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유치원에서는 무엇을 배우나요?

by 스테이시

각 학원의 교수부는 각 레벨에 맞는 1년 치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다. 이미 재원하신 분들에 의해 언제 무엇을 배우는지 인터넷상에서 확인이 가능할 수 있지만 커리큘럼은 원마다 기밀정보로 분류되어 학부모님 요청에도 그 파일은 공개하지 않는다. 커리큘럼이라고 해도 매뉴얼처럼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매해 아이들의 속도나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도 있는 것이다.


영어유치원에서 메인 교과서로 쓰는 교재는 Journeys, Wonders, Reading Street 등으로 대변되는 미국 교과서이다. 미교라고 부르는 이 책들은 Kinder Level 부터 시작되며, 영어유치원을 3년 재원하고 졸업할 시에는 2학년 과정까지 마치게 된다. 보통 6,7세 2년을 다닐 경우, 미국 교과서 1학년 과정을 끝까지 배우게 되는 편이다.


예를 들어 미교 2.1을 배우고 있다고 하면 미국 초등학생들이 2학년 들어가서 첫번째로 배우는 교재를 배우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교과서는 짧은 Fiction과 Non-fiction의 글들이 모여 있는 한 권으로 책으로 보시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요즘은 유튜브에서 예를 들어 Journeys 1.2 이렇게 검색하면 원어민 강사분들이 교과서를 읽어준 영상이 아주 많기 때문에 가정학습을 하시거나 과제를 하실 때 활용하실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메인 텍스트 북을 기본으로 하고 나서, Reading, Speaking, Writing, Grammar 책 들을 배우게 되는데, 보통 우리가 시중에서 만날 수 있는 문제집을 쓰는 경우도 많고 자체 교재를 가지고 있는 원도 있다.


또한 연령에 따라 Theme Project (주제에 대해 학습 한 후 만들기 혹은 글쓰기 등의 프로젝트 진행 후 발표), Read Aloud (친구들 앞에 나와 책을 읽어주거나 내가 읽은 책 내용 발표하기), Show and Tell (주제에 관련된 물건을 가져와서 보여주면서 말하기) 등이 구성되게 된다.


영어유치원에서 다른 기관 보다 풍부하게 가질 수 있는 경험은 Presentation이라는 말은 꼭 남기고 싶다. 누군가 앞에서 자꾸 발표를 할 기회를 갖는 것은 아이들을 한 움큼 자라나게 하는 걸 본다. 나는 이 부분을 아이들에게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어 주고 싶어서 발표날이 되면 마치 작은 스튜디오처럼 교실에 세팅을 한다. 그래서 우리 반에는 늘 트라이포드와 핀 마이크가 준비되어 있다. 발표를 마치면, 나는 부모님께 이 영상을 선물처럼 드리고 싶어서 편집을 해서 예쁘게 보내 드린다. 부모님께서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용기 내어서 발표 한 것을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자랑하길 바라면서 말이다.


커리큘럼 이야기를 이어가 보자면, 연차에 따라 추가되는 Writing 과제로는 Book Report, Diary, Journal 등이 있다. 그리고 6세 말 7세가 되면 Newspaper수업 혹은 던가, Test 준비(TOFEL) 등의 수업이 들어갈 수도 있다. 그리고 Art, Gym, Music 등의 특별활동 수업은 원마다 편차가 큰 편이다. 어떤 원은 미술, 음악, 체육 교사와 실기실이 따로 있어서 이동수업을 하기도 하고 어떤 원들은 교실에서 외부 교사가 오셔서 진행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원어민 담임교사가 모든 과목을 가르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원마다 더 중점을 두고 있는 방향에 따라 달라진다고 보시면 될 것 같다.


아이들에게 가장 도전적인 과제는 아무래도 Writing이라고 소개해야 될 듯 하다. Writing은 6세부터 본격적으로 과목에 들어가게 되는데, 처음에는 주어지는 단어로 Sentence making을 계속 연습하게 된다. 그러다가 Paragraph Writing을 들어가고 졸업할 때는 Essay Writing까지 기대 받게 되는 친구들이다. Writing 수업시간은 긴장감이 흐른다. 빨리 쓰는 친구는 5분이 지나자 다했고, 글을 뽑아내는 속도가 느린 친구는 30분이 지나도 다 쓸 수가 없다. 최대한 융통성 있게 하려해도 잘하는 아이에 맞춰서 반을 끌고 갈 수도 없고, 느린 친구들이 끝날 때 까지 마냥 기다릴 수도 없다. 아무리 영유가 소수정예라고 해도 12명이다. 학습을 목표로 했을 때 아무리 다 같은 시기에 영어를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12명의 현 위치는 천차 만별이고 중간을 타켓팅 해서 끌고 나간다고 해도 쉽지가 않다.


정말 진심으로 힘든 상황인데, 매년 피해 갈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TESOL 과정을 배울 때 교수님께서 어떤 대상으로 영어 가르치는 것이 가장 어려울지 맞춰보라고 문제를 내셨는데, 우리는 영어를 시작하는 사람들 이라고 생각했는데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레벨이 섞여 있는 반이라고 하셨는데, 현장에 있어보니 절대 공감이 된다.


현재 실력 차이가 나게 된 이유가 과거에서 기인했다고 할지라도 아이들이 우리 반에 온 시점 이후 부터는 그 모두에 대한 책임이 나와 원어민 파트너의 몫이 되는 느낌이다. 그 책임감 보다 힘든 것은 내가 그 친구를 위해 더 이상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는 순간이 올 때 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학기 별로 레벨테스트를 해서 시험 점수로 줄 세우기 해서 반을 다시 짜는 원도 있다고 한다. 반의 레벨 차이가 심하게 날 때 교사가 힘든 것은 둘째 치고, 따라가기 어려운 아이는 아이대로 상황을 무겁게 느끼고, 빠른 아이들은 더 배우고 싶은데 더 배우지 못해 아쉽다. 깨물어서 어느 손가락이 안 아프겠냐 만은 다들 내 새끼 같아서 어느 누구 하나만 위해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첫 해에는 내가 맡은 반이 그런가 보다 했는데, 시간이 지나 보니 매년이 그렇다.


제일 마음이 아픈 케이스는 언어 감각 자체가 느리거나 부재했을 경우, 영유에 와 있으면 아이가 모국어 조차 잘 안 되어도 잘 캐치가 안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경우 그냥 말이 느린 경우가 아니라, 전문적으로 의학적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보인다. 누가 보아도 저 친구 빨리 도움을 받아야 하지 싶은데, 부모님께서 느린 아이다 라고 하시면 그 친구의 치료 적기를 놓치게 될까 마음이 아프다. 어느 날은 그 친구를 위해 기도를 했던 기억도 있다.


나는 원어민 파트너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많은 친구들이

“우리나라에선 이 나이 때 아이들이 이렇게 공부하는 걸 상상할 수 없어.”

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사실 환경과 문화에 따라 다른 것일 수 있기에 무엇이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원어민 친구들이 우리 나라 어린이들이 하는 공부의 양과 속도에 놀랐다는 것은 분명했던 것 같다.


한번은 영어 유치부를 졸업한 초등부의 Reading 수업 강의를 하는 날이었는데, 주제가 입자와 분자 이야기였다. 아이들을 생일 파티에 초대해 놓고 칼칼한 부대찌개를 내놓은 것 같은 민망한 느낌은 어쩔 수가 없었다. 선행 학습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중학교 콘텐츠를 초등 일학년에게 가르쳐야 하는 날은 씁쓸하다. 결국 그 반 학생 중에 한 명은

“선생님 저 영어 못하는 것 같아요. 선생님, 영어는 언제 재미있어져요?”

하더니 결국 그만두고 말았다. 영어유치원을 2년 넘게 다닌 친구였는데,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로 그만두었다는 것이 가장 안타까웠다. 이 아이가 이것보다 조금이라도 더 쉬운 콘텐츠를 하고 있었으면 이렇게 자신감을 잃지 않았을 텐데 라는 케이스들을 만날 때 이 직업이 무겁게 느껴진다. 아이가 사실 너무 어려운 걸 해내고 있음에도 못한다는 느낌을 지배적으로 받게 되는 것이 마음이 아리다.


아이들은 영유를 졸업할 때, 괜찮은 초등학원에 진학을 해서 자신이 2-3년을 공부한 것을 증명해 내야 한다. 초등학원도 평판이나 난이도가 다 알려져 있기 때문에 어느 레벨 이상 가야 칭찬을 들을 터이다. 녀석들, 체육시간에 뛰어노는 걸 보면 영락없는 꼬맹이들인데 말이다.


어느 날 숙제 검사를 하는데 쪽지가 들어 있었다.

“이것믄 재미가 엄어요. 안 하고 시퍼요.”

그 쪽지를 보고 정말 수 많은 감정이 밀물과 썰물처럼 나를 왔다 갔다 했다. 서투른 한국어가 나를 한 번 더 뭉클하게 했다. 그래도 넌 이렇게 라도 솔직히 말할 수 있구나 라는 것에 묘한 부러움이 느껴지기도 했던 그 쪽지 한 장. 아마 내가 이 직업을 종료하는 날까지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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