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 입학 준비

by 스테이시

몇 해 전 이야기지만 유치원생들의 입시라는 단어가 실감났던 일화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어느 날 친구가 딸이 학원 테스트에서 탈락 했단다. 참, 탈락이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누가 들어도 정겨운 말은 아닌 게 분명하다. 나의 기억을 더듬어 보아 탈락이라는 단어를 처음 마주했을 때를 떠올려보니, 아마도 고등학교 3학년 때 때가 아닌가 싶다. 사실 18살이라는 나이는 어쩌면 충분히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탈락이라는 단어의 충격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그녀의 아이는 그 말을 엄마한테 전해 듣고, 물었다고 한다.


"탈락이 무슨 뜻이야?"


그렇다. 그 때 그 아이의 나이는 6살이었다. 탈락이 무슨 뜻인지도 가늠이 되지 않는 나이에 첫 탈락을 맛보게 되 것이다. 뜻을 잘 모르는 유치원생에게도 탈락은 그리 기분이 좋은 단어는 아니었나 보다. 자기도 별로 가고 싶지 않았다는 리액션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살면서 뽑기로 유치원 당첨 혹은 탈락을 경험한 아이들은 더러 있을 수 있겠지만, 아마 아이가 어느 기준에서 모자라서 탈락이라는 말을 듣는다는 것은 아마 상상이 쉽지 않으신 분들도 계실 것 같다. 그 소식은 수학학원에서 보낸 것이었다. 그 전날 본 시험이 커트라인을 넘지 못해 탈락, 즉 학원에 다닐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뜻이었다. 들어갈 때 보는 레벨테스트 정도인 줄 알았는데, 심지어 돈을 내겠다고 해도 다닐 수 없는 학원이 있다는 사실은 나를 낯설게 했다. 잠시나마 나는 내가 고3 입시생 자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인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사고력 수학 학원은 입학 가능 연령이 6세지만, 영어학원은 5세부터 가능하기 때문에 조금 더 일찍 입시 현장이 펼쳐진다고 볼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5세 영어유치원 입학을 위해 입시를 준비하는 친구들은 4세이니 말이다.


사실 정말 학습식으로 유명한 영어유치원은 입학시험을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는데, 그 입학시험을 위한 과외가 존재한다. 어느 날 아는 동생한테 연락이 왔다. 그 입시 과외 선생님을 만나보지도 않고 수업을 신청 했단다.

"입학 시험 준비하시나요? 영어는 다 쓸 수 있나요?"

이 말이 그 분의 첫 마디 였 단다. 이분은 이 동네에서 유명한 공부방 선생님, 아니 영유 입시 코디라고 해도 맞을 것 같다. 그 동생 아이는 그 선생님께 Phonics속성반을 들었는데, 정말 한 달 만에 뚝딱 배워왔다. 처음 가격을 들었을 때 깜짝 놀랐었는데, 들어갈 자리 조차 없다는 것에 두 번 놀랐던 것 같다. 그분의 블로그를 방문해보니 학생들의 영어유치원 입학 테스트 합격기가 쭉 늘어져 있었다. 나조차도 '오 나도 한 번 연락해볼까' 이런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몇 년 전 경험이지만, 영어유치원 입시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나니 내가 일하고 있는 필드가 어떤 곳인지 더 감이 잡히는 것 같았다.


사실 레벨 테스트 줄여서 레테 라고 불리는 입학 테스트는 거의 모든 학원에서 일어나고 있다. 당연히 맞는 레벨에 아이를 넣어주어야 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엄마들은 아이들이 영어를 배우러 영어학원에 가기 전부터 영어 시험을 준비시켜야 하는 새로운 과업이 생겼다. 심지어 대치동 초등학원에서는 입학시험 레벨을 높여도 어머님들이 어떻게 해서든지 다 그 수준으로 맞춰온다고들 하더라. 결국 레벨테스트 수준을 높이는 것이 뭔가 더 경쟁력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전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레벨테스트로 보지 않고 입학할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입시가 아닌 또 다른 영역이 있다면, 입금전쟁이다. 입금 전쟁은 들어가기 가장 어려운 1년 차반에서 발생한다. 원하는 사람은 많고 자리는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T.O가 있는 2년 차라도 들어가려고 과외를 미리 하기도 한다. 보통 1년 차 같은 경우는 어느 날을 딱 정해서 아침 10시를 기준으로 빨리 입금한 순서로 마감을 시킨다. 재작년 같은 경우 10시 03초에서 마감이었다. 그리고 작년은 10시 01초 이전에 마감이라는 기록이 세워졌다. 올해의 기록도 기대가 된다. 이 순간을 위해서 부모님 그리고 조부모 님까지 10시00분에 입금하는 연습을 하시고는 한다.


물론 여러 곳에 입금을 성공하신 분들이 있어서 예비 순번이 결국 돌기도 하지만,누구도 입학을 장담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이 동네에 수많은 영어유치원을 돌아다녀도 빈자리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외동아이들이 많아서 자녀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해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고조되기도 했고, 몇 해 전 사립유치원 파동은 영어유치원에 전성기를 가져다 주었다. 몇 십만 원 내고 가는 사립유치원이 못 미덥다면, 차라리 돈을 더 지불하고 영어유치원을 보내겠다는 분위기가 몇 해전부터 무르익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립유치원 파동이 있던 해에 그 다음 해 인원을 모집해보니 정확히 1.5배 였던 기억이 난다.


개인적으로는 영어유치원에 꼭 보내시기로 결정하셨다면 추천하고 싶은 시기는

6

1

년 차이다

.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이야기이고 모든 결정은 아이마다 달라져야 할 것이다. 5세까지는 단체 생활과 예의범절, 생활 규범 등을 배우는 것에 조금 더 시간을 쓸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영어유치원은 일단 5세부터 끝내야 되는 커리큘럼이 적지 않게 있기 때문에 단체 활동을 통해 친구들과 무언가를 함께 해 볼 시간이 충분치 않을 수 있다.


대부분 영어유치원에서 6세 1년차를 가장 많이 모집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빨리 시작한다고 더 높은 수준에 먼저 올라가는 것은 아니므로 자녀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잘 살펴보아 주셨으면 좋겠다.


사실 현장에서는 정말로 아이에 따라 너무나 각양각색이다. 5세에 와도 책상에 차분히 앉아서 쓰는 것을 즐기는 아이가 있고, 7세여도 책상에서의 40분을 괴로워 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사이 사이 화장실도 가고 물도 마시겠지만, 아이들 입장에선 몇 시간 연속 앉아서 공부하는 느낌이지 않을까?


내가 만났던 남자아이 중 한명은 매일 영어유치원에 오기 싫다고 원래 다니던 한국유치원으로 가고 싶다고 울었다. 매일 울다 토하고 울다 거의 기절하고 반복할 정도로 서럽게 울었다. 참 그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조심스레 영어유치원을 끊고 아이의 바람을 들어 주시는 것이 어떠하실 지 돌려서 말을 해보았는데, 어머니는 결정을 바꾸실 의사가 없으셨다. 그 뒤로는 아무리 힘들어하는 친구가 있어도 영어유치원에 보낸 결정 자체에 대해 재고할 것은 내가 감히 말씀을 드릴 수 없는 영역이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녀석을 끌어안고 같이 마음 아파하고 수업에 따라갈 수 있도록 쉬는 시간에 개인지도를 해주는 일이었다.


나는 영어 유치원에서 일하기 때문에 "선생님 팔 아파요." 라고 하는 아이들에게 하루에 2시간 이상 영어로 글씨를 쓰는 것을 시켜야 한다 아니 그런 아이들을 지켜보아야 한다. 때로는 가서 팔을 안마해줄 때도 있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도 한다. 하지만, 또 때로는 이렇게 이야기해야 되는 순간들도 있다.

"미안해. 이건 너희 부모님이 너를 생각해서 선택하신 길이라서 선생님이 네가 공부를 하지 않도록 혹은 덜 하도록 도와줄 수는 없어."


그럼 아이들은 이내 받아들인다. 아이들도 엄마 아빠가 자신에게 실망스러운 마음 느끼는 것을 피하고 싶어한다. 나도 자녀가 있다 보니 이 아이들의 마음도 이해가 되고 이 아이를 여기 보내신 부모님 마음도 너무 이해가 되어서 괴로울 때가 종종 있었다.


다만, 아이들이 합격을 받고 싶은 건 선생님이 아니라 부모님의 마음에서 라는 것을 늘 잊지 않으셨으면 한다. 아이가 부모님과의 좋은 관계를 위해 공부할 때 진심으로 고마워 라고 말해 주셨으면 좋겠다. ‘다 너를 위해 이러는 거야.’ 라는 말은 아직 아이들 사전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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