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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오미 Sep 27. 2022

엄마와 헤어지기

이별을 통해 알게 된 사랑의 진실

손에서 더는 느낄 수 없는 따뜻한 체온, 산호색의 립 컬러로 예쁘게 단장한 엄마의 얼굴, 배 위에 양손을 가만히 올리고 차가운 딱딱한 침대에 누워 있는 엄마는 더 이상 아프지 않고 편안한 모습처럼 보였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되던 해, 방 안에서 지켜본 엄마의 모습은 근심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는 식탁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나는 엄마의 표정이 이상하게도 슬퍼 보였다. 빛이 나는 두 눈동자에서는 눈물이 곧 흐를 것 같아 보였지만 커피를 한잔 마시고 난 뒤, 다짐이라도 한 듯 자리에 벌떡 일어나셨다.


나는 방문을 열고 엄마께 물었다. “엄마 뭐하고 계셔요?”라고 하지만 나의 물음에 엄마는 답변을 하지 않으신 채 혼잣말을 계속하고 계셨다.


누군가 자신을 괴롭힌다고 생각하는 엄마는 때론 자신을 해하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기도 했었다. 나는 엄마의 그 낯선 모습이 하나도 무섭지 않았고, 오히려 엄마의 표정은 슬퍼 보이고, 외로워 보였다.


이때부터 나는 불안함이라는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왠지 모르게 엄마가 어딘가로 빠르게 떠날 것 같은 싸한 느낌. 헤어짐이 빨리 다가올까 두려운 마음. 유독 그날따라 심하게 느껴졌다.


그렇기에 나는 엄마가 아프지 않길 바라는 마음과 오래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조용히 다시 방에 들어가 방문을 닫고, 침대 위로 올라가 두 무릎을 정중하게 꿇고, 두 손을 모아 간절히 기도를 했다. ‘엄마와 천천히 헤어지게 도와주세요’라고...     


엄마는 고등학생이 되어 갈 때쯤부터 자주 쓰러지셨다.

하지만 그때 그 기억은 지금도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난다. 나는 21살이었고, 화장실 문 앞에 엄마는 미끄러져있는 듯한 상태로 쓰러져 계셨다.


날씨가 화창한 날, 놀러 가기 좋은 날, 햇살이 포근했던 날.


그저 엄마가 보고 싶었던 날. 이유 없이 친구에게 집에 잠시 들르자고 했던 날이었다. 집 앞 문을 드르륵 여는 순간 주변 소음은 고요했다. 발걸음 소리조차 없이.


집 앞 대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엄마가 화장실 문 앞에 쓰러져 있는 그 순간을 발견하게 되었다.


엉킨 머리, 젖은 옷, 아무리 불러도 눈의 초점이 움직이지 않았던 엄마. 미친 듯이 '엄마', '엄마'라고 불러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대답을 못하는 엄마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지만 차분히 친구에게 말했다. 119에 신고해달라고.


친구가 걸어준 신고 전화에 스피커폰으로 해둔 뒤, 119 구급 대원 선생님의 말씀대로 엄마의 뺨을 두드리며, 이름을 계속 물었고, 구급 대원 선생님들께서 오시기 전까지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젖은 옷을 조심히 갈아입혔다.


그리고 내 핸드폰으로는 아빠께 전화를 걸었다. 그때부터였을까. 마음속에는 엄마와 헤어짐에 대해 극도로 예민하고, 불안함과 두려움은 심각할 정도였다.


엄마에게 잘 살고 있는 모습,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나는 점점 더 잘해야 한다, 더 해야 한다, 빨리 성공해야 한다라는 생각의 틀에 갇혀버렸다. 혹여나 엄마와 이별하게 되면 어떻게 버티고 살 수 있을까 하는 온갖 수만 가지 생각에 사로잡혀 나를 더욱 지치게 만들었다.

   

그날의 나는 차분한 대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편에서는 엄마와 영원한 이별을 할까 마음이 철컹 가라앉았고, 두 번 다시 엄마를 만나지 못 만날까 봐 두려웠다.


그렇게 4번의 계절이 바뀌었을 무렵,

내 나이 25살.

시간이 지나갈수록 엄마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지셨고, 걷기 조차 힘드실 정도로 온몸이 점점 말라가셨다. 식사의 양은 점점 줄어드셨고, 드시고 싶은 음식은 없어지셨다.


엄마와 영원한 이별을 하고 나니 후회한 것들이 정말 많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후회가 되었던 것은 단지 바쁘다는 핑계로 소중하고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연락을 자주 하지 않았다는 것, 추억이 흘러넘치는 예쁜 장소에 함께 가지 못했다는 것, 따듯한 밥 한 끼 같이 먹을 시간을 내지 못했다는 것 등 함께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지만 일하느라, 생각의 틀에 갇혀있느라 가장 중요한 삶의 소중함을 챙기지 못했다.


이처럼 소중한 사람을 잃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만약, 소중한 사람이 곁에 있거나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나중에 하지 뭐라며 미루지 말고, 틈틈이 시간 내어 사랑한다는 문자를 보내보거나 연락을 해보자.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내 곁에 있어줘서 감사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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