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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프링버드 Sep 05. 2024

셰익스피어: 소네트 29


29     


운명과 세인의 눈에 천시되어,

혼자 나는 버림받은 신세를 슬퍼하고,

소용없는 울음으로 귀머거리 하늘을 괴롭히고,

내 몸을 돌아보고 나의 형편을 저주하도다.

희망 많기는 저 사람,

용모가 수려하기는 저 사람, 친구 많기는 그 사람 같기를,

이 사람의 재주를, 저 사람의 권세를 부러워하며,

내가 가진 것에는 만족을 못 느낄 때,

그러나 이런 생각으로 나를 거의 경멸하다가도

문득 그대를 생각하면, 나는

첫새벽 적막한 대지로부터 날아올라

천국의 문전에서 노래 부르는 종달새,

   그대의 사랑을 생각하면 곧 부귀에 넘쳐,

   내 팔자, 제왕과도 바꾸려 아니하노라.     


- 피천득 옮김     




* Chaewon Jang의 유튜브 채널에서 영국 배우 주디 덴치가 토크쇼에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29번을 암송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영시의 내용은 거의 알아듣지 못하는데, 낭송자의 목소리와 호흡, 음의 장단과 고저 그리고 표정까지가 마치 음악 연주를 듣는 것 같아서 시가 한결 더 가까워지는 느낌입니다.

chaewon Jang의 번역은 피천득의 번역과 분위기가 다르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TTOILVp2RcA



29     


운명과 세상이 날 외면할 때,

홀로 남아 버림받은 처지에 눈물 흘리며

부질없는 비탄으로, 귀먹은 하늘을 괴롭히고

나 자신을 돌아보며 내 신세를 저주할 때,

나의 희망이 더 풍요롭기를

아름답기를, 친구가 많기를 소원하며

이이의 기술과 저이의 능력을 탐하고

무엇보다, 즐겁던 것들에 조금도 행복하지 않을 때,

그러나 이런 생각에 잠겨 나 자신을 혐오하려 하다가도

그대를 생각하면 행복해지는 나의 처지는

동틀녘 음울한 대지에서 솟구쳐 올라

천국의 문 앞에서 찬가를 부르는 종달새와 같으니

   그대의 달콤한 사랑 떠올리노라면 마음이 풍요로워져

   내 처지, 왕과도 바꾸고 싶지 않노라 .    


- Chaewon Jang 옮김          



29     


When in disgrace with fortune and men’s eyes,

I all alone beweep my outcate state,

And trouble deaf heaven with my bootless cries,

And look upon myself and curse my fate,

Wishing me like to one more rich in hope,

Featured like him, like him with friends possessed,

Desiring this man’s art, and that man’s scope,

With what I most enjoy contented least;

Yet in these thoughts myself almost despising,

Haply I think on thee, and then my state,

Like to the lart at break of day arising

from sullen earth, sings hymns at heaven’s gate;

   For thy sweet love remembered such wealth brings,

   That then I scorn to change my state with kings.



* 대문 그림은 샤갈의 <결혼 꽃다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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