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랑 지금 어디에 있니
딸은 언제나 놀고 싶습니다. 틈만 나면 친한 친구와 놀고자 합니다. 한 달에 한 번씩 학교친구들과 박물관 투어를 하는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닙니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도 있어 무조건 좀 더 있고자 합니다. 항상 하는 멘트가 정해져 있습니다. "아직 다 못 놀았어"나 "아이 조금만, 조금만 더요"는 단골 멘트입니다. 금요일 수업과 방과 후를 마치면 동네 친구와 반드시 놀아야 합니다. 만약 서로의 집에서 가족 약속이라도 있는 날엔 아쉬워 땅이 꺼져라 한숨짓습니다. 눈 옆 피부 질환이 잘 낫질 않아 병원에 몇 번 가야 할 때가 있었습니다. 시간이 잘 안 맞아 금요일 오후쯤 병원 일정을 잡을라 치면 아우성입니다. 친구랑 노는 시간인데 왜 잡느냐고 말이죠. 겨우겨우 다 놀고 집으로 돌아와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닙니다. '동물의 숲'이 남았습니다. 각자 섬에 들러서 구경 좀 해줘야 합니다.
이렇게도 노는데 진심인 제 딸도 쭈뼛쭈뼛할 때가 있습니다. 잘 모르는 친구 혹은 또래를 만났을 땐데요. 그때만큼은 웬만큼 심심하지 않으면 상대에게 말도 안 겁니다. 즉, 딸도 이미 잘 알고 있는 친한 친구들과 노는 게 대부분입니다. 새로 만난 또래라 한다면 학기가 시작되고 보는 친구들 혹은 동네에서 보는 친구의 친구 정도가 다입니다. 여기에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런 딸의 놀이의 전 과정에 아직까진 저희가 많은 부분 함께합니다. 같이 논다기보다는 누구를 만나고 어디에 가는 지를 99% 알고 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아내는 저 보다 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그래서 딸의 친구들 이름도 대부분 알고 있고, 그들 사이에 어떤 일들이 있는지도 대충은 알고 있는 듯합니다. 저희 가족을 예로 들어 설명하긴 했지만, 아마도 자녀와 보통의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가정이라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비슷할 거라 생각합니다. 초등생 자녀들이 현실에서 누구와 어디서 놀고 있는지 저희는 잘 알고 있죠.
현실 세계는 과잉보호 하지만 가상 세계는 과소 보호
근데 오프라인에서는 이렇게나 많던 관심이 온라인에서는 어떨까요? 조너선 하이트는 '불안 세대'를 통해 다음과 같이 얘기합니다.
1996년 이후에 태어난 아동이 불안 세대가 된 주요 원인이 이 두 가지 추세 - 현실 세계의 과잉보호와 가상 세계의 과소 보호 - 에 있다는 사실이다. (p26)
혹시 우리의 자녀가 온라인에서는 누구와 놀고 있고, 어디서 어떻게 놀고 있는지 오프라인만큼 잘 알고 계신가요? 저 개인적으로는 업무적으로 외부인들을 만날 때가 자주 있습니다. 이들 중 자녀를 둔 부모들도 많은데요 공통으로 듣는 얘기가 하나 있습니다. "게임을 잘 몰라서 자녀가 구체적으로 어떤 게임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누구랑 하고 있는지를 모르겠다".
이와 관련해 2024년 2월, 싱가포르 정부기관인 MCI (Ministry of Communications and Information)가 발표한 내용이 흥미를 끕니다. 주제는 '자녀들의 온라인 게임 활동에 대한 부모들의 낮은 인식'에 대한 조사 결과와 인식 제고 방법에 대해 발표입니다. 아래는 MCI의 현황 조사결과 중 일부입니다.
청소년의 1/3 정도가, 때때로 혹은 자주, 모르는 이들과 함께 온라인 게임을 하고 있다.
부모의 약 30%만이 자녀가 누구와 게임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즉, 70%는 모른다는 얘기)
사실 딸뿐만 아니라 저 역시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면 본능적으로 모르는 이를 경계합니다. 여행지에서 모르는 이와 우연히 놀 때라든지 혹은 소개팅 또는 번개팅으로 특별한 목적을 갖고 타인을 만나는 정도가 특별한 상황일 겁니다. 오프라인은 그렇습니다. 타인에 대한 경계가 기본입니다. 반면 온라인은 어떤가요? 온라인게임에선 같이 노는 게 일상입니다. LoL과 오버워치 5인팟(5명이 한 팀으로 게임 플레이)을 위해선 모르는 이와 같이 플레이하는 게 기본입니다. 팀은 친구로만 구성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방까지 아는 사람으로만 매번 구성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MCI가 제시한 제고방법은 사실 단순합니다. "주요 테크회사(i.e. 구글, 메타, 바이트댄스, X 등)와 협업해 부모를 대상으로 '온라인 안전 디지털 안내 자료'를 배포/안내/교육하자"입니다. 안내 자료에는 자녀의 디지털 안전을 위해 기술적으로 설정할 수 있는 방법도 포함됩니다. Parental Control, 프라이버시, 신고방법 등이 그 예입니다. 하지만 이런 기능들은 그저 보조일 뿐일 겁니다. 부모-자녀 간에 평소에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면 말이죠.
온라인도 친구와 놀아야 더 재밌고 안전해
온라인은 왠지 복잡해 보입니다. 하물며 게임은 더 그렇습니다. 부모 스스로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있더라도 조금씩 자녀보다 뒤처지는 것 같은 마음도 듭니다. 종류도 다양하고 기능이 디테일하다 보니 뭔가 계속 배워야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저 그런 디지털 안전에 대한 얘기나 기술적 보조에 대한 설명으로는 뭔가 중요한 걸 놓치는 것 같습니다. 자녀의 온라인 활동에 관심을 가집시다라는 얘기 또한 뻔해 보입니다. 그렇기에 Jane McGonigal의 얘기가 오히려 저한텐 더 다가옵니다. 아래는 'Reality is Broken'에서 '게이머에게 드리는 현실적인 조언' 중 한 대목입니다. 요약하면 단순합니다. 친구랑 노는 게 더 재밌고, 더 건강하다입니다. 그녀의 조언대로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딸이랑 같이 플레이하러 말이죠.
Playing with real-life friends and family is better than playing alone all the time, or with strangers. 현실 세계 친구들과 가족들과 노는 게 혼자 혹은 모르는 사람들과 노는 것보다 좋아요.
Gaming strengthes your social bonds and builds trust, two key factors in any positive relationship. 게임은 긍정적인 관계를 위한 주요한 두 가지 핵심 요소인 사회적 유대 강화 및 신뢰를 구축합니다. And the more positive relationships you have in real life, the happier, healthier, and more successful you are. 현실세계에서 여러분이 더 긍정적인 관계를 맺을수록, 당신은 보다 행복하고, 건강하고 성공할 수 있습니다.
You can get mental and emotional benefits from single-player games or by playing with strangers online - but to really unlock the power of games, it's important to play them with people you really know and like as often as possible. 혼자 플레이하거나 모르는 이들과 온라인으로 플레이하더라도 정신적, 정서적 혜택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의 진짜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자주, 당신이 정말 잘 알거나 좋아하는 이들과 노는 게 중요합니다.
A handy rule of thumb: try to make half of your gaming social. 경험에서 말씀드리면, 게임시간의 절반을 사회활동으로 만들어 보세요. If you play ten hours a week, try to play face-to-face with real-life friends or family for at least five of those hours. 만약 주당 10시간을 플레이한다면, 적어도 5시간은 현실 세계 친구들 혹은 가족들과 같이 함께 플레이하세요.
And if you're not a gamer yourself but you have a family members who plays games all the time, it would do you both good to play together. 만약 당신이 게이머가 아니고 가족 중 게이머는 있더라도 같이 플레이한다면 모두에게 좋을 거예요. (Even if you think you don't like games! 비록 당신이 게임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말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