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만난 다니엘의 꿈
며칠 전, 카우치서핑 그룹 모임에서 만났던 러시아 청년 다니엘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혹시 다른 일정으로 바쁘지 않다면 자신의 꿈을 인터뷰해줄 수 있냐는 요청이었다. 그날도 우리가 진행하는 꿈프로젝트에 유난히 관심을 많이 보였던 다니엘. 시내 외곽 쪽 명소들을 돌아볼 예정이었지만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사람을 만나는 여행이다. 다니엘을 만나기 위해 다른 일정을 취소하고 만남의 장소로 갔다.
러시아에서 만난 두 번째 꿈프로젝트.
다니엘이 싸고 맛있다고 소개해준 시내 인근 커피숍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먼저, 지난 2년의 시간 동안 우리가 프로젝트를 진행했는지, 어떤 계기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물론 아내와 나의 풋내기 영어를 최대한 발휘하고 손짓과 발짓을 동원해서 말이다.
“아~ 그래서 너네 부부가 이렇게 같이 프로젝트를 하고 있구나. 그럼 지금은 세계를 여행하면서 사람들의 꿈 이야기를 모으고 응원해주고 있는 거네?”
“응! 우리도 처음 하는 도전이고 언어적인 문제도 쉽지 않아서 고군분투 중이야. 하지만 이 시간을 통해서 우리 또한 많은 배움과 성장이 있을 거라고 믿어. 남편과 함께 지구를 마음껏 여행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의 작은 마음이 어딘가에 있는 친구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게 어디 있겠어?”
법학을 전공하고 있는 다니엘. 영어와 러시아어를 잘 구사하고 한국말도 조금 할 줄 안다. 그래서인지 아내가 프로그램을 잘 진행할 수 있도록 천천히, 그리고 정확한 발음으로 함께 해 주었다. 덕분에 엉뚱새는 기분이 좋아진 듯하다. 설마 다니엘이 훈남이라서 저렇게 웃는 건 아니겠지?
블라디보스톡 시내버스 정류장 근처에 있는 커피숍. 생각보다 가격이 저렴했지만 우리는 더위를 살짝 가실정도로 음료수를 시켰다. 그런데 다니엘은 자기는 괜찮다며 시키지 않았다. 그래도 같이 있는데 한 사람이 마시지 않으면 괜히 미안하고 찝찝해지는 게 한국사람들의 정서.
“다니엘 시원한 거 하나 마시지 그래? 내가 쏠게.”
“아니야 나는 진짜 괜찮아.”
한사코 사양하는 그. 결국 아내와 나만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게 되는 미안한 상황이 발생했다. 뭔가 찝찝한 마음이 들어서 재차 권유했지만 다니엘은 끝까지 시키지 않았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틀 전 카와이 식당에서의 모임 때도 다른 사람들은 식사를 시키는데 다니엘은 아무것도 시키지 않았던 것 같다. 혹시 학생 신분이어서 돈 쓰는 게 부담스러워서 그런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다니엘의 그런 고민은 상담 중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나는 러시아에서 법학과를 나왔어. 우리나라는 법을 전공하는 게 한국처럼 그렇게 어려운 편은 아니야. 하지만 졸업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공부해야 하지. 하지만 지금 러시아는 2년 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미국의 경제 제재로 큰 위기를 겪고 있어. 루블화가 완전 반값이 되어버렸거든. 예전엔 1달러에 30 루블이었지만 지금은 1달러에 60 루블이 되어버렸어. 너희 같은 여행자들은 오히려 좋은 상황이겠지만 러시아 사람들은 정말 많이 힘들어하고 있어. 나 또한 마찬가지야. 졸업을 하면 로펌 같은 곳에 취업을 하고 싶었는데, 그건 정말 하늘의 별따기 같은 상황이야. 그래고 4년제 대졸자 임금은 월평균 80만 원 정도밖에 되지 않아.”
취업을 앞둔 우리나라 대학생들처럼 다니엘 또한 현실적인 문제들로 인해서 자신의 미래를 혼란스러워하고 있고, 특히 금전적인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았다.
꿈 리스트를 적고 상담을 진행하면서 아내가 발견한 건 다니엘이 새로운 세상과 모험에 관심이 많은 친구이고, 여행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온 독특한 여행을 하는 우리 부부에게 관심이 많을 수밖에.
법학을 공부했지만, 언어를 배우는 것에도 관심이 많고, 여행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얻는 것에 관심이 많다는 다니엘. 현재 그의 마음은 전공을 살리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다만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을 반전으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탐색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러시아안에서의 경험이 아닌 새로운 세계로 나가 경험을 쌓고 싶다고 했다.
“다니엘, 혹시 워킹홀리데이라고 들어본 적 있니?”
“그게 뭐지?”
“응 작년에 우리가 이 비자를 가지고 호주에서 꿈 프로젝트를 일과 함께 했는데 말이야.”
“오 그런 게 있어?”
알고 보니 다니엘은 어렴풋이 워킹홀리데이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고, 러시아도 호주와 워킹홀리데이가 가능하긴 하다고 했다.
“다니엘. 그럼 현실적인 문제로 도전하지 못한다고 했지만, 워킹홀리데이로 한번 직접 일하면서 원하는 경험에 도전해보면 어때? 호주에 보면 한국 교민들이 많이 있어서 현지에서 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 많이 활성화가 되어 있더라고. 그럼 너도 러시아인들이 많이 이주해 있는 나라나, 아님 영어가 가능하니깐 그런 나라에 가서 법과 관련한 경험을 쌓으면서 일과 여행도 해보면 지금 너의 고민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워킹홀리데이에 대해서 나에게 자세히 좀 가르쳐줄래?”
일마의 소개로 알게 된 러시아 청년 다니엘. 키도 크고 인물이 반반한 친구였는데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 주었다. 영상을 본 뒤 자신의 꿈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고 싶다고 한 다니엘. 러시아의 경제상황과 여러 가지로 인해 법학과를 나오고도 혼란스러움을 겪고 있다는 다니엘. 그는 조금 지쳐있었고, 그의 인생에 여행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다니엘은 법학과를 나왔지만 러시아의 경제위기로 국내에서 원하는 취업자리를 얻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리고 한편으론 앞으로 살아간 삶을 위해 한번쯤 갭이어를 갖고 여행을 다니며 자신의 정체성을 바르게 만들고자 하는 생각이 있고, 졸업을 앞둔 지금이 한 번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다니엘의 꿈은 완성되어 있기보다는 찾아가는 과정이며, 그렇기 때문에 많은 고민과 생각을 반복하는 게 당연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네가 결정하고 나아가는 시도가 중요하지만 말이야. 잘되든 설령 잘되지 않더라도 그 시간이 너에게 가르쳐주는 게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해. 또 우리가 먼저 세상 경험을 많이 하고 함께 공유해줄 테니깐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해 나가 보자 다니엘! 한국도 취업자리를 얻는 게 힘들어서 면접만 수십 번씩 떨어지는 사람들도 많고 그래. 당장 어떻게 되는 것 보다도 앞으로 인생의 방향을 정하는 시점이 지금이 되었으면 좋겠고, 그 시기에 우리와의 만남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 오늘 항목을 나누어서 너의 꿈에 대해서 적어보았으니깐 만남 뒤에 더 디테일하게 정리해보고 고민하면서 꿈을 만들어 가자고!"
"응 고마워. 이제껏 살면서 이렇게 구체적으로 적어가면서 내 꿈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 지금 당장은 좀 혼란스럽기도 하고 더 많은 생각이 필요하지만 말이야. 오늘을 통해서 적어도 내가 원하는 것 한 가지는 확실히 알았어. 나는 지금 지쳐있고, 내 인생엔 여행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야. 그것을 실행하는데 있어서 현실적인 조언을 많이 해줘서 너무 고마워."
이후 다니엘은 실제로 워킹홀리데이를 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나 러시아 여러 도시를 여행하고 유럽에 가까운 정반대의 도시인 상태 페데르부르크에서 다양한 경험을 만들어 가는 모습을 페이스북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다.
다니엘,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