 혼합 기체를 채웠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전기 방전을 일으켰습니다. 그랬더니 이상한 갈색 물질이 생성되더래요. 이 물질에는 매우 복잡한 유기 분자들이 가득했고 그중에 단백질과 핵산을 구성하는 분자들도 다량 포함돼 있었습니다. 생물의 기본 재료가 될 수 있는 물질은 이같이 쉽게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동일한 현상이 지구가 아닌 다른 우주 환경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가정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대기의 주성분이 수소, 헬륨, 메탄, 수증기, 암모니아 등으로 구성된 목성 같은, 지구와 엄청나게 다른 환경의 행성에서도 생물이 존재할 수 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칼 세이건은 추(sinker), 찌(floatrer) 같은 생물의 존재를 상상합니다.
칼 세이건은 말합니다. 우리는 이제껏 지구라는 작은 세상이 들려주는 생명의 음악만 들어왔다고요. 아마도 우주에는 다른 생명의 음악들이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상상합니다. 희열에 차서 그는 꿈꿉니다. 칼 세이건은 상상력을 발휘해서 우주의 음악을 실제로 듣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의 글을 읽는 나도 덩달아 음악이 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우리가 탄 배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제동을 걸어줄 또 하나의 노, 바로 회의의 정신, 의심하는 정신은 여기서 잠시 잊고 싶습니다. 2장에서는 상상력에 마음껏 나를 내맡긴 채 아름다운 푸가를 감상해도 좋지 않을까요?!
https://youtu.be/p1XD1MSES_8?si=c49WufPv11plJ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