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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른이 Nov 14. 2019

육아는멘탈에좋지 않습니다.

혼자는 힘든 겁니다.

육아를 하다 보면 많은 위기와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중에 제일 치명적인 것은 바로 '자기부정' 다른 말로 '자존감 저하'이다. 이는 우울증이나 더 심하면 자기 파괴로 이어져 아이들의 정서에도 치명적이다. 그리고 이런 어려움은 모든 부모가 마찬가지이겠지만 노모의 도움을 받아 오롯이 아이들을 책임져야 하는 맞벌이 아빠의 입장에선 수시로 부딪히게 되는 문제다. 


주변 직장 동료들을 보면 지인들과 저녁에 술자리를 갖기도 하고, 주말에 운동도 하고, 모임도 갖는다. 그런데 메인 육아자가 되면 이런 것은 사치다. 퇴근하면 집으로 향하기 바쁘며, 야근조차도 아내와 일정을 조율하며 몰아서 해야 한다. 그런데 이 스케줄은 가변적이기에 언제나 긴장을 풀 수 없다. 


조금이라도 쉬고 싶어도 막상 의지할 곳은 몸이 노쇠한 노모뿐이라 그마저도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을 돌보다 보면 결국 실수가 발생하거나, 아이들의 말을 들어주지 않거나, 아이들에게 성질을 부리게 된다. 그리고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아빠에 대한 아이들의 원성은 점차 높아진다. 그러다 보니 아들로서의 자괴감, 아빠로서의 미안함, 남자로서의 패배감에 번갈아가며 타격을 받게 된다.


그래도 이런 일상적인 어려움은 어떤 식으로든 해결이 되고,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진짜 문제는 이런 생활이 반복되다 보면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이 급격하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일상에서 '내'가 흐릿해질수록 점차 자존감은 낮아지고, 자신감이 없어지며 결국 우울감을 키워간다.

스스로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극복하기 위해 짬 나는 대로 운동도 하고, 혼술도 하고, 글도 열심히 쓰지만 결국은 제자리걸음이다. 그 이유는 외부와 고립된 채 언제나 혼자인 것이 진짜 문제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메아리치듯 울리는 스스로의 목소리에만 의지하기에는 직장과 육아의 병행은 힘들고 또 힘들다.


주변에 이런 하소연을 하면 아내와 대화를 해서 돌파구를 찾거나,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쉽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군인이라는 아내의 직업 특성상 언제나 멀리 있기에 일단 아내와의 대화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주말이나 온 가족이 모였을 때 이런 이야기를 할 수도 없다. 

그리고 이 정도 되면 아내도 남편을 남자나 남편보다는 아이들의 양육자 정도로 생각하기 시작한다. 아내의 관심사도 남편보다는 아이들에 집중된다. 거기다 감정적인 어려움을 토로한들 귓등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결국 이것은 이 가정을 꾸린 아빠가 감내해야 할 몫인 셈이다. 생각해보면 아내와 대화가 가능했으면 애초에 이런 문제가 발생할 이유도 없다.

그렇다고 스스로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방법이란 것은 요원하다. 이건 마치 환상 속에서 유토피아를 찾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어린아이들을 돌보고 키운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하고, 부모의 희생이 필수적으로 동반되기 때문이다. 


결국 혼자서는 답을 찾을 수 없다. 방법은 나를 대신할 사람을 구하는 것뿐이다. 그래서 열심히 나를 대신할 사람을 찾아봐야 결국 노모뿐이다. 친부모냐 시부모냐의 차이일 뿐 결국 부모에게 기대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결국 이런 현실이 또 다른 자괴감을 불러일으키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이렇게 얘기하면 돈을 주고 사람을 쓰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을 하기도 한다. 그런 말을 들으면 정말 할말하않(할 말은 많은데 아지 않겠다)이다. 해봐야 안다. 믿을 만한 사람을 만나는 것도 어렵지만 경제적으로 쉽지 않음을. 그럴 거면 차라리 맞벌이를 안 하고 말지.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부모 입장에서는 자신의 영혼까지 갈아 넣는 치열한 과정이다. 그리고 왠지 부모 입장에선 혼신을 다해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만 아이들이 사람 구실이라도 하며 살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렇기에 스스로를 한계까지 몰아붙이게 된다. 이는 개인의 성향일 수도 있겠지만, 이 사회가 너무 각박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을 돌보면 돌볼수록 새삼 깨닫게 된다. 부모 되기 참 힘들다. 진심으로 모든 메인 육아자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심심한 위로를 전달한다. 결혼을 했어도 자신이 육아에 대한 오롯이 책임을 지지 않은 사람들은 이 감정을 절대 모른다. 그래서 내가 아줌마들이랑 대화가 잘 통하나 보다.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내게 많은 위로와 격려를 부탁한다. 

혼자가 아님을 느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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