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가드 도전기(2)
수상 인명구조요원 과정을 신청한 후, 의지를 다졌다.
나는 이제 막 수영에 재미를 붙였고, 그동안 정확한 영법을 구사하기 위해 섬세하게 다듬는 수영에 집중했다. 그래서 강인한 체력이 필요한 수영에는 자신이 없었다. 수영을 아무리 길게 해 봐야 한 번에 2시간이었기에, 하루종일 들어야 하는 수업을 앞두고 걱정이 앞섰다.
수영을 더 잘하고 싶어 졌고, 그래야만 했다. 더 빨라지고, 더 지치지 않고 오래오래 물을 타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그런데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계단형 성장 단계에서 한 단계 점프를 앞둔 상태였다. 이제는 벽을 넘을 차례.
“(인명구조요원) 수업 언제 시작해?”
“다음 달 14일이요. 한 달 정도 남았어요.”
강의가 없을 땐 라이프 가드로 계시는 선생님이 물어보셨다. 내가 물을 두려워하지 않고 수영을 꾸준히 배울 수 있도록 도와준 선생님. 늘 같은 시간에 인명구조요원으로 계셔서 자유수영을 가면 만날 수 있다. 나는 괜히 어리광을 부리고 싶기도 하고, 긴장을 풀고 싶기도 해서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동안 연습 많이 하고 가려고요. 떨려요.”
“그래. 그거 힘들어.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어.”
이건 조금 놀라운 사실이었다. 일단 하면 될 줄 알았던 나로선 포기자까지 있다는 건 그게 내가 될 수도 있다는 무의식의 속삭임을 만들었다. 차라리 그냥 하면 된다는 말만 들었다면 똑같이 어려워도 포기라는 선택지는 몰랐을 텐데. 어쩌다 보니 다른 길도 알아버려 당황했다.
“중간에 그만두면 환불돼요?”
내가 그만둘 거라는 뜻은 아니었다. 선생님의 입에 올라왔던, 그 포기했던 사람들의 행방이 궁금해서였다. 수강료가 적지 않으니 오지랖 넓은 걱정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어지는 말이 조금 전 내게 주었던 보기를 다시 가져가 버렸다.
“중간에 포기하면 안 되지~!”
그 앞에는 (내 제자라면)이라는 말이 생략된 것 같았다. 그래서 웃다가 용기를 얻었다. 그래, 선생님 제자인 내가 수영을 포기할 수 없지! 오히려 포기하는 사람도 있는 어려운 과정을 통과하면 얼마나 뿌듯할까 생각했다.
하지만 몸은 생각이 달랐나 보다. 강습을 꾸준히 듣던 때보다 오래 헤엄치지 못했다. 안 되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선생님도 같은 생각을 하셨는지, 구석에 따개비가 되어 쉬고 있던 내게 말을 붙이셨다.
“쉬지 않고 20바퀴, 30바퀴 돌아야 돼. 가!”
“아아.. (30바퀴? 울랄라) 천천히 가도 돼요?”
“그럼~”
“그런데 그럼 뒤에 사람들 밀려서…”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돌아.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레인에서 느긋하게 길을 차지하고 있는 건 민폐라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그러나 불문율 사이에서 선생님처럼 말해주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또 당황하다가, 의지를 다졌다. 제자를 향한 걱정 어린 애정이 물씬 전해져서 정신이 번뜩 들었다.
수영할 때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남들 눈치 보느라 혹은 배려한답시고 정작 내 것은 챙기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러나 자신감이 결여된 양보는 공허한 친절이다. 연습하고 성장할 기회를 내 손으로 흘려보냈으니 결국 나에게 남는 것도 없을뿐더러, 양보받은 사람은 그게 양보였는지 모르고 그저 거슬리기만 할 때도 있다. 그럴 때 얼마나 후회했는가. 나는 그런 기억들을 긁어모아 당장 연료로 태워버렸다. 자신이 없다면 초급 라인에서 세월아 네월아 돌아보면 될 것을, 그렇게 자신감과 실력을 서서히 키우면 될 것을! 완주하지 못할까 봐 중간에 포기하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그렇게 또다시 선생님을 통해 수영할 용기를 얻었다.
하지만 심폐지구력이 용기 하나로 하루 만에 대폭 강해진다면 세상살이가 좀 더 쉬웠을지 모르겠다.
“지구력을 키워야겠다.”
그 결론을 어깨에 진 나는 인간 고래로 거듭나기 위해 또 다른 라이프 가드 겸 강사님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그렇게 얼결에 스파르타 연습생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