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크래커 예찬기
잠깐 스쳤을 뿐인데도 내 몸 어딘가에 그 맛이 오래도록 남아 있는 음식이 있다. 마늘을 왕창 넣은 음식을 먹은 후에는 말할 때마다 입 모양이 조신해지고, 고깃집에 다녀오면 집에 와서도 고기 냄새가 배어 있다. 중국 음식을 먹으면 아무리 시원하고 달달한 것들을 입 속에 투하해도 텁텁한 조미료의 흔적을 지우기 힘들다. 매운 음식을 먹고 나면 흠씬 두들겨 맞은 것처럼 입이 얼얼해져서 마음에서도 조바심이 난다. 나는 강한 인상을 남기는 음식보다는 ‘슴슴’하고 ‘밍밍’한 음식을 선호한다. 튀는 것보다는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성격이 입맛에도 적용되는 건 아닐까.
‘이래도 나를 택하지 않을 테냐’라며 한껏 치장하고 나온 마트 과자들은 가장 잘 보잠깐 스쳤을 뿐인데도 내 몸 어딘가에 그 맛이 오래도록 남아 있는 음식이 있다. 마늘을 왕창 넣은 음식을 먹은 후에는 말할 때마다 입 모양이 조신해지고, 고깃집에 다녀오면 집에 와서도 고기 냄새가 배어 있다. 중국 음식을 먹으면 아무리 시원하고 달달한 것들을 입 속에 투하해도 텁텁한 조미료의 흔적을 지우기 힘들다. 매운 음식을 먹고 나면 흠씬 두들겨 맞은 것처럼 입이 얼얼해져서 마음에서도 조바심이 난다. 나는 강한 인상을 남기는 음식보다는 ‘슴슴’하고 ‘밍밍’한 음식을 선호한다. 튀는 것보다는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성격이 입맛에도 적용되는 건 아닐까.
‘이래도 나를 택하지 않을 테냐’라며 한껏 치장하고 나온 마트 과자들은 가장 잘 보는 걸 보고는 반가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커피 판매가를 계산하면 참크래커를 정가의 1/4 가격에 파는 것이다. 이래야 겨우 사 먹을 정도라니, 안타까운 마음에 차마 행사 POP를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과자가 사라지지 않은 이유를 찾자면 과자 자체만의 매력보다는 다양한 방식으로 쓰이기 때문이라는 점을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겠다. 한식으로 따지자면 쌀밥과 같은 역할을 한다. 호텔에서 고급 식재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거의 유일한 크래커가 아니던가. 참크래커 위에 치즈나 토마토를 올리면 와인 옆에 놓아도 손색없는 안주다. 나는 주로 치즈를 올린 버전을 선호해서, 이 과자를 살 때면 꼭 치즈를 함께 산다. 한 봉지당 치즈 한 개가 이상적이며, 이왕이면 샛노란 체다치즈가 더욱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새우깡이 매워졌다가 쌀에다 트러플까지 걸치는 동안에도, 오예스가 작아졌다가 딸기에 옥수수에 급기야 민트초코까지 휘감을 동안에도 참크래커는 외전이 없는 과자였다. 참크래커 사이에 크림을 넣은 ‘참그레인’이 있긴 하지만, 파는 곳보다 안 파는 곳이 더 많다. 이제는 쓰지 않는 옛 한글을 여전히 쓰고 있는 이 과자처럼 내 취향의 역사도 오래되었다. 주말 아침, 해는 쨍쨍한데 어디 가고는 싶지만 혼자 가기는 뭣하고, 그렇다고 황금 같은 휴일을 흘려보내자니 아쉬울 때면 편의점에서 이 과자를 사서 자취방으로 돌아오곤 했다. 서울에 오면서 더 이상 시장에 갈 수 없어 시장 과자도 못 먹게 되면서, 참크래커로 향수를 달래지 않았나 싶다.
‘카우치 포테이토(Couch Potato)’를 설명하는 그림에는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는 누군가의 옆에 대용량 한 입 간식들이 놓여 있다. 그 곁에 놓인 초콜릿 통, 팝콘 봉지에서 나는 외로운 누군가에게 여러 친구가 함께하는 듯한 위로를 느낀다. 나는 ‘참크래커 포테이토’가 아닐까. 오래 전부터 먹어와서 익숙하고, 싼 가격에 취할 수 있고, 공장에서 만들어 맛 또한 균일하니 그 과자를 먹을 때면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힘을 얻고 싶을 때 생각나는 존재가 있다니 얼마나다행인가. 게다가 그것이 어느 편의점에서든 나를 기다려주고 있다니.
인생을 희미하게 사는 게 아닌가 걱정했다. 똑 부러지는 목표도 없고 패기는 더더욱 없이 쉽게 만족하는 내가 못 미더울 때도 많았다.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다부져야 한다며 좀 더 명확하게 살라고, 어서 결단을 내리라고 스스로를 채근하기도 했다. 하지만 참크래커는 내게 다른 길을 보여준다. 맛은 밍밍하지만 다른 재료와 어울린 안주용으로, 약 대신 먹는 입덧 방지용으로 살아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세상에는 언제나 진한 색깔만 있어야 하는 건 아니라고 말이다.
편의점에서 잘 나가는 아이템만 참여하는 판촉 행사에서 번번이 제외되었던 참크래커가 웬일로 두 개를 사면 하나를 더 주는 행사에 포함되었단다. 만일에 있을 생산 중단을 방지하기 위해 판매 촉진에 만전을 기해야 할 때다.