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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프링버드 May 21. 2024

5월의 어느 날


오늘은 먼저 퀴즈부터 풀어볼까요? 

- 지구라는 행성에서 (통합해서) 가장 무거운 생물은 뭘까요?

- 지구의 동물들 중에 개체수가 가장 많은 존재는 누구일까요?

- 지구 자연계에서 공생을 가장 대규모로 하고 있는 동물은 누구일까요?

답은 글 끝에서 확인해 보세요.^^





4월은 아직도 겨울이 차가운 옷자락을 심술궂게 펄럭이는 달입니다. 찾아오는 봄 속에서 떠나는 겨울이 사람들의 마음을 심란하게 흔들지요. 그것은 식물들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하지만 5월은 마침내 완전한 봄입니다! 진짜 봄이다, 외치면서 식물들은 본격적으로 자라고 꽃을 피우고 열매는 맺기 시작합니다.  


옥수수 씨앗도 새싹을 올리고



감자도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강낭콩의 잎사귀들을 들춰보니 단아하고 소박한 콩꽃이 피었네요.



무성한 딸기 잎사귀들을 헤쳐보니 잎사귀 지붕 아래서 딸기도 새파랗게 열매를 맺었습니다.



드물다는 꿀벌이 감자꽃에서 꿀을 빨고 있습니다.


무당벌레도 찾아왔어요. 점 개수가 다 다르네요. 하지만 모두 무당벌레겠지요?


다른 벌레들도 아~주~ 많습니다. 고자리파리라는 이름의 작은 파리는 작년에 파를 몽땅 망쳐놨어요. 파 뿌리에 알을 낳아서 다 파먹었거든요. 올해도 부추가 노랗게 마르길래 잎을 당겨봤더니 뿌리가 다 녹았네요. 고자리파리 구더기는 파란 파는 가리지 않고 엄청 좋아하는가 봅니다. 파리 구더기들이 고개를 내밀고 "마시쩌요~~~" 하는 소리가 다시 환청처럼 들립니다. 

아래 사진의 왼쪽이 바로 고자리파리입니다. 오른쪽 파리는 다른 종류인가 본데, 기름을 발랐나 아주 반들반들하네요. 아래는 딸기 잎사귀에 붙어있는 이름 모를 애벌레입니다. 딸기 잎사귀를 갉아먹었네요. 


식물들이 왕성하게 자라니 곤충들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요. 해충이니 익충이니 하는 건 순전히 텃밭 인간의 기준이니까 다 같이 어울려서 먹자고 너그럽게 말하고 싶지만... 마냥 놔둘 수도 없는 일입니다. 적절한 선을 찾아야 돼요. 그런데 그 '적절함'이 뭔지 참 알기 어렵네요. 






자, 이제 답을 맞혀볼까요?

- 지구라는 행성에서 (통합해서) 가장 무거운 생물은 뭘까요?  식물입니다.

- 지구의 동물들 중에 개체수가 가장 많은 존재는 누구일까요?  곤충입니다.

- 지구 자연계에서 공생을 가장 대규모로 하고 있는 동물은 누구일까요?  인간입니다.


유튜브에 실린 최재천 교수의 강연을 들었어요. 호모사피엔스는 지구에서 가장 성공한 동물이지만 무게로만 따지자면 식물을 당할 수 없다고 해요. "지구는 식물이 꽉 잡은 행성"입니다. 동물은 그 사이에 끼어서 사는 존재들이에요. 개체수로 따질 때도 인간은 역시 사소해서, 숫자로 봤을 때 가장 성공한 존재는 곤충입니다.


그런데 각자의 영역에서 최고로 성공한 식물과 곤충은 경쟁하지 않고 서로 공생을 합니다! 최재천 교수는 이것을 "자연계에서 가장 위대한 성공사례"라고 말합니다. 공생은 그들이 성공한 비결이란 것이죠. 학교에서 들었던 얘기긴 한데, 다시 들으니 신선합니다. 

 

저는 세 번째 사실이 의외였어요. 인간이 자연계 공생을 가장 대규모로 하고 있다는 것 말입니다. 소를 키우고 밀을 키우는 행위의 '규모'에 대해서는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았거든요. 공생을 '대규모'로 하고 있다는 것과 '잘' 하고 있다는 건 다른 의미겠지요. 최재천 교수는 인간이 멸종할 거랍니다. 유발 하라리도 같은 예견을 했는데 최재천 교수는 하라리보다 인간의 멸종이 더 빨리 일어날 거라고 보네요. 공생의 의미를 잘 새기지 않는다면 멸종은 더욱더 빠르게 일어나겠지요. 


호모사피엔스는 자연과 공생을 '기가 막히게 잘' 하는 존재니까 자연을 파괴하지 않는 선에서 현명한 공생을 해나갈 수 있는 능력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인류의 열차는 너무 과속하고 있고 절벽은 저 앞에 있어서 제동거리가 충분할까? 영화라면 영웅이 나타나 열차를 세울 테지만 현실은 영화가 아니라서 더 무섭습니다. 과속으로 달리는 기차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하는 게 최선일 거란 하나마나한 생각만 드네요. 이건 텃밭에서 적절한 선을 찾는 일보다 훨씬 더 큰 문젭니다. 하지만 본질은 같지요. 아무튼 텃밭에서 꿀벌과의 마주침이 정말 황금 같은 순간이었다는 걸 알겠습니다. 미안해해야 할 일이고 감사해야 할 일이란 것도요.  


최재천 교수의 강연을 올려드립니다. 유익하기도 하지만 참 재미있게 강의를 하셔서 즐겁게 들으실 거예요. 


https://www.youtube.com/watch?v=mdfwRKqb02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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