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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람 Apr 23. 2019

epilogue

감사합니다

첫 매거진 <안 상 들어오세요>를 끝내며


 브런치라는 글쓰기 플랫폼을 알게 된 후, 일본 생활을 글로 풀어내겠다고 다짐한 게 2018년 12월의 일입니다. 어떻게 써 내려갈까 고민하다가 내린 결정이 '면접에서 받았던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하자.'였습니다. 실제 면접에서는 내뱉지 못했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진짜 나'를 알아가자는 취지로 일본에서 보낸 5년이란 시간을 되새김질하였습니다. 설렜던 순간을 떠올릴 때는 행복했지만 아픈 기억을 헤집는 일은 시간이 지나도 힘들더군요.


 면접 시작 전 면접관이 ‘안 상 들어오세요. 安さん、どうぞ。’라고 말하면 그렇게 떨릴 수가 없었습니다. 미숙했던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쓴 글을 독자분들과 공유하는 일도 매우 떨리는 일이었습니다. 떨리지만 솔직하게 가식 없는 글을 쓰겠노라 다짐했기에 매거진 제목을 <안 상 들어오세요>라고 정하고 2019년 2월 10일, 첫 글 <prologue>를 발행했습니다. 그렇게 두 달 남짓 글쓰기에 몰두한 결과 같은 해 4월 말 아주 긴 자기소개서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 구성한 질문 리스트


 이번 매거진의 커다란 주제는 일본 생활, 독립, 취업 준비입니다. 자기만의 방을 얻기 위해 일본으로 떠나 겪은 일들과 자기만의 방에서 나와 한국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일들을 담고 있죠. 각 글의 제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가벼운 질문에서 어려운 질문 순으로, 실제 면접처럼 5년간의 독립생활을 시간순으로 풀어냈습니다. 극히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그때그때 보았던 영화와 책을 함께 녹여내 한 분이라도 많은 분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소재도, 분량도, 톤도 제각각인 글들이 완성되어 아쉬움이 남네요.






감사합니다


 어떤 말로 시작해야 할지, 어디까지 솔직하게 표현해야 할지 많이 망설였습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가볍게 일본으로 유학 가게 된 계기나 취미에 관한 질문들로 시작해 10편의 글을 완성하고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했습니다. 3일 뒤 브런치 팀이 보낸 메일을 받고 뛸 듯이 기뻤습니다. 제 글을 올릴 수 있는 공식적인 공간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벅찼습니다. 구독해주시는 분이 늘어나고 댓글로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계셔 더욱 힘내서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그중 몇 편은 브런치 홈과 다음 메인에 소개되며 과분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별 거 아닌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늘어난다는 사실도, 지인들이 장난으로 저를 작가라고 불러주는 것도, 글을 통해 알게 된 분들이 전해주시는 응원의 메세지도, 모두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되어주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08.FEB.19






브런치북 프로젝트를 위해 원고 수정을 끝내며


 한국으로 돌아와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일 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이곳에서의 시간 역시 굴곡이 많았습니다. 일본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오면 안정되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품고 왔지만 어딜 가나 해결해야 할 숙제와 감당해야 할 역할이 있었습니다. 매거진에 있던 글을 브런치북으로 발행하기 위해 첫 편부터 마지막 편까지 한 글자 한 글자 다시 읽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나이를 먹고 생활이 달라졌지만 이 년 전의 저와 지금의 제가 하는 고민은 비슷했습니다.


 고민거리는 비슷하지만 5년간의 농도 짙은 시간과 그 시간을 글로 녹여내며 배운 것들 덕분에 고민을 대하는 제 태도는 조금 성숙해졌습니다. 20대 초반의 저는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뭘 해야 행복해질 수 있는지 알지 못 한채 눈 앞의 과제를 해결하는데 급급했습니다. 하지만 <안 상 들어오세요>를 쓰며 제 자신과 제가 걸어온 길을 발가벗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기에 그때 왜 취업이 안 됐는지, 왜 공허함에 사무쳤는지, 왜 인간관계에 힘들어했는지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 자신을 글의 소재로 객관화시켜 얻어낸 해답 덕분에 같은 어려움이 닥쳐도 한 발짝 뒤에 서서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지금도 저는 보증금을 모으려면 매달 얼마를 저축해야 할까, 돈이 모자란데 다른 일을 더 해볼까, 왜 우리 식구들은 서로 맞지 않아 상처를 줄까, 관계를 잘 유지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10년 뒤 나는 뭘 먹고살아야 할까 등 옛날과 똑같은 고민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다른 게 있다면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시야를 얻었다는 점과 소중한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점 정도일까요. 비록 비슷한 고민에 좌절하고 힘들지만 다시 자기만의 방을 얻겠다는 의지와 소중한 사람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꿈이 있기에 다시 일어섭니다. 이번에야 말로 몸도 정신도 진정으로 독립하기 위한 긴 싸움이 이어지겠지만 슬기롭게 해쳐나가리라 믿습니다.






and special thanks to


 언제나 함께인 가족들, 어디에 있든 힘이 돼주는 죠이&도도, Y 교수님, 뭘 해도 눈물 나도록 즐거운 HY 동창들, 브런치 첫 구독자가 되어준 태쁘, 일본에서 만난 모든 인연들, 간사이 공항 식구들, 브런치북에 쓸 표지 부탁하니까 흔쾌히 그려준 성원, 영화 글 빼고 항상 재미있다고 응원해주는 은지, 양키 캔들, 빅 클립 볼펜, 기계식 키보드, 영감을 준 영화와 작가님들, 글을 쓸 수 있게 해 주신 브런치 팀, 함께 울고 웃으며 응원해주신 구독자님들, 글에 등장한 모든 분들.


 곁에 있어준 덕분에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더 읽고 보고 느끼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19년 10월 21일

글/사진. 가람

표지 일러스트. 김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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