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의 입주청소
청소하자 라는 단어는 보통의 경우에 그리 유쾌한 단어는 아닐 것이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청소는 무언가 해야 되는 의무 정도의 영역 어딘가에 배치해 놓았을 것이다. 사실 나는 청소를 좋아한다. 좋아한다 라는 단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단어를 찾고 싶은데, 아마 청소는 내 본능이다 라고 말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특히 청소의 과정 중에서 버리는 행위에 희열을 느낀다.
살다 보면 인생이 핸드폰이나 컴퓨터에 저장공간이 부족합니다 라는 메시지가 들 때까지 무언가 꾸겨넣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여유공간이 있어야 컴퓨터도 핸드폰도 속도가 빠른 것처럼, 난 가벼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선호한다. 꼭 나같이 청소 예찬론자가 아니어도, 사람들이 청소에 대해서 설렐 수 있는 유일한 때가 있으니, 바로 입주청소이다.
물론, 입주 청소는 늘 새로 만든, 정말 새 아파트에 들어갈 때만 쓰는 단어가 아니라, 누군가 살던 집에 내가 들어갈 때 하는 청소도 포함이 된다. 사실 새 아파트의 경우 시공사에서 준공 입주청소라고 해서 간단히? 해주는 곳도 있지만, 사람이 바로 들어가서 살 수 있을 정도는 전혀 아닌 것이 사실이다.
그리하여, 나는 몇 번의 입주청소를 거쳤는데, 그 기분은 참, 뭐랄까.. 상견례 같다고 해야 하나, 소개팅 같다고 해야 하나, 앞으로 나와 많은 시간을 보낼 그 대상과 첫 만남이고 그를 꼼꼼히 알아갈 수 있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아무도 살지 않았던 새 집에 내가 처음으로 들어가면서 청소를 한 경우는 조금 더 특별한 느낌이다. 첫아기가 태어나서 첫 목욕을 시켜준 기분이랄까.
사실 입주 청소 업체는 평당 만원 정도 그리고 줄눈 혹은 실리콘 시공을 추가하면 금방 50만 원에 다다른다. 진짜 내 집처럼 해주시는 분들도 있을 거라 믿고 싶지만, 나의 지난 경험담은 그러하지는 않았다.
어떤 업체는 하루에 같은 단지에 2집이 예약이 있다면서 우리 집을 오전에 대충하고 점심때 가셨고, 또 다른 업체는 청소 시작 전에 문에 붙어 있던 스티커 자국이 끝났다고 하신 후에도 그대로 있었다.
그리하여, 나에게 입주청소 업체는 음, 대충 하는 분들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하였으므로 참 슬펐다. 광고에 늘 나오는 내가 살 집처럼이라는 말이 유독 참 오글거린다. 이번엔 공사 먼지가 많다는 새 집을 직접 청소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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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청소 도구를 샀다. 벽과 천장에 공사 먼지를 털어 낼 정전기포, 바닥과 구조물을 닦아 낼 청소용 물티슈(세제가 포함되어 있는 듯했다). 그리고 정전기포와 물티슈를 낄 수 있는 청소 막대 2개 매직 블록 등과 꼭꼭 꼭 필요한 사다리 혹은 의자였다.(2개 이상 가져가는 게 좋을 것 같다)
나, 남편, 내 동생 남편 그리고 시어머니까지! 보통 입주청소 업체가 그러하듯 4명이 청소를 시작했다. 사실, 입주청소는 스스로 하지만 새집증후군 반딧불이는 예약을 했다. 첫째 아이가 피부가 예민한 편이기 때문이었다. 즉, 청소도 업체만큼? 깨끗이 해야 되는 것이 분명했다.
나는 작은 벽에 혹시 남을 공사 먼지를 생각하며, 정전기 포로 연신 쓸어내렸다. 큰 아이의 얼굴을 떠올리며 그 아이가 며칠이라도 피부로 고통받는 것은 엄마로서 보고 있기 힘든 일이다. 작은 방을 청소하는데 한 시간 넘게 할애하고 있는데, 남자 두 명은 둘레둘레 다 했단다. ㅎ_ㅎ 응? 내가 작은 방을 다 못했는데, 거실과 큰 방을 다 했다고? 보아하니 ~ 내 기준에 합격! 땡땡을 주기까지 멀어 보였지만 봉사해주시는 어머니와 동생 남편은 사실 와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그러나, 남편 이 친구는 아. 큰 녀석 피부 생각해서 꼼꼼하게 하라고 했건만. 참으로 자기랑 꼭 닮은 큰 아이를 아끼는 게 맞는가 자네라고 묻고 싶었다. 나는 반창 2쪽을 30분 넘게 닦고 있었다. 남편은 베란다 전창 4개를 다 닦았다며 밥 먹으러 가자한다. 이 사람.
SH와 하는 집 계약에는 많은 장점이 있지만, 내가 사랑하는 것 중에 하나가 이것이다. 그게 새집이던 누군가 이사를 나간집이던 빈 집으로 이사를 가기 때문에 계약을 한 이후에는 수시로 방문할 수 있다. 들어가서 하자를 점검하고 하자보수 요청을 하는 것도 가능하고, 가구 배치 및 구입을 위해 치수를 재는 것도 가능하다. 무엇을 버려야 할지 가져가야 할지 판단이 되기 때문에 이사 준비가 수월해진다. 그리고 내가 관리비를 내겠다고 약속한 날부터는 잔금을 내지 않았어도 사전 청소가 가능하다. 내가 위임장을 써주면, 새집증후군 혹은 청소 줄눈 실리콘 등 업체 등이 들어와서 미리 시공할 수가 있다. 그러나, 안 되는 것이 하나 있으니 미리 짐을 두고 보관할 수는 없다. 그리하여 새 집에 입주하는 임대주택은 향후 1년 정도는 시공사가 단지에 머물며, 하자보수 등을 해주고 있고, 기존 임대주택들의 경우에는 각 관할 지역센터에 하자보수에 관해 연락을 취하면 된다.
청소를 하고 보니 화장실 타일 한 장을 빼놓고 시공했더랬다. 와우. 화낼 필요 없다. 관리사무소에 가서 내가 퇴거할 때 물어내고 가지 않도록 처음부터 그랬다는 기록을 남기고 시정을 기다리면 된다.
업체에서, 내 집처럼 청소하겠다는 문구가 말이 되는 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새삼했다. 내 집은 내가 청소하는 게 맘이 편한 것 같다. 입주청소, 언제 들어도 설레는 단어 같다. 언젠가는 또 할 일이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