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ailit Oct 24. 2021

채식은 그냥 일상이에요.

문 안의 사람_첫 번째. 박채연

2.  안에 있는 사람들 

[ 채식 입문 계기 ]

1) 자기소개 (연령대, 이름, 하는 일, 채식 몇 년 차?)

32세 / 박채연 / 웹디자이너 / 오늘부로 채식 D-1043(8.8.일 기준) 차입니다.

정확히 2018.10.1부터 시작했어요. 페스코로 처음 접하기 가장 쉬울 것 같아서 시작했고요. 1000일 동안 pesco 식단을 유지하고, 현재 lacto-ovo입니다. 



-페스코: 소고기 돼지고기 가금류 (닭) 먹지 않고, 해산물까지는 포함 어류도 먹음, 어패류도 먹음

-락토 오보: 우유랑 계란까지는 허용, 해산물도 먹지 않음, 어류도 먹지 않음 


2) 어제 먹은 음식이 어떻게 되세요?

먹는 게 항상 비슷한 편이에요. 오전에는 계란 샌드위치(계란 찜기 이용), 저녁으로 웨지 감자와 생과일 수박 주스를 먹었어요. 비건 빵을 좋아해서 상도동 비건 빵집, 마켓 컬리를 자주 애용해요. 


3) 채식, 비건에 입문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원래 식성 자체가 고기를 고집하는 편이 아니었어요. 음식의 간이나 재료의 신선도를 더 따지는 편이라, 육식을 제한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덜 어려웠던 것 같아요. 


갑자기 고기를 안 먹게 되면 힘들지 않았나요?

지금은 고기를 먹는 게 어색해요. 한남동에서 회식을 한 적이 있었는데, 고기 냄새가 전보다 역하게 느껴졌어요. 


- 채식을 하겠다는 생각은 언제부터이고, 이유, 이후에 꾸준히 채식을 하는지, 경험담, 입문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하셨을 것 같은데,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지현)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 김사월이 채식주의자라는 것을 알게 되어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리고 저희 집에 강아지(치와와+미니피그) 도깨비를 키우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깨비를 가족으로 함께 하다 보니 이 친구를 존중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계기는 거창하지 않아요. 결심하고 실행을 하기까지도 사실 많은 고민을 하진 않았어요. 오히려 직접 부딪히고 실수도 하면서 제가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나간 케이스예요.

그렇게 18년도 가을부터 채식을 실행해오고 있습니다.


[ 채식 생활 ]

4) 처음 입문할 당시에 채식 관련 정보는 어떤 식으로 얻으셨나요? 

 주로 블로그나 유튜브를 참고했습니다. 

유명한 누구로 찾는 것은 아니라 성분 찾아보고 접근하고, 비건 레시피, 채식주의 레시피 찾아본 정도였어요. 요리를 잘하는 스타일은 아니어서 간단히 먹는 제품, 판매하는 것을 찾아서 먹었어요.


5) 현재 채식을 위해 꼭 지키고 있는 룰/루틴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마트나 편의점에서 사는 식품은 성분표로 동물성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항상 찜기에 계란을 쪄먹습니다. 


공복 상태를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너무 배고파서 아무거나 먹는 걸 방지하고 있어요. 


약속을 좀 드문드문 잡게 된 것 같아요. 채식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보는 게 편해요. 채식주의자 친구들이 아니라, 제가 채식하는 걸 이해하고 함께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이요. 


- 채식을 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이 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마트에서 구매한 식품의 성분표를 꼼꼼히 따지지 않으면 실수를 하게 되더라고요. 

미처 몰랐는데 특정 성분이 동물성인 경우가 종종 있었고 그에 대한 저의 지식이 부족했던 것이 장애물이 되었습니다.

정보 부족이 가장 큰 장애물이에요. 학습이 아직 덜 돼서, 성분을 피해야 하는데 예전에 잘 모르고 많이 먹었어요. 예를 들어 화학성분 중에 L-시스테인이나 유화제로 표기되어 있으면, 식물성인지 동물성인지 확실하게 구분이 안돼서, 몰라서 먹게 돼요.


사회적 편견은 장애물이 아니었나요?

타인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타입이라서 사회적 인식은 크게 장애물이 되지 않았어요.


6) 채식, 비건을 시작하고 스스로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요? (장점/ 단점/ 수빈) 

전보다 계획적인 식생활을 하게 된 것이 장점이고, 외식할 때 선택지가 상대적으로 좁아진 것이 단점이에요.


즉흥적으로 먹는 게 어려우니까 점심에는 뭐 먹어야겠다 미리 생각해두고, 단백질 섭취가 어려우니까 미리미리 챙겨서 먹는 계획을 세우게 되는 거죠. 평소에 파우치 같은 곳에 계란이나 시리얼을 들고 다니거나, 에너지바를 챙겨 다녀요. 그렇게 배고픔을 방지하기 위에 먹으면, 딱히 과식도 안 하게 돼요. 


단점으로는 채식 식당이 부족하다 보니 외식할 때 선택지가 좁아요. 매번 이태원 홍대만 갈 수 있진 않잖아요? 만날 수 있는 사람들만 만나게 되고, 채식 식단을 이해해주는 사람들만 만나게 되는 경향이 생겨요.


친한 사람인데 내 취향에 맞춰주는 사람들에게 채식을 같이 먹는 게 미안했던 적이 있어요, 물어보니 저를 따라서 채식 식당을 경험하고 채식메뉴를 먹는 게 새롭고 안 해 본 경험이라서 기뻐하더라고요. 제가 아니었으면 안 해봤을 것 같다고요. 그 뒤로는 친구들 만나는 게 한결 편해졌어요.


- 혹시 중간에 채식을 힘들었던 적도 있으셨나요? 이유는?

아직까지는 없었어요. 

아,  채식하고 얼마 안돼서 미국으로 여행을 갔는데 그때 우당탕했었어요. 이후에 미리 채식 식당을 알아보고 다녀야지 생각을 하게 되었죠. 

미국은 육식이 저렴하고, 유명 맛집을 찾아가도, 비건 옵션이 없으면 난감했죠.


1천 일 하는 게 신기해요. 만 3년이 넘으신 건데요

미식가가 아니어서 그런지, 채식만 먹는 게 아쉽지 않아요. 저는  식사시간에 배만 채우면 되는 사람이라서요. 먹는 거에 신경을 크게 안 쓰는 타입인 것 같아요. 


- 식사시간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수빈) 가치관과 신념?

저는 식사 자체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진 않는 것 같아요. 

미니멀하되 필수적인 영양분을 채울 수 있으면 괜찮은 식사라고 생각합니다.


매 끼니마다 사명감을 가지고 하지는 않아요. 가끔 생각나지만, 일상이 되면 그냥 식사시간일 뿐이에요. 저는 영양학자도 보디빌더도 아닌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냥 밥을 먹는 것뿐이에요. 


7) 가장 좋아하는 비건 레스토랑, 카페나 비건 식품/ 콘텐츠가 있다면?

음식으로는 팔라펠을 좋아해요. 칙피스도 맛나고, 이태원에 라 페름도 맛있어요. 비건 베이커리를 자주 가요. 상도동에 있는 <우부래도> 식빵을 좋아해요. 

최근에는 초식 마녀님 유튜브 채널을 찾아보는데 거기서 템페 먹는 법도 배웠어요. 처음 템페를 먹을 때, 아무 양념 없이 템페만 먹었거든요? 그때 대체 이걸 어떻게 먹지 생각을 했는데, 요리해 먹는 방법이 따로 있더라고요 ㅎㅎ 


[ 채식 주변 인식]

8) 채식한다고 했을 때 주변 지인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사회생활이 힘들지 않았나요 (하빈)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은 뭐 그런 걸 하냐, 아직까지 포기 안했냐 등의 반응을 보이셨어요.(웃음)

회식할 때 저에 대해 까맣게 잊고 고깃집에 가는 상황도 종종 있었는데, 이럴 땐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지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고깃집 회식은 그래도 어쩌다 한번 하는 이벤트니까 넘어가는데, 그때 저도 밥은 먹어야 하니까, 주문을 따로 했어요. 식당에 말해서 라페름이라는 비건 식당서 배달시켜서 먹었어요. 다행히 옆팀 팀장님 한분이 베지테리언이어서 잘 넘어갈 수 있었죠. 


상사분들도 오히려 트렌디한 친구로 긍정적으로 보는 분들도 있어요. 인식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느껴요.


9) 채식을 하면 몸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얻기 힘들다는 인식이 많은데 실제로 그런가요? 어떤 식으로 기력 보충을 하고 계신가요? (아영, 지훈)

채식 입문할 때 저도 동일한 의문을 가졌는데,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채식 때문에 기력이 없는 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사실 큰 차이를 못 느끼겠어요. 육식을 한다고 해서 기운이 넘치진 않았거든요.


 대신 단백질 섭취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꾸준한 운동과 수면을 취하는 식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식사보다는 수면을 충분히 취하고 운동을 해요. 


이전에는 5-6시간 잤다면 지금은 7시간 정도 자려고 하고, 필라테스를 주 3회 정도 하면서 근육을 만들려고 해요. 단백질은 두부나 계란으로 신경 써서 섭취해주고요. 특히 아까 말씀드린  팔 라페는 병아리콩으로 만들어서 단백질 함량이 높아요. 포만감을 느끼고 싶으면 콩 종류를 먹으면 오래 가요.


10) 채식이 돈이 더 드나요? 채식을 시작하고 나서 식비에 차이가 있을 까요? 

채식이 일반식에 비해 더 저렴한 것 같지는 않아요. 판매되는 몇몇 육류 가공품들의 경우 확실히 생야채나 과일보다 저렴하니까요. 하지만 일반식에 비해 채식이 더 비싸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것 같아요. 일반식도 비싼 재료를 쓰면 얼마든지 비싸질 수 있어요. 개인이 평소 식생활에 투자하는 비용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어떻게 식단을 구성하냐에 따라 다르기에 일반식과 채식의 단순비교는 어려워요.


저소득층의 경우엔 채식 입문의 허들이 더 높아지는 것도 같습니다. (Why?)

단순 비용보다는 음식 만들어서 먹을 시간이 없는 사람일 경우가 많아요. 여유가 없을 것 같아요. 편의점에 가면 통조림 등 육류 가공품들은 저렴해요. 생야채나 과일 아보카도는 비싸죠.


11) 음식에서 맛이 중요한 부분인데, 채식을 하면 맛을 포기한다는 편견이 많은데요. 어떤가요?- 채식 식단을 더 맛있게 즐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식물성 재료로 육류의 맛을 구현하려 한 제품들(대체육: 온라인몰에서 콩, 쌀, 밀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든) 대체육 같은 식품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만약 처음 접한 제품이 이러한 대체육이라면 맛이 없다는 편견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식물성으로 고기 맛을 흉내 냈기에 진짜를 모조품이 이길 수 없죠. 안심 채끝살과 샐러리 방울토마토와 단순 비교는 어려워요.


사찰음식 관련 중에 유명한 ‘대안스님’ 요리 영상을 찾아보면 맛이나 비주얼에서 고기 요리 못지않은 레시피들이 분명 있거든요. 그런 레시피들이 좀 더 간소화된 형태로 대중화된다면 더 맛있고 다채로운 식단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 채식이 서양에서 건너왔다는 생각을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고려시대부터 내려온 채식 레시피가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우리 고유의 채식 역사가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어쩐지 뿌듯했어요.

옛날 고려시대 음식들은 미술, 예술의 느낌이 들어요. 사찰음식이 매우 화려해요. 


12) 평소에 주변인들에게 채식을 추천하거나 권유하시나요? 이유도 함께 이야기해주세요

직접적으로 권유하는 편은 아니에요. 

상대방이 호기심을 가졌다고 판단했을 때는 채식의 장점을 어필하는 편이에요.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채식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대해 어필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서 강압적으로 하라는 식의 말을 하지는 않아요.


-어떤 장점이 있나요?

 병이 덜 생기죠. 자취를 일찍 한 친구들 중에 음식으로 병이 생기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집에서 어머니가 차려주신 건강한 식사를 하다가 배달음식, 육식 위주의 식단을 지속하다 보면 어딘가 아프기 마련이더라고요. 병원에 다니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채식을 하면 어느 정도 예방이 되는 것 같아요. 저도 식생활이 불규칙해서 고혈압이 있었던 적이 있어요. 그런데 채식한 뒤로 지금은 평균 이하로 내려갔어요. 70-110이에요.


13) 채식에 막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식품/식당/콘텐츠가 있다면?

초식 마녀 유튜브 채널을 구경해보시기를 추천 드러요. 이유는 집에서 요리하는 영상을 보여주는데 해볼 수 있는 쉬운 요리들을 알려주거든요. 다른 영상들은 아 이건 요리사가 할 거야 하는데, 요알못 입장에서 허들이 낮게 느껴져요. 쉽게 할 수 있다는 느낌을 주거든요. “당신도 비건 할 수 있어요 어렵지 않아!” 메시지를 줘요. 비건도 마라탕을 먹을 수 있어요.


[ 채식 전망, 미래 ]

14) 채식이라는 키워드가 요즘 화제성을 얻고 있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변화할 거라 예측하시나요? 

우리 세대는 기후변화나 환경문제를 더욱 피부로 와닿을 것이기 때문에 주요 화두가 될 것 같아요.

이에 따라 기업체와 정부도 이에 대응한 서비스와 정책을 내놓을 것 같아요. 탄소배출을 줄이고 장려하는 정책이 나올 것 같아요. 기업에서도 윤리적인 마케팅을 할 것 같고요. 채식, 환경은 피할 수 없는 이슈죠.


15) 앞으로 채식에 대한 인식이 개선 및 채식 대중화를 위해서 사회적/제도적으로 개선되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으실까요? 

학교나 병원, 군대 등의 기관에서 채식 식단을 제공하면 좋을 것 같아요. 채식으로 식단 통일은 아니고, 옵션을 만들어주자는 이야기예요. 소수자들을 위한 대안을 만들어주면 좋지 않을까요.  


다 함께 채식을 해본 경험을 공유하는 게 채식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혼자 하려면 힘들지만 같이하면 또 따라서 하게 되는 게 있잖아요~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으면 서로 이해하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16) 본인의 채식 라이프는 어떻게 될 것 같으신가요?(다른 단계로 갈지? 유지할지 등)

채식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저는 어릴 때부터 체질적으로 육식으로 맞지 않았어요. 소화가 잘 안돼서 체하기 일 수였죠. 마켓 컬리에 비건 제품들이 늘어난 것을 보면서 채식이 대중화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입문할 때와 지금의 상태를 비교해보면, 앞으로는 점차적으로 비건이 되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채식을 하면 옳은 일을 하는데 힘이 되지 않을까 여겨요. 채식하는 분들과 만난 적 없지만 느슨하게 연결된 느낌도 받아요.


17) 당신에게 채식이란? 

실질적인 제 삶의 일부이자 일상입니다.

추가로 채식을 할수록 타인에 대한 고민을 하게 돼요. 또 제가 동물에 대한 입장이 어떤가를 보여주게 하는 명확한 방법입니다. 

이전 05화 풀만 먹으면 힘이 없지 않나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