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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터가든 Oct 29. 2022

리더를 위한 변명 - 그도 사람인지라

우디 앨런의 1972년 코미디 영화 <카사블랑카여, 다시 한번 (Play It Again, Sam)> 첫 장면.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안개 낀 카사블랑카 공항에서 사랑하는 잉그리드 버그만을 남편과 함께 떠나보내는 험프리 보가트의 초인적인 멋짐에 기가 죽은 우디 앨런은 이렇게 독백합니다. “농담하는 거 아냐? 난 그렇게 못해. 앞으로도 못할 거야. 이건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야!”


저도 이런 좌절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리더십에 대한 자기 계발 책을 읽으면 바로 그렇게 됩니다.  오늘날의 리더란, 비즈니스 관련 전문적인 지식과 아랫사람을 아우르는 훌륭한 인품, 철저한 자기 관리로 만들어진 강인한 체력까지 지덕체를 고루 갖춘 완전체의 인간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 정말 부담백배입니다. 그런 좋은 리더가 되지 못할까 봐 많은 날들을 걱정하고, 두려워하며, 외로이 보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글로벌 기업을 이끄는 CEO들은 그 부담감이 어떻겠습니까! 저는 삼성 이재용 회장이 부러웠던 적이 결단코 없습니다. 

    1990년대 말부터 일을 시작했던 지라, 제가 만났던 보스들 중에는 지장과 덕장, 괴팍한 보스, 꼰대 보스가 골고루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독한 시집살이 했던 며느리가 더 심한 시어머니가 된다는 말이 싫어서, “내가 나중에 팀장이 되면 절대로 그러지 말아야지” 하며 각오를 다지던 날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쿨한 보스가 되는 길은 멀고 험난했습니다. 5명 규모의 팀 조직에서 두 사람이 1년 3개월씩 차례로 육아휴직을 떠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두 명의 육아휴직자에게 덕담을 건네고 흔쾌히 육아휴직 결재를 한 뒤에, 바로 나머지 3명의 팀원들의 울상이 된 얼굴을 마주쳐야 했습니다. 육아휴직 대체인력을 뽑는다는 게 그리 쉬운 게 아니어서, 같이 일하는 팀들에게 큰 업무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 뒤로도 우리 팀은 5명의 산모가 번갈아 생겨나는 ‘출산과 다산의 팀’이 되었습니다. 저는 계속해서 그들을 축복하며 휴가를 보냈지만, 남아 있는 팀원들에게는 그게 그리 좋게 보였을까 싶습니다.  

    회사에서 위아래 신망이 두터운 임원조차도 “임원이란 회사가 돈 쪼금 더 주고 훨씬 더 많이 부려먹는 직원이야. 아랫사람들 문제없이 관리하는 책임까지 져야 하고.” 하며 한숨짓는 것을 보았습니다. 360도 다면평가가 일반화된 요즘의 회사 조직에서 직원들의 날카로운 비판을 받는 팀장들은 마음의 상처를 받곤 합니다. 그러면서 불평합니다. “회사에서는 코칭 리더십을 하라고 하는데, 정작 우리는 누가 코칭을 해주나요?” 요즘 리더십 포지션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면 모두 “일은 하라면 하겠어. 사람 관리가 제일 힘들어.””라며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이처럼 리더들도 팀원들 관리에 많이 신경 쓰고, 상처받고, 눈치 보고, 좌절합니다. 사랑받지 못해도 상관없고, 욕먹어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 

    리더라고 해서 태어나서부터 위대한 현인이 아닙니다. 다 우리와 같은 사람이고, 조직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월급쟁이일 뿐입니다. MZ세대 직원에게 회사일이 처음이라면, 그분도 리더가 처음입니다. 부디 조금 너그러운 눈으로 그들을 바라봐주시기 바랍니다. 그들도 사람인지라.


참, 그런 의미에서 한 가지 팁을 드리겠습니다. 제가 회사 다닐 때는 팀장님이 퇴근하시기 전까지는 다 같이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요즘은 직원들은 다 퇴근하고 팀장님만 남아서 일하는 조직을 많이 봅니다. 지금 제가 다는 회사도 그렇습니다. 제가 퇴근할 때 거의 매일 제 보스는 남아서 일하고 있거든요. 저는 대학교 다니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얘야, 네가 회사를 다닐 때에는 야근하느라 남아 있는 팀장님한테 ‘팀장님, 제가 뭐 도와드릴 일 있어요? 커피라도 가져다 드릴까요?’라고 묻기만 해도 점수를 딸 것이다. 너한테 일을 시키시지도 않을 거야. 네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으니. 그래도 그 태도는 기특하다고 기억하시겠지. 팀장도 다 사람이거든.” 

    그리 어렵지 않은 이 인사법, MZ세대 여러분도 꼭 써먹어 보시길 바랍니다. MZ세대 여러분이 팀장이 되었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이런 후배 직원이 예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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