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두리 Mar 10. 2023

요람에서 무덤까지? 응급실에서 가드 체어까지

라이프 가드 도전기(1)

물에 빠져 응급실에 실려간 게 엊그제 같던 내가, 라이프 가드에 도전하다니.


이것은 물공포증을 완전히 이겨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물속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아야만 했던 내가, 이제는 물속에서 누군가를 구해낼 수 있다니. 수영은 내게 무엇이든 '포기하지 않으면 끝내 된다'는 섭리를 알려주었다.





처음 수영을 배우게 된 계기는 익사미수사건이다.

물론 그 누구도 나를 수영장에 밀어 넣지 않았다. 미수의 책임은 내게 있다고 해야 할까. 수영을 배운 적도 없고 실력도 엉망인데 무작정 물에 뛰어들었고 발이 닿지 않았을 뿐이었다. 어찌어찌 살아 나와 응급실에 실려갔고, 수영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녹록지 않았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수영을 처음 배웠다면 수월했을까. 워낙 운동을 좋아했고, 운동신경도 남달라서 몸으로 하는 건 금방 배우는 체질이었다. 물론 그것들은 모두 육지 한정이었지만.


물에 빠져 본 사람은 물에서 몸이 굳는다. 지나치게 긴장해서 숨이 고르게 쉬어지지 않고,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물에 뜨려면 몸에 힘을 빼야 하는데, 무서워서 힘을 주니 가라앉고, 가라앉아 무서우니 또 힘을 주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그래서 그만뒀다. 나름 3개월을 끈덕지게 다니며 평영까지 맛보기는 했지만, 그 당시 나에게 그것은 실패의 신호였다. 핑계를 대보자면 수영장에 방해꾼이 있었고, 비입수지도 방식이어서 너무나도 비효율적인 강습을 받았다. 사실 핑계가 아니다. 나는 두 번째 도전에서 강습, 강사, 동료 이렇게 세 박자의 중요성을 통렬하게 체감했다.



첫 도전 이후 약 5년 뒤, 수영을 잊고 살다가 내게 딱 맞는 수영장을 찾았다. 열정적인 선생님과 적극적인 입수지도. 그것을 통째로 삼킨 노력파의 수영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았다.


선생님은 물을 무서워하지 않는 방법부터 알려주셨다. 사람은 발이 닿는 깊이에서도 빠져 죽을 수 있다. 그러니 물에서 바로서는 방법부터 배워야 한다. 간단하다. 두 무릎을 가슴으로 당기면 된다. 그렇게 하면 무게중심이 바로서고, 그때 자연스럽게 다리를 내리면 일어설 수 있다.


이렇게 쉬울 수가. 일단 발이 닿는 깊이면 빠질 일이 없다는 자신감과 통제력이 생기자 공포심도 빠르게 멀어졌다. 그 이후로는 일사천리였다. 영법을 마스터하고, 지금까지 꾸준히 다니며 수영을 백배 즐기고 있다.


또, 운 좋게 유쾌한 동료 수강생들을 만났다. 강습이 끝난 날에는 근처 가게에서 뒤풀이를 하고, 서로 응원하며 즐겁게 수영을 배웠다. 이 자리를 빌려 함께해 주신 수영 선생님과 수강생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첫 번째 수영 도전은 실패의 기억으로 남았지만, 지금 그때를 돌아보니 그건 하나의 과정이었다. 물론 그 이후로 다시 수영을 배우지 않았다면 단절로 남았겠지만, 나는 다시 수영을 배우는 길을 택했다. 세상은 내가 포기하지 않는 한 계속해서 이어진다. 재도전이 있는 한 실패는 성공의 과정일 뿐이다.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만났다고 해서 유기하지 않고 다시 주울 용기만 있다면 끝없는 배움이 이어진다.


강습은 끝났지만 내 인생의 수영은 계속 과정 위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이 모여 나의 삶이 될 것이다. 수영은 시작에 불과하다. 수영을 하자 바다가 보이고, 서퍼가 보이고, 다이버가 보이고, 라이프 가드가 보였다. 내 목표는 끝나지 않는다. 이제 세상의 모든 수상 스포츠를 섭렵하기 위해 살아갈 테니까.


물에 빠져 생을 마감할 뻔했던 나는 이제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려고 한다. 그들도 나처럼 물에서 인생을 배우길, 그래서 더 삶을 사랑하게 되길 바라본다.


tip! 물 밖에서도 물에 빠진 기분이 든다면, 두 다리를 힘껏 몸으로 당겨보자. 몸이 두둥실 뜨는가? 그렇다면 다시 바르게 두 다리를 뻗어 바로 서보자. 그렇게 발에 닿은 지면을 발가락으로 더듬다가, 준비가 되면 또다시 길을 떠나보자.
이전 03화 나만의 속도로 간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