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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채윤 Oct 07. 2024

한국인은 왜 국밥이죠?

해장라이프

 점심 식사 시간이 다가오는 강의실에서 그날 점심 메뉴를 고 민하는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김밥, 샌드위치, 파스타, 떡볶이 등 등 흔히 들을 수 있는 메뉴리스트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어떤 친구는 김밥에 라면을 먹자, 또 어떤 친구는 파스타는 부담스럽다,  또 다른 친구는 ‘샌드위치로는 양이 다 차질 않는다’라며 각자의 의견을 조율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한 친구가 ‘그럼 국밥은 어때?’라고 말했다. 그러자 거기에 모인 친구들이 이구동성 좋다고 외쳤다. 그중에 한 친구는‘한국인은 국밥이지’라고 외쳤다. 그러자 서로 ‘맞다’를 외치며 한순간에 메뉴 통일을 일으켰다. 그야말로 국밥으로 대동단결하고 통일되는 모습에 나는 신기함과 동시에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왜 ‘한국인은 국밥이지’라는 말이 나올 수 있었을까? 어쩌면 밥과 국을 먹는 식생활 문화를 지닌 한국인들에게 자연스러운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뿌리 깊이 박힌 우리의 DNA도 무시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그래도 나는 좀 더 구체적인 이유가 궁금 해졌다. 호기심이 짙어질 무렵 지인들과 나눈 대화 속에서 국밥과  해장국에 대한 진심을 엿볼 수 있었다.      


 한 지인은 그날 먹은 술안주에 따라 해장국의 종류를 달리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회를 먹었을 때는 양선지 국밥이나 피순대 해장국을 먹는다고 한다. 이유는 담백한 안주였으니 칼칼하고 기름진 해장국으로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같은 이유로 마른안주로 술을 마신 날은 순댓국으로 기름칠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안주를 덜 먹었을 때는 안주 대용으로 감자탕을 시켜 해장 겸 술안주로 먹기도 했다고 한다. 너무 기름진 안주를 먹었을 때는 깔끔하고 담백한 설렁탕을 먹는다고 하고, 자극적인 안주는 입 마름이 잦고 헛헛함이 느껴져 꼭 해장국을 먹어야 한다고 한다. 


 술안주와 해장국과의 마리아주라니... 개인적인 취향에 따른 의견이겠지만 그래도 나는 몹시 감탄스러웠다. 나는 왜 이 생각을 못 해봤지 싶었다. 술과 안주의 마리아주는 많이 알고 고민해 봤지만 그  뒤에 먹는 해장국과의 매칭은 전혀 생각지 못했었다. 지인의 해장국에 대한 남다른 애정에서 나도 영감을 얻는 순간이었다. 


 국밥은 취향에 따라 밥을 따로 먹거나 말아먹는다. 그래서  따로국밥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국밥의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지만《시의전서》에 ‘탕반’이라 소개되어 있고,《규곤요람》에는 국밥의 조리법이 쓰여있다. 한편 설렁탕으로부터 유래했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국밥에는 육류 및 육류의 뼈, 선지와 내장 등의 부산물, 시래기, 우거지, 콩나물 등의 채소와 같은 다양한  종류의 재료가 들어간다. 국밥의 재료를 살펴보면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과 같은 3대 영양소와 각종 무기질이 골고루 들어가 영양학적으로도 꽤 괜찮은 음식이다. 물론 간혹 간이 세거나 국물에 밥을 말다 보면 과다하게 탄수화물 섭취하게 되기도 하지만 말이 다. 


 순댓국에 밥을 말면 순대국밥, 콩나물국에 밥을 말면 콩나물국밥, 북엇국에 밥을 말면 북엇국밥이 된다. 물론 밥을 따로 먹어도 된다. 따로 또 같이. 어느 재료를 넣느냐에 따라 자유롭게 달라지니 그 유연성이 무궁무진하다. 또 밥을 넣지 않고 국수나 수제비를 넣어도 해장국이라는 본분을 헤치지 않는다. 국밥은 참으로 아량이 넓은 메뉴임에 틀림없다. 


 일례로 울진에서는 연한 오징어를 국수처럼 가늘게 썰어 물회 국수를 만들어 해장국 대용으로 먹는다고 한다. 경주에는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묵, 콩나물, 김치, 모자반 등을 넣고 끓여낸 묵 해장국이 있다고 한다. 고흥에는 굴을 껍질째 달여서 식힌 물과 굴을 함께 먹는 피굴해장국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김이 많이 생산되는 지역에서는 김국으로 해장을 하기도 한다고 한다. 국밥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사이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의 일상 속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왜 한국인은 국밥이지’라는 질문은 쓸데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토록 해장국에 진심인 나라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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