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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른이 Oct 04. 2019

직장과 결혼을 빼고 나를 찾는다.

내 안의 공허를 마주치다.

직장과 결혼을 빼면 인생에 뭐가 남지?
시간이 남겠지. 시간이!

- 청일 전자 미쓰리 중에서 -



가벼운 마음으로 보던 드라마에서 우연히 가슴을 후비는 대사를 들었다.


현재의 내 일상을 돌이켜보면 결혼생활과 직장생활을 떼어놓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내 모든 일상의 순간은 가정을 유지하고, 아이를 키우고, 회사에서 일을 하는 시간과 이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가득 차 있다.


어찌 보면 이것이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겠지만 그 대사가 마음을 후벼 판 이유는 그 안에 '내'가 없기 때문이었다. 아빠, 남편, 과장이라는 타이틀의 나 말고 그냥 내가 인정하고 느끼는 나를 그 시간 안에서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어느 순간 불가피하게 직장과 가정을 잃게 된다면, 나이가 들어 퇴직 후에 가족을 떠나보내고 나면 나의 시간은 무엇으로 채워질까? 왠지 아무것도 없는 공허 그 자체인 시간을 마주칠 것만 같다. 이 막연한 두려움이 언제나 가슴 한편에 존재하는 허전함의 실체였나 보다. 우연히 마주친 드라마가 내 안의 공허를 마주치게 해 주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생각해 보면 혼자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순간, 혼자 여행을 다니는 순간, 책을 읽는 순간, 글을 쓰는 바로 이 순간순간이 모두 그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내 안에 나를 채워 넣는 과정이었나 보다. 직장과 가정 속에서 정의 내려지는 내가 아닌 진짜 나를 찾고 있었던 것 같다. 


이런 말을 하면 주변에서 비웃을지 몰라도, 난 아직 나를 찾는 지난한 길의 중간에 있다. 어릴 적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를 꿈꾸었으나 아직 수신조차 제대로 이루지 못한 것 같다. 어쩌면 수신도 이루지 못한 내가 제가에 서툴고 치국평천하는 요원한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난 마흔을 바라보는 지금도 앞으로 내가 어떤 사람이 될지 궁금하다. 자녀들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보다도 내가 어떤 모습으로 나이가 들지가 더 궁금하다. 그래서 앞으로는 좀 더 성장하기 위해, 시간을 경험과 실력으로 채우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 정진할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한층 고민하고 도전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대답해주고 싶다.


직장과 결혼을 빼면 인생에서 뭐가 남냐고?
그거 뺀다고 달라질 건 없어.
여전히 내가 남아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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