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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프링버드 Apr 30. 2024

4월 텃밭의 반찬거리들


부추가 잘 자랍니다. 잘라서 부추전을 해먹었습니다.



상추가 자랍니다. 씨로 뿌렸던 상추들은 몇 개 솎았고 모종으로 키우는 상추는 잎을 잘라서 꼼꼼히 씻은 뒤식초물에 잠시 담가놨습니다. 흙에는 (별로 친해지고 싶지 않은) 많은 생물들이 산다는 걸 텃밭을 하면서 알게 됐어요. 꼭 잘 씻어서 먹어야 합니다. 물을 먹어 싱싱해진 잎사귀들에 보리밥과 쌈장을 얹어서 먹었습니다.



미나리는 또 얼마나 잘 번지는지. 다른 밭들도 미나리가 많습니다. 미나리가 번져서 잡초를 막아내는 효과도 있는 것 같아요. 미나리를 뜯는 법을 몰랐는데 가위로 얌전히 자르시는 다른 텃밭의 할머니를 보고 배웠습니다. 저도 가위로 잘랐어요. 집에 가져와 초고추장으로 새콤달콤하게 나물로 무쳐먹었습니다.



작년 초겨울에 심어서 추위를 견디고 아슬아슬하게 자라고 있는 두 '달'씨가 있어요. 달래와 달래파요. 그중 그나마 건실한 달래 세 뿌리를 뽑고 달래파도 한 뿌리 뽑아서 쫑쫑 썰어 양념장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달씨들은 어디가고 간장과 고추가루만 보이네요. 하여간 밥에 비벼먹었습니다. 달래향도 달래맛도 느껴지지 않아요. 간장과 고추가루, 참기름 맛만 납니다. 마트에서 달래 한 묶음을 사면 진한 달래장을 만들 수 있는데요. 그래도 달래 크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20일무라고도 불리는 적환무를 다 뽑았습니다. 이게 뭐야! 10일을 더 보태 30일을 키웠건만 동그란 뿌리는 어디갔니? 샐러드는 못 해먹겠네요.

톡톡이가 먹고 남긴 루꼴라도 이 김에 몽땅 뽑아서 같이 데쳐 나물로 무쳐먹었어요. 간장 깨소금 참기름으로 담백하게  무쳤습니다. 맛있어요! 간간히 보이는 발그스름한 뿌리가 예쁘기도 하고 씹히는 맛도 있습니다. 동그랗지 않아도 괜찮네요.



방풍나물과 머위도 뜯었습니다. 방풍나물은 된장에 무쳐서 나물로 먹었고, 머위는 쌈을 싸먹었습니다. 방풍은 남편이 좋아해서 심었고, 머위는 호기심으로 심었는데 남편이 자기 입에 안 맞는답니다. 방풍 한 번 먹고 머위 한 번 먹고 방풍 한 번 먹고 머위 한 번 먹고 해서 혀를 헷갈리게 하면 어떨까, 잠깐 생각해봤습니다. 머위가 앞으로 무성해질텐데 고민이에요.



쑥갓도 마구마구 자랍니다. 무서버... 일단 가위로 시원시원하게 잘라서 집에 가져와 씻었습니다. 식물마다 자르는 요령이 있는 것 같은데 쑥갓은 하도 무성해서 당황스럽습니다. 하여간 씻어서 우동에 한 가득 넣어 끓여 먹었습니다. 너무 많았던 걸까요, 남편이 속이 불편하다네요. 음... 곧 적응될 거야... 적응해야 돼...



먹고, 먹고, 먹습니다. 불현듯 회의가 생기네요. 나는 먹으려고 사는가... 너무 팔자 좋은 얘기를 하는 것 같아서 민망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먹지 않을 순 없으니, 정성껏 먹고, 먹는 일에 대해 감사하고 겸손해지겠습니다.


여러분도 오늘 하루 맛있게 잘 드시고 편안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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