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회사에서 일하면서 한국 회사와 외국 회사의 장단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물론 회사에 따라 사내 문화와 분위기는 case by case로 다르겠지만, 그간 경험을 토대로 지극히 주관적인 한국 회사와 외국 회사(서양 문화권 회사)의 특징들을 공유해 본다.
우리는 한솥밥 먹는 식구 VS 우리는 철저히 일로 만난 관계
한국에서는 잦은 야근과 회식으로 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을 하는 사람이 직장 동료이다 보니 자연스레 회사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다양한 이야기를 공유하게 된다. 집 이사 문제, 휴가 계획, 심지어 어떨 때는 개인 연애사까지. 퇴근 후에는 삼겹살에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회사 불평도 하고 파이팅도 하며 전우애 같은 동료애를 쌓기도 한다. 하지만 외국 회사는 다르다. 만일 외국인 상사에게 하루 연차를 내기 전에 어떠어떠한 이유로 연차를 내고 싶다고 부가 설명을 하면 ‘그런 개인적인 일을 저한테 말할 필요 없어요. 연차 시스템에 입력하고 휴가 쓰세요.’라는 대답을 들을지도 모른다. 부하 직원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에 오히려 불편해할 수도 있다. 아무리 한 팀에서 일하는 직속 상사라고 하더라도 일은 일이고 사생활은 자신이 관여하면 안 되는 철저히 개인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인 상사의 이런 ‘쿨’함은 비단 휴가를 쓸 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이 조금만 틀어지면 ‘쌩’하고 차갑게 돌아서 하루아침에 해고를 통보하는 외국인 상사를 보면 한국의 ‘정’ 문화, 한국 회사의 ‘한 팀, 한 식구’ 문화가 좋을 때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팀플레이 VS 개인플레이
한국 회사에 흔히 존재하는 ‘직속 상사’를 외국 회사에서는 기대하면 안 된다. 한국에서는 신입직원이 들어오면 직속 상사가 업무를 가르쳐 주며 회사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곤 한다. 심지어 팀장님이나 부장님과의 면담을 통해 앞으로 어떠한 업무를 하고 싶은지, 어떻게 커리어를 쌓고 싶은지 이야기를 하고 조언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외국 회사는 철저한 개인플레이다. 스스로 커리어 맵을 짜고 능동적으로 업무를 찾아서 해야 한다. 능력만 있다면 원하는 업무를 담당해 할 수 있는 기회가 한국 회사보다 많이 주어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많은 권한이 주어진 만큼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도 오롯이 나 혼자 지고 가야 한다.
야근과 주말 근무는 회사에 대한 충성 VS 시간 관리도 업무 능력 중 하나
회사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외국 회사도 야근과 주말 근무가 존재한다. 하지만 보통 마감 기한이 얼마 안 남은 프로젝트가 있다거나, 동료가 일을 그만두어 갑자기 업무량이 많아진 상황이 아닌 이상 야근과 주말 근무는 거의 없는 편이다. 야근과 주말 근무를 밥 먹듯이 하면 열심히 일한다고 칭찬받기는커녕 오히려 업무 능력이 떨어져 일을 제시간에 못 해낸다고 오해 할 수도 있다. 업무량에 따른 시간 관리, 개인 생활과 일의 균형을 잘 잡는 것 역시 중요한 업무 능력 중 하나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디테일이 중요해 VS 핵심만 전달하면 OK
서양인 동료들과 일하면서 놀랐던 점 중 하나는 기획안 및 보고서, 프리젠테이션 작성 능력이 한국인들보다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디테일에 강한 한국인들은 보고서를 작성할 때 작은 것 하나도 그냥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작성한다. 심지어 글씨체, 글자 크기, 보고서 디자인, 프리젠테이션 페이지를 넘길 때 효과음까지도 신중하게 선택한다. 이에 비해 서양인들의 프리젠테이션은 한국 대학생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핵심만 전달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뭐만 하려고 하면 ‘기획안을 작성해 제출하세요.’ ‘프리젠테이션을 작성해 발표해 주세요.’라고 해서 넌더리 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울며 겨자 먹기로 작성한 기획한, 보고서가 나중에 외국 회사에 가면 프리젠테이션 능력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스킬이 될 수도 있으니 열심히 배워두자.
결국 결정은 사장님이 VS 제발 누가 결정 좀 내려줘!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한국 회사는 최종 결재까지 결재 라인이 길다. 직속 상사와 팀장님 결재를 거쳐 부장님, 본부장님, 상무님, 전무님, 부사장님, 사장님까지. 수많은 결재 라인을 거쳐 결국 결정은 사장님이 원하는 대로가 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로 직원 한 명에게 주어지는 권한이 작다. 하지만 또 이와 반대로 직위가 높은 사람의 결정권이 매우 크다 보니 사장이나 임원이 ‘하자’ 또는 ‘하라’고 지시한 일은 어마 무시한 속도로 진행된다. 외국 회사도 물론 직위가 높은 사람의 결정권이 크기는 하지만, 독단적으로 행동할 경우 밑에 직원들의 불만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하는 편이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며 진행하는 것이 좋기도 하지만 한국이었다면 속전속결 끝낼 수 있는 일을 몇 달이 지나도록 회의만 하고 진척이 없는 것을 보면 답답하기 짝이 없기도 하다.
더 다양한 이야기들은 책 '눈 꼭 감고 시작'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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